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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하나하나가 베이스 캠프다
바람과 안개가 하루에도 열두 번
길을 만들도 또 지우므로 나그네는
모래 위의 낙타뼈와
그보다 몇 걸음 앞에 놓인 사람뼈를 보고
길잡이를 삼는다
그러므로 뼈는 별
죽음 하나하나가 생의 징검다리다
나그네는 마지막 징검다리의 몇 걸음 앞에다 자기 뼈를 남기고
그런 식으로 만 리를 가야
사막을 횡단하는 나그네 하나 생긴다
물방울이 빈도로써 바위를 뚫듯
만인의 징검다리가 길 하나를 뚫었지만
아으, 바람과 안개
다시 만인분의 뼈를 남겨야 사람 하나 횡단시킬 수 있다
아니다 이번엔 사람이 먼저 죽고 낙타가 길을 건넜다
건넌 사람 아무도 없으므로,
사막엔 길이 없다 한없이
뼈는 별

- 김중식,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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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그러므로 뼈는 별
죽음 하나하나가 생의 징검다리다"

담아가겠습니다~ ^^

302moon 2007-05-2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집을 풀다가 발견했어요. ^^

비로그인 2007-05-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 !! 어느 곳에서도 좋은 글귀를 수집(?)하는 문님의 부지런함에 박수 한 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