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주 > 대구사람들
대구 주변 시골에서 대구로 온 사람이 아닌, 서울 쪽이나 전라도 쪽에서 대구로 이사온 사람들을 위해 대구사람의 기질적 특징을 잠시나마 소개으로써 상당수의 외지인들이 겪는 심한 텃세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대처하라고 애틋한 마음으로 언급하는 글임을 밝힌다(알라딘의 모모님께서 대구로 이사오신다기에^^;)
우리 아파트에도 서울댁이 한 사람 있다.
언젠가 호박잎 이야기로 페이퍼 올리면서 소개했던 그 경기도 어디서 왔다던 새댁 말이다. 나와 나이차이도 제법 나서인지 나는 그녀와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편인데, 눈치를 보니까 왕따를 좀 당하는 것 같다. 경상도 사람들의 대명사가 <무뚝뚝>이고보니 외지인들을 처음부터 녹근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없다. 자기의 이익이 관계되지 않는 한 외지인들에게 일부러 상냥하게 굴거나 친절하게 대하진 않는단 말이다. 나를 보면 알겠지만 폐쇄적이며 사교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간들이다(^^;)
비록 여기 사람들이 무뚝뚝하고 폐쇄적이며 사교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정하게 왕따까지 시키진 않는데 서울새댁을 그러는데는 이유가 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 때문에 그녀의 대인관계는 원만치 못하다. 그녀는 말끝마다 "아유~ 이 촌구석" 하며 이 곳을 비방 내지는 격하시키는 발언을 일삼았다. 촌구석이며 불편하다는 건 현지인들도 동감한다. 본인들도 '이 촌구석 저 촌구석'하며 불평 불만을 늘어 놓을 때가 허다하다. 이때 덩달아 "여기 정말 촌구석이죠? 너무 너무 불편해요! 나 살던 서울은~~" 했다간 절대로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여기가 꼭 대구지방이라서가 아니고, 이건 어딜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자신들 고향을 불편하다고 헐뜯는데 누가 좋아할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땐 그저 잠자코 안 끼는 게 속편하다. 많이 친해질 때까진 참아야 한다. (많이 친해져도 본지인들의 불평수준보단 한 단계 아래여야 한다 크큭)
나보단 조금 더 어린 이웃에게 서울새댁이랑 좀 살갑게 친하게 지내라고 당부한 적 있다.
그랬더니 그녀는 입을 닷 발이나 쑥 내밀고,
"걔는 왠지 주는 거 없이 미운 거 있죠?"
하며 내뺀다.
왜?
괜히 주는 거 없이 그저 싫다는데, 어떻게 하라고 할 다음 대사를 이을 수 없다.
대구사람들은 왜 이리 배타적일까?(내가 이런 말 한다고 해서 대구 홈그라운드에서 와서 '대구사람 배타적이에요'했다간 야구배트로 맞을지도 모른다ㅡ.ㅜ 헐, 내가 지금 너무 겁주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들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에 삼가해야 할 것은 지나친 감정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 어린 젊은 세대들도 기성세대 못지 않게 이런 성격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살랑거리며 꼬리치며 여우짓하는 꼴을 대구사람들은 대체로 못미더워한다. 초면부터 너무 상냥하고 눈웃음치며 친한 척 엉겨붙으면 대구사람들은 얼마나 미련 곰탱이 같은지 움찔 물러난다. "저기 다단계 아이가? 와 내한테 샐샐 웃고 지랄이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갑제?"하며 잔뜩 경계태세를 갖춘다. 마치 개가 꼬리를 흔들며 친하자고 하면 털을 바짝 세우고 야옹거리는 고양이처럼!
OTL 좌절하는 대구로 오는 이여, 절망할 것 없다.
위에서 말한 것만 보면 대구사람들이 무슨 성격 파탄자같아 보이지만, 잘 사귀고 들면 진국 중의 진국이 또 대구사람이다. 한 번 마음 터놓으면 의리는 끝내준다. 조폭들처럼 혈서 안 맹그러도 혈맹만큼 찐한 속정을 쏟아 부어 줄 것이다. 무쇠솥 사랑인 것이다. 데우는데는 공이 좀 들어도 한 번 데워지면 잘 안 식는 그런 속정이 깊은 사람들이다.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엄마, 나 시집 올 때, 자주 그러셨다.
"어딜 가든 니 하기 나름인기라.
니 좋으마 남도 좋고, 니 나쁘마 남도 해로븐기라."
-맞습니다. 맞고요. 하기 나름입니다. 정든 땅 정든 이웃 남겨두고 낯설고 말선 타향으로, 그것도 경제가 나날이 바닥으로 처박고 있는 다소 암울한 장막이 드리워진 고장으로 오자면 맘이 무겁겠지만 정붙이고 살면 또 이만한 데도 잘 없어요.- 대구로 와서 혹시라도 우울해질까봐 힘내라고 이렇게 격려를 보냅니다^^/060215 대구 홍보사절단 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