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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평점 :
보통 펄프픽션하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우머 서먼 주연의 영화 펄프픽션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포털 검색에서도 그렇고. 펄프픽션은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싸구려 잡지인 펄프매거진Pulp Magazine에 실리는 소설을 뜻했던 용어라고 한다. 해석하자면 ‘싸구려 소설’ 내지 ‘삼류소설’을 뜻하는데 시대가 지나면서 마치 ‘B급 영화’처럼 삼류, 싸구려 의미보다 기존 메인스트림에서 다소 벗어난 독특한 아이디어와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창작물을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섯명의 재기넘치는 작가들의 단편작을 모은 장르소설의 제목을 <펄프픽션>이라고 지은데는 이런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펄프픽션이 당초 의도하지 않았지만 형식과 문법, 소재에 구애받지 않은 채 다양한 표현들을 담아내다 보니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 소설들이 이어져 SF장르가 생성되었듯이...
이 책에 소개되는 다섯명의 작가와 다섯 편의 단편은 독특한 소재선택과 스토리텔링, 단편 속에 녹여 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뽐낸다.
기숙학원에서 제공하는 햄버거를 먹으면 모의고사 점수가 올라간다는 설정의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 소재를 차용한 <정직한 살인자>는 한 남자를 죽이고 저수지에 유기하자 갑자기 외계인이 튀어 나와 금시체 은시체를 들이대는 내용인데 처음에는 황당하다 못해 나중에는 이 전래동화에서 얻은 번득이는 재개발랄함에 탄복하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시민R>. 최초로 인간, 그것도 자신을 만든 주인을 살해한 청소용 로봇 알옛에 관한 이야기를 묘사하였는데 최근 갈수록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 딥러닝 등 인간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로봇이 야기하게 될 인간성에 대한 부분을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린 시기에 이 책이 그 시름을 씻어주고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즐거움을 주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이 많은 결과를 얻고 주위에 인정받는 장르로 더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