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와도 완벽히 융합하지 않는 그녀 자신을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나’로 정의하며 세상과 융합하지 못하는 혹은 않는 내면의 고독성을 그린 이 시들은 에쿠니 특유의 심플함과 세련됨으로 무심한 듯 가볍게 인생의 고독과 슬픔, 은밀한 비밀들을 단도직입적으로 털어놓고 있다. ‘달콤한 허무주의자’ 에쿠니답게 단도직입적이고 심플하지만 쓸쓸한 여운을 주는 에쿠니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 일서로 읽었지만, 번역본 신간이라 리스트에 담아둔다. :)
실험적이고 파괴적인 걸 유독 아끼는(=_=) 터라, 내 취향의 시는 아니지만, 또, 언뜻 살피면, 개인적으로 시라기보다는, 그냥 문득 스쳐간 상황들의 끼적임에 가까운 기록인 것도 같지만, 소박한 일상에 시선을 많이 두는 작가를 좀 아끼는 편이기에 그저, 반갑다. (웃음)

 

 

치우침 없이, 생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돌며 늘 그리운 중심을 응시하는 박이현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밥 한 그릇처럼 따뜻한 그녀의 시 한 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신 말갛게 갓 솟아오른 샘물 같은 차가워지는 가을날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참깨를 털러 텃밭으로 나갔다.
작고 어여쁜 분홍 꽃 꽃투리는 여름내 비와 바람을 이겨내고 노란 깨알을 채웠다.
잘 마른 깻단을 거꾸로 들고 방망이로 내리치니 장판위로 토독토독 떨어지는 깨알 소리……
검불을 걷어내고, 고물거리는 벌레들도 주워내며 향긋한 깨 냄새를 맡다보면
내 어깨 위로 내려와 앉는 가을볕이 따스했다.
깨알말 한 시 한 줄도 채우지 못하면서 세월만 보냈다.
슬며시 갈비뼈 사이에 손을 넣어 주름 많은 마음을 꺼낸다.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눈높이에 맞게 올려놓는다.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우리 조금만 더 함께 살자.”
잘난 시 때문에 나의 詩心은 늘 떨고 있다.
단정하고도 고소한 시는 어디에 숨었는지.
통통하고 스스로 열리는 깨알 같은 시와 살을 섞으며
오래도록 꽃잠 속에 들고 싶다.
그리하여 필요한 마음만 골라 덮으며 깨 냄새를 맡다보면
마음 밭 위로 톡톡 시 떨어지는 소리 들을 수 있을 것이다.

2009. 11
박이현
 

평전과 키워드로 읽는 새로운 시 읽기

제1부에서는 백석의 생애를 그가 남긴 시와 알려진 행적 등을 바탕으로 하여 평전 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영어 교사로 부임하여 유창한 발음과 세련된 옷차림으로 학생들의 선망을 받았던 사연, 짝사랑으로 그치고 만 통영의 ‘란’을 향한 연모의 마음, 첫 시집 출간 후 시단의 폭발적인 반응 등을 비롯하여 만주에서의 외롭고 고단했던 삶이 시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살피고 북한에서의 마지막 행적도 추적해보았다.
제2부는 키워드로 읽는 백석의 시이다. 음식, 여행, 고향, 장터, 이야기, 방언 등 백석의 시 하면 떠올려질 만한 키워드 별로 대표 시 27편을 추렸다. 제3부는 비교적 후반기에 쓰여진 동화시 등 아동문학으로 분류될 만한 대표작과 시만큼이나 유려한 문체가 빛나는 산문을 수록하였다. 제4부는 ‘이미지로 보는 백석’이라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 백석의 연보와 함께 다양한 사진 자료를 덧붙여 백석의 문학 세계를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몰락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화가 클링조어가 어느 해 여름 죽음의 그림자가 자기 앞에 드리우고 있음을 알아채고 남은 생명을 모두 소진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는 이야기이다. 포도주와 아름다운 여인들, 낭만적인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스스로를 중국의 시인 이태백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친구인 시인 헤르만을 두보라 부를 정도로 동양적인 사고와 사상에 심취해 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생에 대한 욕구와 죽음의 그림자 사이를 오가며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 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방 안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클링조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과 몰락을 환영하고 기꺼이 소멸하려 한다. 이러한 클링조어의 태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 특히 문인이나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몰락’이라는 구호와 상통한다. 이는 국가나 정치의 몰락 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몰락이 아니라, 낡은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환영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헤세에 따르면, 몰락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고, 모든 대립은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착각이다.
그림과 음악, 문학이 절묘하게 조화된 환상적인 소설
헤세의 작품들 중에는 자전적인 요소를 가진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 작품은 헤세가 1차 세계대전의 폐해와 가정의 붕괴라는 이중고로 정신적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1919년 여름 약 네 주 만에 신들린 듯 써 내려간 것으로, 그의 고뇌와 열정이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그는 치료의 일환으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1925년의 어느 편지에서는 “내 생애 가장 힘든 시기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나를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화가 고흐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인물인 클링조어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린 화가로서의 헤세 자신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 클라분트는 이 작품이 이전 작품과는 다른 헤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뒤늦게 그림 공부를 시작한 헤세가 이 작품에서 그림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죽음 앞에서 미친 듯이 붓을 휘두르며 힘든 싸움을 하듯 그림을 그리는 클링조어의 모습에서 당시 헤세가 처했던 상황과 그가 느꼈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와 '풀'은 돈보다도 둘이 함께 하는 시간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들만의 삶의 방식도 '나'의 알코올 중독과 풀을 독점하고자 하는 집착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는데…. 소설 <풀이 눕는다>는 '풀'과의 만남, 사랑, 그리고 두 번의 헤어짐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을 '나'의 방황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의 작가 정이현의 장편소설. 여유로운 일요일 오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 같은 서울이라는 도시, 그리고 2월의 한강변. 변사체가 떠오른다. 허리에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돌멩이를 묶고 있는 남자는 오랫동안 물밑을 떠돌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 말이 없다. 아직은…
 

 

 

 

  

거짓말이 승리하는 사회에 대한 흥미롭고 날카로운 풍자가 펼쳐진다. SF적인 디테일, 거짓과 진실을 놓고 벌이는 논리 대결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다.
 

김진경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본심 심사위원) :
<거짓말 학교>는 주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치열함이 돋보이는 선이 굵은 작품이다. 게다가 그 치열함과 굵은 선을 생경하게 드러내지 않고 SF적 기법, 추리적 기법을 도입하여 긴장감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치밀한 세부 설정과 묘사가 큰 골격들을 받치고 있어 가까운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지금의 현실처럼 다가온다. 작가의 인문 교양적 축적과 문학수업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의 역량이 죽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현 (동화작가) :
솔직하기로 따지자면 <거짓말 학교>는 그 어떤 동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네 세상이 거짓말로 쓰인 치밀한 각본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한 거짓말을 잘하기로 따져 보아도, 역시나 <거짓말 학교>는 돋보이는 동화다. 구체성을 확보한 능숙한 거짓말에 독자는 그만 홀딱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 실감나는 SF 설정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가 드러내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거짓말 같은 진실을 들려주는 진실 같은 거짓말이 당돌한 빛깔로 우리 동화의 사각지대를 밝혀 준다.

≪모리츠 단편집≫은 헝가리 작가 모리츠 지그몬드의 단편소설 열 편을 담고 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해체되는 농촌 공동체와 그 안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 근저에는 흔들리지 않는 인간애가 존재한다. 그것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헝가리 문학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현실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가능성을 말하고자 애를 쓴다. 희망이란 마치 신기루처럼 실제의 현실과는 오히려 멀리 떨어진 채로 존재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서는 일종의 당위처럼 느껴지는데, 이를 흔히 모리츠의 양면주의 기법이라 칭한다. 깊은 어둠은 도저한 희망을 예비한다. 캄캄한 밤이 지날 때 멀리서 보이는 희뿌연 새벽빛과도 같이 그의 휴머니즘은 깊고 튼튼하다. 그의 유머들이 고향의 저녁연기처럼 푸근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비밀의 언어’를 숨기고 있는 주변의 대상을 찾아내 시를 쓴다. 숨겨진 대상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해방시키고, 자신의 침묵을 극복하고자 시를 쓴다. 그래서 시를 쓰는 일은 진실의 추구임과 동시에 고통이자 방황이다.
창작은 대부분 생각에서 나온다. 시 창작의 과정은 사유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사유 여행을 하면서 언어와 연애를 한다. 낭만적인 연애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그렇지가 않다. 언어는 매우 오만하고 부끄럼을 잘 탄다. 시인은 누구보다도 언어의 오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통이 크다. 시어는 시인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불러도 잘 대답하지 않고, 찾아 나서면 숨어버린다. 영감으로 가슴에 북받쳐 오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할 때도 언어는 고분고분하지 않다. 언어와의 대화에 실패한 시인은 영원히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녀의 시에서 창작의 문제는 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묘사된다. <비 이야기>, <침묵>, <오한>, <몽유병자들> 등 많은 시들이 육체적 고통과 질병의 차원으로 전이된 창작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
아흐마둘리나의 시에는 환상적 서정이 흐른다. 그녀의 시에서는 역사적, 의학적, 물리적 가능성을 초월한 꿈결 같은 상징성을 띤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억제된 이야기 형식의 환상이 있다. 작품에 나오는 희미한 추억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분위기는 현대 생활의 묘사에 그 어떤 신비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정의된 정상상태와는 분리된 시인의 존재가 메타포로서 제공된다. 영감이 떠오를 때 시인은 현실을 탈출하여 환상세계로 날아간다. <여기 빗소리 들린다>와 <당신의 집>은 이러한 시인의 세계를 다룬 시들이다. 고독을 느낄 때, 군중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때, 그녀는 사랑의 영감을 찾아 나선다. 사랑과 영감의 공생 관계는 시 <12월>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두 연인의 말에서 잘 설명되고 있다. 아흐마둘리나의 시에는 인간의 행복과 고통과 희망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이 나타나 있다. 그녀의 시는 감정과 분위기의 묘한 음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스무 권의 시집 중에서 50편의 작품을 엄선한 것이다. 위고는 낭만주의 시인으로서 우수에 찬 서정시들을 발표했지만, 그 밖에도 화려한 색깔과 강렬한 빛으로 지중해나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의 경치 등을 뚜렷한 개성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당나라의 시인 이하는 불우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미의식을 구축했다. 현실 세계의 고통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 그의 시세계는 더없이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과 시어들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는 순간마저도 닿을 수 없는 현실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서 비애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귀(詩鬼)라는 음울한 별호가 그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문 소설인 ≪사씨남정기≫,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수필집·비평집. 김만중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꼽힌다. 이 책은 대부분 시와 관련된 이야기 및 비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소설과 산문과 관련된 것들도 있다. 주자주의를 견지하면서도, 주자주의적 문화관과 문학관을 비판했으며 우리말로 이루어진 국어문학의 독자성과 의의를 주장했다. 김만중의 선진적이고도 주체적인 견해는 문학관의 진보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를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해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시 창작 안내서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화남, 2009)이 나왔다. 2009년 윤동주상 문학대상을 받은 시인 공광규(49)씨가 등단 후 20여년 이상 창작 경험과 대학 강의, 그리고 문학교실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하여 묶은 시 창작 수업 자료집이다.
저자는 시가 창작능력을 지닌 전문시인과 연구하는 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시 읽기와 쓰기를 교양으로 해 왔듯이 현대의 시 읽기와 쓰기도 교양으로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창조가 중시되는 감성의 시대에 교양서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이야기를 삽화처럼 끼워넣고 있다.
또 공자의 말은 인용하여 시를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여야 하고, 시를 알거나 좋아하는 것보다 시를 즐기는 것이 낫다고 한다. 저자가 최근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9) 후기에 평론가의 해설 대신 붙인 자신의 산문인 ‘양생의 시학’ 요지처럼 모든 예술은 양생을 위한 것이므로 시 공부가 고통스럽다는 등 엄살이나 겉멋을 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이 책으로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이자 감성의 보물창고인 시를 알거나 좋아하는 것을 넘어 놀면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저자는 이 책을 읽는데는 책상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대중교통과 식탁, 공장 쉼터, 여행지 등 아무데서나 이 책을 틈틈이 펼쳐 공감과 조화의 힘을 키우고 상상력을 단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현우 ('로쟈의 인문학서재' 저자) :
내가 거주하는 알라딘 마을은 책 마을이어서 모두가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수다를 떤다. '고수'도 많고 '강자'도 득실거린다. 하지만 이 마을의 '면장'이라면 단연 파란여우님이다. 염소치기 면장님이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사람들은 늘 궁금해 한다. 책상물림이 아닌 '칼을 찬 독서가'의 용맹정진 독서기가 당차게 펼쳐진다. 도저하며 거침없다.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는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토끼 릴리가 운영하는 바(bar)도 있고, 오래된 극장 트윙클 스타, 정크푸드 레스토랑인 다이너 등이 있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가 출간되었다. 이곳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에는 이제 막 동거를 시작한 풋풋한 연인 하루와 미미 커플,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테리어 브브와 샤벳, 뜨거운 사랑을 하는 신혼부부 기린 린키와 얼룩말 시마조, 인테리어 디자이너 타조 조세핀과 정신과 의사 두루미 존 가라 씨 게이 커플 등이 살고 있다. 이외에도 우정인지 사랑인지 경계를 넘나드는 커플 가면남과 고양이 베호,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카라나 형제와 프랭크자파 스트리트의 2대 인기남 판다 와이와이 등 인간과 동물이 공존한다. 이들이 펼치는 일곱 가지 이야기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짝사랑, 신혼 생활을 방해하는 집주인 떼어놓기, 우정과 질투의 경계, 사랑을 잘 몰라 고민하는 연애초보 등 아기자기하지만 유쾌한 일상들이다.
 

『그라알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페르스발의 이야기가, 후반부는 고뱅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전반부와 후반부는 서로 관련이 없이 전개되며, 더군다나 후반부는 그라알과 무관하게 전개되어 어쩔 수 없이 미완성 초고의 한계를 보여 준다. 그러므로 작품 전체에 대한 독해는 미진한 채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수많은 후속작들을 탄생시켰다. 하나는 이 신비한 그릇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와 관련하여, 또 다른 하나는 주인공들의 모험이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와 관련하여 후세 작가들은 거듭 이야기를 발전시켰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수수께끼 같은 이 『그라알 이야기』는 소진되지 않는 의미의 원천이 되었다.
 

 

『그와 그 사이』는 대체로 소외와 불안에 관한 것이다. 친구들에게까지 허장성세를 부리며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한 사회부적응자와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대응태도를 그려 보이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소통과 소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가 최창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둡고 황량하다. 이곳에 사는 인간은 소외되고 불안에 젖은 자들이며 그 궁극에는 자해와 폭력, 살인과 자살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고집스런 시선과 예민한 언어의 촉수를 통하여 이러한 세상의 비극적 실상을 정확히 조명하고자 한다. 근원의 탐색이며 치유의 방안 같은 것은 차라리 관심 밖이다. 소설은 철학도 정치도 아닌 문학 그 차제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상(事象)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일 뿐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소설의 규범에 충실한 편이다. 소설을 가리켜 ‘우회적 통로’라고 일컫는 바와 같이 문제의 제기에서 그치는 소설의 속성에는 사실 원인과 해결의 방안까지도 포함돼 있다.
 

『유정천 가족』은 실재하는 거리가 무대이긴 하지만 완전한 별세계를 그린, 작가의 뚝심과 여유작작함이 돋보이는 본격 엔터테인먼트 판타지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대한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이 서로 똘똘 뭉쳐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참한 줄거리를 가진, 겨울을 앞두고 살이 통통 오른 너구리처럼 푹신푹신 푸근한 소설이다.
가족의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사회가 각박해지고 더 허약해지고 있다. 좋아도 나빠도 단단하게 뭉쳐 살아가는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가족의 참의미를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교조적인 해석보다는, 가족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믿고 유쾌하게 살아가면 세상은 한없이 밝고 부드러운 곳이라고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가족은 ‘좋은 것’이다.

 

인생은 수수께끼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지만 그 답을 풀 수 있는 힌트도 곳곳에 남겨둔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며 반짝이는 신호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힌트를 얻고 내가 풀어가는 만큼 인생은 완성된다는 것을 케이트 톰프슨은 탁월한 솜씨로 보여준다.
《밤을 쫓는 아이》는 꿈을 찾아 부유하는, 성장의 경계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선사한다.
 

 

 

 

 

석굴암에 관한 최초 기록사진은 1909년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로부터 백년이 지난 올해 2009년까지 근대기 백 년 동안 촬영된 석굴암 희귀사진, 주요 기록사진과 엄선된 예술사진을 연대기적으로 집대성하고 맛깔스런 해설을 붙인 사진책 <석굴암 백년의 빛 - 사진으로 읽는 수난과 영광의 한 세기>가 출간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석굴암’이라는 단일 주제로 기획된, 이제까지 그 내용상 가장 총체적이며 큰 규모의 출판과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석굴암 근대 백년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석굴암 연구와 보존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온화한 빛의 화가, 베르메르의 삶과 작품을 '황금시대'로 알려졌던 당시 네덜란드의 문화,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조명한 책.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측면에 각각 다른 색의 색띠를 사용했다. 노란색은 베르메르의 삶과 작품을, 하늘색은 당대의 역사, 문화적 배경을, 분홍색은 주요 작품 분석을 가리킨다. 여기에 간략한 소개글, 몇 개의 도판을 설명과 함께 실었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클래식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이 집약된 결정체다. 작곡가들에 대한 짓궂은 농담과 연주자이기에 들려줄 수 있는 익살스러운 에피소드 덕분에 독자들은 곳곳에서 폭소를 터뜨리며 클래식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곡에 대해 그가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전달받은 후에는 당장이라도 음반 가게로 뛰어가 그 곡이 들어 있는 앨범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그의 열정이 지닌 힘은 엄청나다.
 

 

 

  

국내 스포츠저널리스트 1세대인 지은이는 프로야구 출범 이래 현장을 지키며 영원히 남을 대기록과 명승부에 얽힌 수많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애환을 곁에서 지켜봤다. 이 책은 그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기록 자체보다는, 그 기록을 더욱 값지고 의미 있게 만든 인물들이다.
기록은 승자의 몫이다. 야구의 역사도 당연히 승자인 주인공 위주로 기록 된다. 평생을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해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물들을 중심으로 야구계의 막전막후(幕前幕後)를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성격을 규명하는 다양한 심리 실험과 추적조사
인간 성격을 규명하는 다양한 심리 실험과 뇌과학 이야기도 펼쳐진다. 걱정, 불안, 슬픔, 기쁨, 행복감 등의 감정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밝히면서 성격이 뇌신경과 유전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한다. 마약, 도박, 알코올에 빠지는 사람들, 우울증과 신경과민인 사람들, 외향적인 사람들의 뇌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면서 성격이 단지 심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으로 풀어야 할 숙제임을 지적한다. 인간의 성격특성(외향성, 친화성, 성실성)을 밝혀내기 위해 행해진 다양한 심리 실험과 추적조사(아이오와 도박과제, 침팬지 실험, 독재자 게임, 터먼의 아이들 사례 연구 등)는 인간 성격의 파노라마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복잡한 성격 심리를 명쾌하게 해부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통찰력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사람들이 가진 성격의 잠재력과 위험요인을 날카롭게 지적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어진 거대한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뭔가 모색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 모색의 출발점은 자신을 자각하는 것이고, 자신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격과 그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Personality Types: Using the Enneagram for self-discovery, Rev. ed.를 번역한 것으로, 1987년에 초판을 출간한 후 개정을 통해 내용을 수정·보충 삽입한 것이다. 즉, 에니어그램에 대한 본질적 접근을 위해 노력하면서 에니어그램 연구의 발달사적 의미를 해석하고 있는데, 특히 이 책에서 두 저자들은 에니어그램의 체계를 과학적으로 해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많은 임상사례를 통해 에니어그램의 지혜는 더욱 깊이 있게 발견되어 개정판을 내면서 더욱 풍부한 에니어그램의 본질을 추구하게 되었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종전의 내용에 성격의 핵심적 역동성을 포함하는 ‘발달 수준’을 첨가함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퇴보에 따른 자기처방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성격유형과 초기 유아기와의 상관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더욱 명확한 용어로 성격유형의 발달적 기원을 터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상의 미학, 미학의 일상
일상적 사건들을 포스트구조주의 현대철학으로 해석

이 책은 ‘노마드 강의’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신문 <뉴 데일리>에 연재되어 호평을 받았던 글을 묶은 것이다. 최신의 철학 이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젊은 여성들의 레이어드 룩이나 팬시 상점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그 속에 감추어진 참신한 현대 철학의 원리를 알 수 있게 된다.
하찮거나 일상적인 다양한 사건들을 포스트구조주의 현대철학으로 해석했으며, 그 최신의 현대철학 이론들이 실은 플라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암암리에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라는 사회를 해석하는 독특한 방법을 독자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주제, 다양한 접근의 방법을 썼다고 말한다. 고도의 인문학 이론을 개진하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게 차분히 풀어쓴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오늘날 비엔나는 고전과 현대가 융합된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보수와 함께 개혁과 진보를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 비엔나이다.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현대적 감각의 건축물을 구상하기도 전에 비엔나에서는 이미 오토 바그너와 훈데르트바서 등에 의해 첨단 감각의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첨단과 고전의 공존은 비엔나 중심지역에서 자주 대면할 수 있다. 슈테판 성당과 마주보고 있는 하스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를 지향하는 도시, 이것이 비엔나의 비밀이자 매력이다.
이 책은 비엔나의 구(舊)시가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탐구하듯 산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의 발걸음은 느긋하지만 집요하다. 비엔나의 골목길과 예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라면 거리의 이름부터 작품에 담긴 이야기까지 모두 촘촘히 기록했다. 비엔나 토박이인 지인들의 도움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특별하고 주제가 있는 여행을 추구하거나 음악이나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비엔나의 역사와 예술, 문화유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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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마법의 국물요리 레시피~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맛있는 <국>을 쉽고 깔끔하게 끓이는 방법, 된장이나 고추장에 다양한 재료 넣고 갖은양념 하여 얼큰한 <찌개> 끓이는 방법, 냄비에 가득가득,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푸짐한 <전골>요리 감칠맛 살리는 방법, 간과 위, 장에 좋은 재료들을 모아 시원한 <해장요리> 만드는 방법을 선보인다. 

 

 

 

 

요리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료와 재료들의 궁합 맞는 조화와 정확한 양념 분량, 불의 세기와 시간 조절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원하는 맛이 나오게 되어 있다. 대충대충이 아닌 족집게처럼 하나하나 짚어주는 이 요리책은 어떤 요리책보다도 만드는 법이 상세하다. 이 책을 보고 요리를 만들다보면 아쉬움이 없다. 궁금증이 사라진다.
이 책의 메뉴 구성은 식탁과 가장 가까운 반찬, 밑반찬, 김치, 찌개, 전골, 국을 중심으로 손님초대, 간식, 휴일별미, 김밥, 주먹밥, 미니오븐요리까지 책속을 가득 채워 모든 이들이 아쉬움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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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1-3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백석 시집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걸 사면 되겠군요. 넘 고맙습니다.

302moon 2009-12-08 21:43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 백석 시인이었는데,
정본 백석 시집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나오면 또 솔깃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웃음)
반갑습니다. 종종 뵈어요. ^^

blanca 2010-01-2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시 이 페이퍼로 돌아와서 제가 302moon님을 처음 뵌게 백석시집을 검색하다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에쿠니 가오리와 각종 심리서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며 이 박학다식한 뮤지션(맞지요?)에 감탄하고 있는 중입니다.

302moon 2010-01-27 22:58   좋아요 0 | URL
감탄할 정도는 아니랍니다. ^^;
그저, 호기심과 관심 분야가 많은/
뮤지션이라면, 저?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활동 중인 뮤지션은 아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