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05년 봄 문단에 데뷔한 김태용의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는 '그로테스크한 풍경 속에 흔적 없이 해체 되는 전통 가족 서사'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기괴하다. 뚜렷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 점, 이야기 맥락의 전과 후를 일부러 해치는 동어반복과 뛰어넘기, 단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무의미화 시키는 작업 등 구성과 형식 상의 특징 또한 낯설다.

죽은 아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 '풀밭 위의 돼지', 친구의 아내와 욕망관계에 있는 사내가 주인공인 '검은 태양 아래', 죽은 아빠가 들어 있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한 가족들의 이야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 절대로 침낭에서밖에는 잠들 수 없는 남자가 등장하는 '잠'을 포함해,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

불안과 부끄러움의 나날들이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어김없이 녹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취미가 없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연민과 공포를 가졌다.

오독의 과정이 곧 글쓰기라고
말한다면 다시 그대들은 오독을 하고 말 것이다.

내가 오독한 글들을 조용히 떠올려본다.
수면 위에 간신히 떠 있는 글들
수면 아래 구태여 가라앉아 있는 글들
그리고 스스로 늪이 되어버린 글
어쨌든 살아 있어주어 고맙다

아내와 두 아이 현울, 현담으로부터
지상의 유일한 양식 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나의 첫번째 문장은 그들의 것이다.

두 아이 역시 언어를 찾고 나면 나의 글을 오독하겠지.
그 생각이면 또 다시 불안과 부끄러움이다.

보이지 않는 독자로 살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 보이는 작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두려운가요.
묻는다면
그렇지만 흥미롭지요.
세계는 여전히 농구공 같으니까요.
라고 대답하고 싶다.

21세기가 조금만 더 간절히 나를 원했으면 좋겠다. - 김태용

*

: 작가로서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식을 제대로 건져낸 것인지 의문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진실에 가까운 건 오직 작가만이, 아니 그 자신도 모를 경우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어쭙잖은 글을 쓰면서 간혹 그런 짚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피아노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9 
최하연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누군가 엿듣기를 바라는 독백,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발견하고 싶은 독백"이라는 평가와 함께,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최하연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언어의 자유와 의미의 질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참신한 화법으로 매혹적인 연주를 한다.

피아노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을 책상 위에 그려놓고, 가만 귀 기울이고 있어요. 당신의 소원은 검은건반에서 뛰어내리는 것, 그리항 일생일대의 화음으로 나를 부활시키는 것, 당신의 경전마다 엉터리 활자를 찍어놓고, 페이지를 봉인하고 있어요, 나는 나의 다음 페이지가 무조건 될 수 없다는 것,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신발을 벗으며 '그것 참'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당신이 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나도 당신이 있던 그곳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당신의 멈칫함이 나를 일깨우는 바로 그 주문이길, 두들겨라, 두들겨라, (나의 건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나의, 나를 위한 마침표는, 언제나 나의 시작 전에 찍히고 있어요, 도돌이표 마디마다 당신은 돌아오고 있겠지요, 가로지르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당신을 향한 나의 좌표를 잃게 만들고 싶어요, 당신은, 또다시 그 높은 절벽, 검은건반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있네요,

*

시를 배달하러 나간다. 처방전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달랑 한 장. 누구의 사인도 들어 있지 않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그 언니, 시를 지으시네, 배달을 나가시네. - 최하연

*

:시집의 내용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시집이 계기로 작용하여 오늘, 특별 에피소드가 생겼다. 궁금한 사람은 슬쩍 찔러봐요.(웃음)
중*고등학교 때는 지지리도 싫어했던(;) 피아노, 지금은 기타*베이스*드럼만큼이나 좋아진 악기.

개를 돌봐줘 | 원제 Prenez Soin Du Chien (2006) 
J.M. 에르 (지은이), 이상해 (옮긴이) | 작가정신

마주 보는 두 아파트 주민이 서로를 관음증 환자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기기묘묘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들면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미셸 에르의 데뷔작. 세련된 유머와 송곳 같은 반전이 공존하는 미스터리 장편이다.


*

:일단,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퍽 흥미롭다. 자기 식의 판단이 부르는 결과라던가,
저기 위의 소개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관찰하며, 막판의 반전이 뭘까 이리저리 더듬어나가는 과정의 재미가 쏠쏠할 듯. &경악하고 말 결말이 뭘까.
적립금도 있겠다, 주문해야지~

:아니, 음반 소개에, 이 사람들을 엄청 띄워주고 있다.
팬이지만, 가끔, 터무니없다 느껴질 때가 있어.
몇몇 최고니 어쩌니, 최초니 어쩌니,(그럴 리가 없잖아-_-)
하는 이야기. -_-
이미 들은 적이 있는 곡이라 그리 새로울 건 없지만,
신보라니까, 그냥 소개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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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밭 위의 돼지...끌리는군요.^^ (독특하고 괴상한게 좋은 외계인)

302moon 2007-11-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문했지요.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은데. 방방 뛰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웃음)
독특하고 괴상한 건 좋은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