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년 일기쓰기 - 엄마는 미워 |
이부영 (지은이) |
가정에서 일기를 지도하는 학부모님께
1. 아이에게 `일기 써!` 하기 전에
먼저, 아이가 일기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부모님들은 날마다 `일기 써!`, `일기 다 썼니?` 하는 얘기로 아이들을 몰아붙입니다. 특히 잘 시간이 가까워오면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부모님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서 아이에게만 일기를 쓰라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어요. 일기도 한 편의 글인데, 텔레비전이 왕왕거리는 곳에서, 또는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 쓸 얘기가 생각이 나지 않거든요.
아이에게 일기 쓰라고 강요하기 전에 먼저, 아이가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글을 차분히 써 내려갈 수 이쓴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도 같이 일기를 써 보는 것은 또 어떨까요?
2. 아이가 일기 쓸거리를 잘 찾지 못할 때
아이가 일기 쓸거리를 찾지 못할 때는 아이가 일기 쓸 거리를 잘 찾을 수 있게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세요.
일기 쓸거리를 직접 찾아주라는 얘기가 아니구요, 아이와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같이 얘기해 보는 거예요. 이때 아이 얘기만 듣지 말고 엄마 얘기도 해 주세요. `오늘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았다, 무슨 일을 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런 얘기를요. 아이도 자기의 얘기를 부모한테 하다보면 스스로 쉽게 일기 쓸거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3. 그림일기 지도방법에 대해
1학년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림 일기를 쓰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글을 어느 정도 쓸 쑤 있는 아이에게는, 글자가 좀 틀리더라도 글로 쓰는 일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또 그림 일기를 쓸 때 바탕까지 색을 꽉꽉 다 채우는 것은 옳지 않구요, 꼭 필요할 때만 칠하게 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도구도 크레파스보다는 연필이나 색연필이 훨씬 좋습니다.
4. 1학년 아이에게 알맞은 일기장은?
먼저 아이가 편하게 쓸 수 있어야겠지요? 따라서 복잡한 양식이 많이 그려진 일기와 띄어쓰기에 신경이 쓰이는 네모 칸이 있는 일기장은 권하고 싶지 않네요.
5. 아이 일기의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많이 틀릴때
먼저, 정답은 `그냥 두세요`입니다. 부모나 선생님이 자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강요하다 보면 아이들의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틀릴까봐, 혼날까봐 마음놓고 일기를 쓸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일기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놓고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지도를 하고 싶으시다면 다른 방법으로 하시든지, 아니면 아이가 일기를 다 쓴 다음에 스스로 고쳐보게 합니다. 특히 자주 틀리는 것을 중심으로 맞게 고쳐보게 하고, 고유명사인 경우는 반드시 정확하게 쓰게 해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많이 틀리는 말이 `ㅔ`와 `ㅐ`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내`와 `네`, `그런데`와 `그런대`, `걸레`와 `걸래` 따위입니다. `청소`와 `총소`, `않했다`와 `안 했다`도 많이 틀리는 글자 가운데 하나구요. 아이가 자주 틀리는 말은 바른 말로 고쳐서 책상앞에 붙여주세요.
6. 사투리를 그대로 쓸때
일기는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써내려가듯이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말하는 입말이나 사투리가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요. 평소에 쓰는 말버릇 대로 사투리를 그대로 쓰게 놔 두세요.
7. 부모가 일기를 도와주신다구요?
절대 아이의 일기에는 부모가 손을 대지 마십시오. 글자가 틀리고 내용이 부족해도 직접 써 주거나 쓸 내용을 불러주거나 그려주시면 안 됩니다.
일기 내용이 적으면 적은 대로 그대로 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아이의 일기에 관심을 갖는 대신에 아이와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삶에 관심을 두세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할 말도, 쓸 말도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8. 아직 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의 일기 쓰기
글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도 충분히 일기를 쓸 수 있습니다. 먼저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구요, 글로 쓸 때도 틀린 글자로라도 어쨌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런 다음, 아이가 쓴 글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세요.
또, 글을 전혀 쓰지 못하는 어린이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대신 받아 써 주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보다 글자가 틀려도 좋으니 처음부터 자신의 힘으로 써 보도록 하는 게 좋아요.
9. 창피한 집안 얘기를 일기에 썼을때
아이들이 일기를 쓰다보면, 어젯밤에 부모가 싸운 얘기, 집안의 걱정거리, 심지어 엄마, 아빠가 뽀뽀했다는 얘기까지 쓰게 됩니다. 또,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 흉을 잔뜩 보는 수도 있구요.
이럴 때 이런 글을 불쾌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은 글 속에 자신의 걱정거리와 불만을 털어놓아 위안을 삼거나 걱정거리를 없애게 되거든요. 오히려 심한 걱정 거리가 있어도 일기에 전혀 쓰지 않는 아이가 더 걱정스러운거죠.
절대로 일기에 쓴 내용을 가지고 혼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일기 내용으로 부모가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게되면 아이는 그만 말문이 닫혀서 말도 하지 않고, 글로도 표현할 수 없게 되지요. 또 일기에 나타난 내용은 그 아이가 일기를 쓸 그 당시의 얘기일 뿐, 그 아이의 모든 생각은 아닙니다.
아이가 쓴 글이 걱정이 되었다면 다음에는 아이가 그런 좋지 않은 글을 쓰지 않게끔 서로 노력해야지요. 만약 부부싸움이나 집안의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 아이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당한 기회에 `그 부분은 사실 이러저러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자세한 해명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10. 일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것- 다 쓴 일기 묶어주기
아이들은 다 쓴 일기의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다 쓴 일기는 다 쓴 다른 공책과 함께 폐품으로 내버리는 일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이때 부모님이 꼭 해 주실 일은 아이들 일기를 챙겨주시는 일입니다. 아이와 같이 하면 더 좋겠지요. 다 쓴 일기를 모아두었다가 1년치를 한 데 묶어서 아이와 함께 표지를 만들어 붙이고, 중요한 곳에 잘 보관하면서 아주 소중한 보물 다루듯이 하는 거예요. 이사갈 때도 아이 일기를 가장 먼저 챙기게 하구요.
그런 다음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일기는 정말 소중한 선물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때까는 부모의 관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