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평범한 일상들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얼핏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도시의 변두리,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인물들은 과연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러한 의문을 던지면서, 희망의 계기가 될 줄 알았던 것이 역설적이게도 파국의 계기가 될 때 초래하는 섬뜩함을 건조하게 묘사한다. - 책 소개.


편혜영의 소설은 이제 '악몽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의 악몽화'를 겨냥한다. 이 변화는 명백한 변화다. 욕망이 재능을 만나면 역사가 된다. 이번 작품집에서 그녀는 그녀가 욕망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해내고 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 목요일, 매장을 둘러봤는데, 그때는 신간 코너에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사정 상 매장에 들르지 않아 확인을 못했다. 굳이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내 손에 들어올 거라는 걸 안다. 다만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되풀이하고 싶을 뿐. 누군가의 일상,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 속을 헤집어봤을 때(가능하다면)그 복잡한 내면을 알고 대개 소스라치듯 놀랄 수 있다. 대부분 자신만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겉으로 헤헤거리고 웃는 사람은 자잘한 걱정마저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봤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그 얽힌 회선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 그녀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갔을까 궁금증 증폭. 당연히 ‘소장’. 그런 것이다.

 

이별의 능력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6 

"경계에 걸려 흔들리는 불안한 감성"이 첫 "시집의 미학을 조준"(이장욱)했다면, <이별의 능력>에서 그녀의 시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시뮬라크르들을 사랑하라"고 "은은하게 권유하고 발랄하게 유혹한다."(신형철)는 평가를 받았다.

김행숙 시인의 언어는 특정한 시적 의미로 수렴되지 않고 의미의 바깥으로 흩뿌려진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현상은 '상징'이 아니다. 그것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실존적인 뉘앙스를 풍기지 않으며, 특정한 느낌의 전달만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이것을 '시뮬라크르'로 설명한다.

- 책 소개.


이별의 능력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시인은 화자의 너머에 존재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귀신처럼 화자의 내부를 통과한다. 그것은 이제 서정에서 일탈하여 다른 서정에 도달한다. 이 미묘한 화자의 위치야말로, 그녀의 시가 가진 낯선 서정의 비밀이기도 하며, 이제 우리가 도달해가는 '현대시'의 어떤 징후이기도 하다. - 이장욱 (시인, 문학평론가)

그녀의 시가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그만큼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아가 그만큼 진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의 시는 은은하게 권유하고 발랄하게 유혹한다. '시뮬라크르들을 사랑하라.' 김행숙 시의 정언명령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 분명한 ‘경계’, 불분명한 ‘경계’, 그 차이를 확인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다. 어쩌면 나의 시 세계는 지극히 ‘협소’한 게 아닐까, 아니 그보다도 ‘세계’란 것을 내세우기 우스울 정도로 조그만 버튼 같은 것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낯선 서정, 그 징후를 담아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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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육장 쪽으로란 책 정말 궁금증 증폭이네요.^^ 꼭 읽어보고 싶은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