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학사상 고금을 막론하고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우신예찬>은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에라스무스가 1506년부터 3년 동안 이탈리아에 머물며 보고 들은 경험과 영국 여행 중 받은 인상과 기억을 토대로 하여 쓴 풍자 글이다. 단1주일만에 썼으며 토마스 모어에 증정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런 평생의 역작이 나오리라고는 에라스무스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풍자를 놓고 보면 가히 천재적인 문장력이 아닐수 없다.에라스무스는 어리석은 여신(우신)인 모리아를 통해 스스로 똑똑한 줄 아는 진짜 바보들을 비판한다. 철학자와 신학자의 무의미한 논쟁과 성직자의 위선은 그의 펜앞에선 무사할 순 없다. 또, 특히 교회의 온갖 악습에 대한 고발은 종교계를 긴장시키는 풍자로 충분하다. 그리스·라틴 문학과 철학은 물론 성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에서 인용한 우화와 상징은 현란함을 넘어 그의 천재성에 새삼 놀라게 만든다. 만일 조선왕조사에서 유명한 예송논쟁을 에라스무스가 봤다면 어떤 풍자와 고발이 나왔을지 궁금하다.에라스무스의 영향을 받은 문장가는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 영국문학의 정수 셰익스피어에게 영향을 주었고 미셸 푸코도 '광기의 역사'에서 '하찮은 일을 심각하게 다루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고, 하찮은 것들을 가지고 진지한 일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보다 더 재치 있는 일이 없다.'는 표현을 통해 에라스무스에 대한 오마쥬(?)를 했다. 제일 흥미로운 점은 하늘나라에서 죄의 용서가 오로지 어리석음에만 주어지며, 지혜로운 자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부분은 역으로 성서의 가치를 인식시킨다. 그가 왜 종교개혁에 집착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전의 힘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독자들을 아우르는 명석함과 제대로 된 지적수준의 활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