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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평점 :
소설 작법 중에 ‘팩션’(factino)이라는 기법이 있다. 주로 역사소설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상상의 영역을 더해 즉,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써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장르를 가리킨다.
<낭패>는 조선조 후기 조선왕조의 부흥을 이끌었던 정조대왕에 대한 사실을 근거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써내려간 장르소설이다. 조선조 개성상단의 사환이었던 주인공이 상관인 대행수의 음모에 휩쓸려 누명을 쓴 후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뒤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투전판을 전전하다가 오히려 더 큰 역사적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상대의 얼굴 표정으로 심리상태를 읽는 능력이 있음을 간파한 조선 사상가 정약용의 눈에 띄어 정조대왕의 앞에 불려 나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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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능력은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임을 당한다. 정조의 등극 전부터 늘 생존의 위협이 되어 온 붕당 중 벽파, 그 벽파의 우두머리인 심환지와의 편지 왕래를 도맡는 팽례가 된 것이다. 정조는 심환지와 주고받는 편지에서 행간을 넘어선 의도를 파악하고 싶어하고 그 역할로 상대의 얼굴 표정으로 심리를 꿰뚫는 주인공의 신통한 능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정조와 정약용이 의도했던대로 물흐르듯 심환지의 의도를 알아차린다면 갈등의 개입은 없어 무료했을 듯. 예의 심환지는 이러한 주인공 재겸의 능력을 알아채고 오히려 역공을 가하면서 소설의 긴장감은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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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다리가 짧은 이리 ‘낭’과 앞다리가 짧은 이리 ‘패’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생존해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낭패’는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바로 재겸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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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비밀편지(정조어필)는 실존하는 우리 유산으로 집권 당시 노론과 남안의 대립이라는 부당쟁속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위해 여러 신하들에게 비밀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편지는 결국 정조가 구현하고 싶은 조선의 미래였을 것이다. 그 편지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 등 권신들의 집안에 대대로 보존되어 지금까지 많은 양이 전해지고 있다.
당시 대면을 통한 대화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양방향 소통 수단인 편지는 당연히 정조의 의사만이 아니라 받는 신하의 의견도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비밀편지를 소재로 당시를 그린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은 탄복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결말까지...꼭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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