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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평점 :
가끔 유명한 역사소설 삼국지를 읽다보면 우리도 비슷한 시기부터 훨씬 오랜기간 삼국시대가 있었는데 그리고 더 드라마틱하고 치열하며 냉엄한 국제관계까지 얽히고 설킨 역사들이 많았는데 소설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궁금했었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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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의 살수대첩 등 신흥제국 수나라를 불과 30여년만에 몰락시킨 고구려, 그리고 이어진 치열한 대당전쟁, 변방 약소국에 지나지 않은 신라가 탁월한 외교력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제압하고 또 한반도의 영향력을 미치려는 당을 몰아낸 매초성 전투와 한강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인 백제, 신라의 전쟁은 스케일 면에서 결코 삼국지의 관도대전이나 적벽대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쉬움이 잊혀지곤 하다가 다시 생각나다가 수십년이 흘러 <한삼국지>라는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무척 반갑고 또 제한된 정사를 어떻게 재구성해서 소설로 풀어낼지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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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로 볼 때 북주와 북제가 존재할 때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상황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이후 약 100여년간 벌어질 격동의 시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총명했던 의자왕이 점차 고립되어가는 백제를 외면하고 결국 백제가 멸망했지만 여전히 부흥을 꿈꾸며 저항했던 백제 백성들의 자의식과 처절한 투쟁이었다. 이와 함께 당의 영향력을 벗어나 신라, 백제유민들이 힘을 합쳐 당나라를 격퇴시키는 장면은 우리가 드디어 중국의 자장 안에 머물지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공유하는 계기여서 살짝 가슴 뭉클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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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명운을 걸고 일전에 나서는 건곤일척의 순간, 왜 자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녕이 눈에 밟히지 않았을까? 그러더라도 조국의 운명을 이렇게 놓아버릴수 없었을 것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는 반가움도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들의 치열함에 숙연해짐은 과도한 감정이입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을 계기로 사료의 부족으로 한계가 있겠지만 좀 더 많은 삼국시대 서적이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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