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소년 1집 - 20th Century Boy
20세기소년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마음에 드문드문 곡선 긋기.

 

버튼 달칵거림 하나로 무엇이든 가능한 만능 멜로디 박스 같았다. 몇 가지 지정 버튼이 있어, 마음 내키는 대로 꾹 힘을 실어 누르면, 그 상황에 맞춘 자유자재 선곡된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듯.
오솔길을 걷는 '오즈의 마법사' 친구들의 행진처럼 느껴지는 스케치가 활기차고 선명한 영상으로 동동 떠오르고 있었다. 때로는 무거운 마음을 홀가분하게, 때로는 추억의 불러오기를 해서 그 시절을 재현하기에 도움을, 어느 부분에서는 숲속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곤충과 개구리, 새의 연주가 귓속에 한가로이 매달려있는 것도 느껴졌다.
둥둥거리는 울림이 언제까지고 쥐고 흔들어, 덜컹거리는 마음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두루두루’거리는 허밍이 어떤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을까, 다음에 이어지는 가사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켰을까- 곰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발길을 재촉하는' 음악의 속도 반작용으로 어느 순간에 기우뚱거렸다가, 주저앉았다가, 다시금 영차하고 일어나 차근차근 몸을 움직였다. 쓰러질 듯 말 듯 지그재그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조심조심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몽롱한 머리에 찌릿찌릿 자극을 가해온다.
이 노래가 '나의 세상을 흔들어' 저절로 그 장소의 리듬으로 변해, 언제까지고 잠길 수 있는 파도를 형성해주었다. 현란한 '기타의 외침'과 삐죽 튀어나온, 책에 가만히 끼워둔 그리운 친구의 편지를 읽는 기분은 내내 함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았던 처음의 기분은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휘감겨있던 공허함도 거둬갔다. 꿋꿋한 발걸음으로 지나온 '길'도 어디까지고 뒤따라오고 있었다.
기억의 장소는 아무 때고 재생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벌써부터 사각사각 흔적을 남기며, 주위에서 바람의 자취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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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의미죠??
    from 브람스 + 피터팬 2008-07-26 02:23 
       음반회사 다닐 때, 반의지로 썼었던 리뷰 참여 이후에 오랜만의 참여..  암튼, 의미있게 우리 작품을 평가 하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꾸벅!!  업데이트를 지향하는(?) 우리 홈피(피터팬뮤직)에도 자주 놀러오시구요,  쇼케이스에도 놀러 오시기 바랍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