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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평점 :
요즘 ‘반중(反中)정서’가 상당히 고조되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동북공정으로 시작된 중공의 한국사 말살 정책은 심도있고 꽤 많이 진척되어 이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버젓이 우리의 한복을 중국 소수민족의 복식으로 세계 미디어에 소개할 정도다. 이를 직접 두눈을 목격한 우리의 문화부장관은 진중한 항의보다는 한복이 세계에 더 잘 알려지니 좋은 일 아니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 놓으며 굴욕적 모습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중국몽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정작 몇 년전에는 ‘절대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반일을 모토로 내세웠고 상대 정치세력을 ‘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씌워 버렸다는 점이다. 상대가 진정 토착왜구인지 아닌지를 떠나 중공에게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굴종적인 행태를 숨기지 않는 이들의 사대주의적이고 ‘내로남불’식 행태는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반일 민족사학자 고 임종국씨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의 명언 하나를 먼저 떠올려 보자. “친일 문제가 항상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눌려오는 것은 그것이 '생존'을 위한 친일이었다기보다는, 대부분 부와 직위를 더하기 위한 '자발적' 친일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제국은 조선을 병탄하면서 칼과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얼핏 의아했지만 고인의 이 책 <밤의 일제 침략사>를 읽으면 일제의 치밀하고 비열한 마수에 분노하고 매국노 송병준 등 자신의 부와 직위를 위해 민족과 국가를 팔아먹은 짐승들의 엽색 행각에 울분을 더하며 1910년 병합되기 전 이미 넘어갈 자들은 다 넘어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자는 고인의 충고가 우리의 마음 속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조선이 병탄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병들어가는 내부로부터의 썩어 문드러진 이면을 고통스럽게 돌아봐야 한다. 저자는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의 설립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 인물이다. 지난 1989년 11월 12일 친일문제 연구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91년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고인이 처음 저술한 이래 2004년 최초 복간되었다가 이번에 재개정판으로 출간된 <밤의 일제 침략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우리의 치욕스러운 과거이자 반성의 기록물이다.
총독부가 들여온 요정에서 기생들과 질펀하게 놀아나는 일본과 망국 조선 출신 정재계 인사들의 악행을 보면 우리의 굴욕적인 역사를 어떻게 세탁(?)할 수 없음에 비통하고 또 후손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하물며 당시를 살아간 고인의 심경과 역사적 장면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비참함은 어느 것과 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역사적으로도 대륙으로 뻗어 갈려는 DNA를 뼛속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웃 중국은 과거 조공외교를 떠올리며 우리에게 사대주의적 스탠스를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던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드는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책이라면 또다른 유사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가 더욱 반성하고 경계하기 위해 필요한 책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비단 일본만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