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올빼미 농장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 03. 25∥

[도서]죽은 올빼미 농장

어느 날 우연히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갓 나온 신간코너의 이 책을 발견하고, 책 뒤의 표지에 쓰인 짧은 설명을 훑었고, 문득 뇌리에 스치는 무언가를 느꼈고, 무작정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형"과 대화하는 남자라니. 어찌 보면,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어떤 것에, 속된 말로 미쳐 있는데, 그러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을 하면서 소설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태어나 혼자 아파트에 살면서 "인형"과 대화하고, 알 수 없는 "자장가"에 집착하며, 대중가요 작사가를 직업으로 가진 어느 남자다. 이런 사항을 "퇴행적 인간"이라 칭하는데, 발신인이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 명시되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가 펼쳐진다. 꽤 흥미로운 구석이었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농장이 아니고, 30년 전에 사라진 강원도 고성의 한 농장으로부터의 정체 모를 편지라니.
그렇다. 이 소설은 결국 "농장"과 내면이 채 성숙되지 못한 "아파트먼트 키즈"의 자아 형성 과정을 그린 탐구적인 소설일 게다.
여기서 주인공이 세계와 소통 가능하다는 복선이랄까, "인형"을 땅에 묻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는데,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어느 광적인 남자가 점차 환경과 조화 가능해지고, 스스로 내면의 탐구에 몰두하는 과정은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열린 인간관계의 필요성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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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의 책상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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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에세이스트의 책상

자유로운 색채, 또한, 독특한 소설 세계, 개성적 글쓰기, 등등을 평소 동경해오던 나는 이런 이유로 "배수아"님을 전적으로 믿고, 존경한다.
"책상"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보편적으로 공부나 글을 위한 도구, 매개체일 것이지만, 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가를 둘러싼 세계,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란 분위기를 풍긴다. 책상 위에 종이가 펼쳐져 있고, 그 종이 위에 작가가 생각한 모든 것이 담긴다. 음악에 관해 풀이하고, 정신에 대해 논하고, 언어에 대해 보다 파괴적, 주관적으로 평하고, 사랑에 대해 갈구하고, ……. 종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소설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낯설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여러 번 반복하여 뜯어보고, 따져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노력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사랑한 M에 대한 추억이 무의미하고 나른한 일상과 교차하여 반복되지만, 눈에 띄는 스토리 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애매하고 혼란스럽고, 당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것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다.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작가는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마 있으리라는 추측도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가에 대해 좀더 알게 되고, 내면에 좀더 다가가게 되고, 무엇을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했는지, 다소 느꼈다면, 그것으로도 우리에게 얻은 바가 있지 않을까. 글을 읽는 동안은 현실을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 날아가 한껏 자유로움을 깊숙이 집어넣었으니까.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유일하게 인간에게 속하지 않은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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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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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폭소

들리는가? 한 마리 작은 새의 날갯짓이. 또 들리는가? 내 영혼의 거친 울림이, 급박해진 심장박동이.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문득 떠오르는 글귀를 무심코 적어보았다.
2002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가 "권지예"의 첫 단편집 "꿈꾸는 마리오네뜨"를 사서 별 후회는 없었기에, 두 번째 단편집 "폭소"를 처음 보았을 때, 아무런 갈등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밝은 소설, 스타트를 끊은 문장에서 주는 느낌은 차분함, 약간의 의기소침함, 혹은 생에 대한 덧없음, 자신 없음이 무의식적으로 들려왔다. 허나, 각 단편의 마지막까지 읽고 난 뒤에는 놀라움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없을 만치 두 눈이 확 뜨여진 것이었다. 색다른 반전. 이를테면, 뒤통수를 팍 때리는 황당함.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첫 단편집은 꼭 한 가지 주제, 소재만을 다른 각도로 표현했으나, 이 단편집에서는 폭넓은 시야로 불완전한 삶과 도전, 온전한 생에 대한 인간의 의지 등등을 나타내고자 시도한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드러내려고 의도했던 주제의식이라던가, 소재, 분위기 등등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고, 설사 이 단편집에서 골고루 집어넣지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여러 상황을 접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면서 좀더 높은 곳에 깃발을 꽂게 되는 게 아닐까. 노력이 있다면, 소설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지금은 미숙한 실력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전의 소설들보다 등장인물 면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 같아 내겐 좋은 본보기, 지침서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결국은 인생은 쓴맛을 보게 되더라도, 뒤이어 2배의 단맛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란 건 숨이 막힐 정도로 아귀가 꼭 맞게 돌아가야 하는 바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굴렁쇠를 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만의 굴렁쇠를 굴리다가 굴렁쇠를 놓치기도 하는 것. 놓쳐버린 굴렁쇠처럼 가끔은 삶이 주는 우연성. 삶이란 것이 얼마나 인간의 의지를 배반하는 우스꽝스런 것일 수 있는지를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폭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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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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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내가 김경욱 작가님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소설을 보고 나서였다. 그때 당시에는 그 소설이 참 신선하고, 빠른 속도로 읽혀짐에 "그래, 내가 원한 게 이거였어!"라고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라는 표제를 보고 나서,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구나, 섣부른 짐작을 하고, 책을 훑어보았다. 무심코 넘기다가, 목차를 보고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소설이 실려 있어 덜컥 구입했다. 이미 "김경욱"이란 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어서인지, 다른 생각을 해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무턱대고 구입부터 했는데, 후회는 전혀 없었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 전반에 죽음(타나토스)이 녹아들어 있고, 대부분의 소설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었다. 간결한 문체에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어 질리는 감은 없었고(단순한 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끝없이 타들어 가는 불꽃, 강렬한 남성 파워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죽음을 넘어서도 그 느낌을 쏙쏙들이 받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또한, 이 단편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량함"이라고 뒤의 해설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 황량함을 서투르거나 낯설게 해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몸에 익숙해지도록 적절하게 짜 맞추었다는 것도. 그리고 작가 분은 영상세대의 모습과 사이버 공간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을 감상적으로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필치로 과감하게 그려내었다는 것도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고 있었다.
내게는 아직은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내가 제대로 구체화하지 못하는 "몽타주 기법", "포스트모던 소설", 하지만 끝없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 이 작가가 시도한 것은 낯설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배워야할 점이란 것을 알았다.
소설집 곳곳에 빠짐없이 배여 있는 우리 세대의 "단절"과 "탈 정체성", 앞으로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주제의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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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하게 해봐
정정희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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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널 사랑하게 해봐

등단 7년이 지나 처음으로 선보인 작가의 단편집. 이제껏 읽어왔던 장편소설보다 그 깊이가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다.
널 사랑하도록 만들어봐. 날 일어나게 해봐. 날 걸어다니게 해봐. 날 뛰게 해봐.
장편소설보다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된 참신한 비유, 감각적 문체, 생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진 고통, 고독, 불안, 권태, 상실, 결핍, 망각, 고립. 때로는 무심함에 가까운 감정 처리, 때로는 무의미한 일상을 한 단계 끌어올려 농담조로 툭툭 던지는 게 건방져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 가볍지도 않은 단편들.
늘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는 미처 성숙되지 못한 자아, 혹은, 자신의 생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지루해하고 동요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신경질적인 자아. 사회에 호소하고,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 주변인을 무의식적으로 괴롭히는 이들, 상실, 망각, 결핍, 불안, 권태, 고립 등등을 삶의 숙명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벗어날 수 없이 신경증을 겪는 자들. 정정희 소설의 주인공들의 공통된 모습.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닮은 소설. 하지만, 독자들에게 끈질기도록 소통을 요구하는 주인공들이 가득하다.
잔혹한 듯 하면서도, 애처롭고, 분리불안, 신경증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을 현대사회에 빗대어 예리하게 포착하여 역설적인 비유로 고루 닮았고, 이전의 장편소설들보다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단편집이다.
제목만으로 단순한 "연애소설"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 될 뻔한 생의 본질에 다각도로 접근한 고요한 깊이가 느껴지는 성숙한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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