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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평점 :
박정희 정권 핵개발을 시도했던 이휘소 박사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이용후 박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주인공이 파헤치면서 남북한이 힘을 합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줄거리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대성공 이후 대표적인 국수주의, 애국주의 소설가로 알려진 김진명씨의 신작 <천년의 금서>를 읽었다.
이 책 역시 역사적 사실을 넘나들며 한민족의 뿌리 깊은 정체성과 이를 잊었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을 일깨우며 소설에서는 주로 반대세력에 있는 이들이 역사적 근거가 충분한 부분을 무시 내지 숨기려는 이들과 갈등을 통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소설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기 위해 갈등의 해소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유발하는 장치를 예의 반복하는 패턴을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낸다.
자살로 판정받은 김미진 교수의 사망사건과 이를 의심하는 한 형사의 추적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곧 김미진교수와 친분이 있는 이정서가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같이 친분이 깊었던 한은원교수의 행방 역시 묘연해 지면서 단순한 자살이기 보다 자살로 위장한 타살에 심증을 굳힌 이정서가 한은원이 역사적 비밀을 풀기 위해 찾아간 중국 사천성 성도(청뚜)로 날아가면서 긴박감은 더 조밀해지고 긴박해진다. 고종이 새롭게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제국의 근원을 삼한(三韓)을 이어 받는다는 발표에 근본적 물음을 가지며 이를 천체의 변화와 역사서에 언급된 한(韓)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곁들여 지면서 마치 역사적 사실을 발견한데 대한 소설화로 착각할 만큼 흡인력을 자랑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소설을 좀 더 스케일을 키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초반부에 등장한 목반장이나 김미진 교수의 사망이 더 이상 연결되지 않는 점도 아쉽고 성도에 찾아간 이정서를 주목하고 방해하는 이들의 음모와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좀 더 풍부하게 키웠다면 훨씬 더 장르소설로서 재미와 저자의 의도가 이해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소설화 하는 작가의 그동안 작품 이력을 보면 이 책 역시 그 범주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데 유사한 패턴을 반복한다 해도 출판시장에서 충분한 어필(고정적 독자층과 판매부수)이 된다면 저자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부분은 개인적 아쉬움이지만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큰 틀을 흔들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그간 저자의 작품이력에서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작품이라고 본다. 여러모로 재미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근원적 물음(개연성 여부와는 별개라고 볼 때)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소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