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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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럽 출장을 갔을 때다. 출장지는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동행한 사람들끼라 미소짓는 헤프닝이 벌어졌는데 과연 이 국가들을 떠올리면 뭐가 대표적일까에 대한 논쟁이었다.

 

공통적으로 우선 스포츠매니아라면 축구 강국이겠지만... 굳이 주당(?)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바로 맥주의 본산이라고 답할 것이다. 특히 독일은 옥터버페스트라는 맥주 축제가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 더 맥주에 대한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맥주와 일상생활을 떼어 놓을 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유럽. 지금이 인류역사를 유럽, 미국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그들과 맥주와의 상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역사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의 장벽을 허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는 중세부터 근현대까지 유럽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분기점이 될만한 사건속에서 맥주가 갖는 의미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설명하는 책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사를 수놓은, 숱하게 많은 유럽의 역사적 인물들이 맥주와 인연을 맺은 에피소드의 향연이다. 면죄부 반대를 일갈하며 종교개혁의 시초가 된 제국회의에서 발언한 루터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인베크 맥주를 마셨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을 이끈 격정은 맥주의 힘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맥주가 독일이 본고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독일의 역사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히틀러와 나치스 정치적 행동의 장소도 호프 브로이하우스이니 말이다. 이 곳은 이후 히틀러와 나치스가 독일을 석권하고 유럽을 인류사 최악의 전쟁인 세계 제2차대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중요한 회합 장소가 되고 만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맥주잔이 둔탁한 도기에서 투명한 유리로 바뀌면서 맥주의 빛깔도 애주가들의 선택을 받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맥주산업의 판도가 바뀌었을 정도라니..

 

특히 파스퇴르의 미생물 발견이 맥주의 판도를 에일에서 라거로 바꾸게 되었다는 것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라거는 에일과 차별화된 향미를 갖고 있지만 저온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했기에 많은 양을 만들 수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기도 힘든 맥주였는데다 당시 대영 제국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세계를 지배하던 에일맥주의 위상에 비하면 독일 촌구석에서 만들어지는 라거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스퇴르가 맥주와 와인 연구를 통해 발효와 부패가 화학적인 현상이 아닌, 미생물이 만드는 현상임을 증명하면서 맥주의 판도는 에일에서 라거로 바뀐다고 한다.

 

이외에도 맥주가 가진 문화사적 측면 뿐만 아니라 풍속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사례들이 소개된다. 정말 재미있고 유용한 역사서가 아닐 수 없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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