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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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코드 형성, 배움의 기회, 새로운 발판.
*_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0622).
이번 리뷰, 또한 계획보다 약간 늦었다. 즉각 리뷰가 효과가 더 큰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가물가물, 조마조마한 상태로 리뷰 시작.
처음에, 신간 코너에 피쉬 스토리랑 나란히 깔렸을 때, 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쪽을 살짝 외면했다. 피쉬 스토리, 단편집이란 것에 무진장 끌려서, 먼저 구입했던 것이다. 쭉쭉 외면하려 했는데, 그 결심이 무너졌다. 확 엎어버린 것이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후딱 멈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끌려들어간 것이다. 아뿔싸,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았다. 2005년 1월 <칠드런>을 곧장 구입해서 읽고, 급속도로 빠져들어 다음 작품을 기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작 아저씨의 소설이 여기저기 널리게 되었을 때는, 잔뜩 찌푸리고 본체만체했지만. 브레이크가 풀리고, 다시금 빠져든 순간. 찌릿찌릿한 감각을 불어넣으며, 리뷰에 집중을 한다.
이 책의 커버를 덮고, 되새기는 과정에서 영상을 그렸다. 처음 칠드런을 접했을 때의 조각 영상, 지난번 피쉬 스토리와 사신 치바를 거쳤을 때의 각인되었던 영상, 새로운 이미지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그리하여 애써 딴청피우며 안 읽으려 들었던 남은 작품들을 다 질러버렸다. 계열, 타입을 무시할 수 없는 건데, 내내 우기고 있었던 것이다. 피식. 이젠 절대 안 그럴 거다. 좋아하는 아저씨들의 작품을 줄곧 기다리고, 꾸준히 읽고, 꼼꼼하게 리뷰를 쓸 거다.(그 드러남은 엉성하고 많이 부족한 리뷰일지라도, 과정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단, 화자가 ‘시나’일 경우, 1인칭 관찰자 시점. 좀 더 파고들수록 심리 묘사가 얕게 둥둥 떠 있고, 스토리 위주로 들려주기를 하려는 것이구나 싶었다. 완결을 되짚었을 때, 장치를 만들고, 교묘하게 트릭을 설정할 수 있는 시점 선택은 좋았다고 생각했다. 특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한 꺼풀 벗겨보면, 어쩌면 '주변인물‘ 그러니까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는 바탕이 깔렸다. 아저씨가 말하길,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다른 소설에서 ’부수적 인물‘로 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나는 그런 면에서 와글와글 반응을 했다. 어딘가 이어지고 있다는, 숨겨진 골목 같기도 한 머릿속 풍경이 쉬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다만, 이번 소설에서는 지난번과 달리, 아저씨의 강렬함이 미묘하게 풀썩 가라앉았다는 개인적 판단이 있었다. 번역 쪽으로 약간 문제도 포함되었고. 208쪽의 증발되어 갔다, 라는 부분. 원서에 명시된 그대로 번역한 거 같은데, “가다”라는 단어가 진행형으로 쓰이니까, “가다”라고 곧바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증발되었다. 라고 하는 쪽이 더 낫고 정확함에 가까울 거라는 개인적 의견이 있다. 210쪽의 연신 -> 연방, 으로 고쳐주어야 한다.
(전체적 문장이, 조금(미묘한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 초반에는 그나마 무난했다. 중간에 접어들었을 때, 간혹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력 향상의 가능성이 보여서 좋았다. ^^) 번역에 관한 부분에서 좀 더 짚고 갈 게 있다면, 상상플러스에 더러 나왔던 우리말을 넣었다는 데에 흐뭇했다는 것이다. 55쪽의 허투루, 270쪽의 헛물켠. 뭐, 상상플러스에 방송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어휘지만, 다시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는 것! 쓰임새도 살짝 헷갈렸던 게 있다면, 즉각 확인할 수 있고.
69쪽, 꽝꽝나무. 인터넷 검색으로, 백과사전에 나오는 부분을 붙인다. 감탕나무과(―科 Aquifoliaceae)의 감탕나무속(―屬 Ilex)에 속하는 상록관목.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나 전라북도의 바닷가에서도 볼 수 있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는 1.5~3㎝, 너비 0.6~2.0㎝로 작은 타원형을 이루며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이다. 꽃은 5~6월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피는데 수꽃은 총상(總狀)꽃차례로 3~7송이씩,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1송이씩 핀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목재를 널판이나 기구를 만드는 데 쓰고 있으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중계리의 꽝꽝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출처: Daum 백과사전.)
이렇듯, 무언가 찾아볼 단서를 제공하는,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뜻 깊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리벙벙한 주인공을 내세워, 갸웃거리면서 따라가게 의도했고, 거의 절정 부분에 이르러서 팍팍 연거푸 강속구를 무지막지 날려주는 것이었다. 당황, 그리고 번쩍임.
왠지 미심쩍은 기운이 쫙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미묘함이 있더라니, 그렇게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에잇, 속았잖아(;) 막 툴툴거리면서도, 은근히 미소를 드리울 수 있었다. 사신 치바와 마찬가지로, 이틀 붙잡고 있었고, 작업할 때를 제외하고 오로지 이 책만 들여다보게 되었다. 밖에 있을 때가 더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두 번째 속독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세계로 환상의 진공청소기처럼 쭉쭉 빨아들인 코타로 씨에게 감격했던 것이다.
신을 가둔다는 의식을 담은 영상, 책을 덮어도 퍼뜩 떠오르고 있다. 절묘한 대사에 솔깃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고, 마지막에 시바 견이 등장하는 장면은 제자리(시나와 도르지의 관계가 지속되는 게 아닐까 싶은)를 찾을 거라는 걸 암시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력 우승의 가능성이 없어진 야구팀의 팬이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야구다.’라며 딴전피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포기하지 못했다.] - 427쪽.
야구 표현이 이따금 등장하는 것에, 또한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2003년 당시, 내 번외소설에 테마로 지정했던 야구 표현을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2편 남겨놓고 중단해서 아쉽기도 했고, 내 친구가 많이 응원해주었던 소설이라 어떻게든 완결은 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내게는 자극이 되기도.
그리고 시점 교차. 이 사항도 개인적 소설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란 제목의 소설을 썼다. 두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시도했다. 약간 머뭇거리고, 어설픈 장면도 보였고, 묘사가 충실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쭉 콩트식의 글만 썼다가, 처음 도전했던 중편이라고 할까. 그랬다. 고슴도치를 포함한 몇몇 아이템. 내 경험이 최초로 실렸던 거라, 의미가 컸던 소설이기도 했던. 새로이 차곡차곡 자료를 모아, 징검다리 단계를 밟고, 다시금 의도를 찾아볼까?
그런 생각과 더불어, 이번에도 결과는 더없이 부족한 리뷰가 하나 더 늘었군, 중얼거리면서 리뷰를 마무리 짓는다.
+ 빠트릴 뻔했는데, 뒷날개의 소개. [사막]의 책 소개가 잘못됐다. 언급된 부분은 바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한 가지 거슬린 게 있었다면, 표지 띠지. ‘더 이상의 이사카 월드는 없다.’ 라는 문장. 이렇듯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의 소개는 지양해주었으면 한다. 좋은 작품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망치는 결과일 수도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특이하게 펼쳐질 텐데, 섣부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