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에 재진이네 학교에서 공개 수업을 했다..요즘 학교가 공사중이라서 1,2학년은 급식을 안하고 4교시 끝나면 집으로 왔었는데..공개 수업날은 급식도 하고..(3교시에 땡겨서) 5교시를 엄마들에게 보여주는거다..

 

목요일이라서 아침에 풀빛 모임 끝나고..30분 정도 남은 시간에 점심 먹고..화장하고 옷 갈아입고..거의 슈퍼맨의 변신처럼 빠르게 단장하고..음료수까지 차에 실어서..(반대표 엄마가 음료수 2박스를 사서 우리집에 맡겼다..자기집 냉장고가 작다고) 반대표 엄마랑 학교로 출발..1시부터 1시20분사이에 오라고 했는데..우린 1시 20분에 들어갔다..이미 꽉찬 교실 뒤에 낑겨 서서..아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쇼크가 커서...ㅠ.ㅠ...선생님이 나 볼때마다 '재진이가 더 잘 할수 있을것 같은데..조금 모자른거 같아요..기초부터 튼튼히..책을 많이 읽히시죠'라고 하던데..난 이미 재진이는 어릴때부터 책을 많이 읽혔는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역시 수업 태도가 문제였다..날씨가 더워서 창문도 다 열고..선풍기도 네대가 천장에서 돌아가던만..뭐가 그리 가려운지 손,팔 긁느라 정신 없고..등에 땀이 찼는지..등도 연신 긁어댄다..에구구..내가 가서 긁어 주고 싶을 지경이다..나주엔 선생님이 '재진아 왜 그러니?'하신다..'등이 가려워요'해서..선생님이 등을 긁어 주었다..재진이는 아토피가 심하진 않은데..약간 있고..닭살 피부라 땀이 나면 간지러워서 못 참는다..

 

그리고는 수업중엔...발표하라고 하는데..다른 아이들은 두손을 들고 연신 흔들기에 바쁜데..빙그레 웃으면서 누가 발표 잘하냐 쳐다보기에 바쁘고...'난 어차피 안시킬건데..'하면서 쳐다보는 눈빛이다..그것도 답답하다..중간 이후에 선생님이 한번 발표한 친구는 손들지 말고..발표 안한 친구가 발표하라니깐 겨우 한번 발표한다...

 

그리곤 선생님이 종이 한장씩 나눠주면서 문제 풀라고 했다..국어 읽기에서 몸짓 흉내말하고 소리 흉내말(의성어.의태어) 찾기부분을 수업 한건데..토끼와 거북이가 지문으로 나왔다..어차피 깡총깡총 정도의 문제인데..이놈이 읽지도 않고..'아 어렵다..뭐지?'라는둥..맨앞줄에 앉은놈이 하는짓이 교실 맨뒤에서도 보일 정도다..결국 선생님이 힌트를 가르쳐 주신다..아니 저거 배운지가 얼마 됐다고..국어 학습지에서도 얼마나 많이 한건데..몰라서 저런건지..아이가 산만한건지..이해가 안된다..

 

결정적인것은..마지막 책읽기 시간..한명이 책을 읽고 뒷번호는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건데..16번 친구가 '곰이 살금살금 다가 왔습니다'라고 읽고 난후 17번 재진이가 일어나고..'재진아..곰이 어떻게 다가 왔니?'하자..'성큼성큼이요'한다..이런...성큼성큼은 아까 앞장에 나온건데..이번은 살금살금인데..뭔생각 한거냐? 선생님이 다시 찾아보라고 하자 겨우 책 다시 읽어보곤 '살금살금이요'한다..엄마가 있어도 이정돈인데.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공부하는지..걱정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지마시라..더러운 이야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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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손가락으로 코를 파더니..코딱지를 맛있게 쩝쩝 먹는거다..그것도 몇번이나..재진이는 집에선 코를 파지도 않을뿐더러..먹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그런데...학교에서...

 

일단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나서..엄마들과 선생님의 대화의 시간이 있고..질문하고..대충 공개수업은 끝냈다..물론 다른 아이들도 어리고..자세도 불량하고..일학년이 다 그렇긴 하지만..왜 울 아들은 튀냔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ㅠ.ㅠ...이렇게 엄마 공개 수업은 지나가고..그후유증을 이제야 극복중이다..난 우리아들이 정말 학교 생활도 의젖하게 잘 할줄 알았는데..공부는 못해도 태도만이라도 좋을줄 알았는데..이젠 모든 기대를 버리고..그냥 철없는 남자아이로서..객관화 시켜서 봐야겠다..아들에 대한 기대를 버릴수록 내맘이 편해질것 같다..

 

그래도..재진아...너 너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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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ool 2004-06-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좀 미안한 말이긴 한데.. ㅋㅋ 저는 이 글을 읽었더니 무지하게 위안이 됩니다. ^^ 저도 지난주 수요일에 공개수업을 갔다 왔거든요. 진형이네 반은 정식 수업형식은 아니고... 생일파티겸 해서 애들이랑 게임하고... 장기자랑하고 뭐 그런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정식 수업시간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뭐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진형이도 다른 애들 발표하는데 손 한번 안들고 싱긋거리며 구경만 하구요...대체 언제 그런 버릇이 생긴 건지 손톱을 잘근 잘근 물어 뜯더라구요. 미리 장기 자랑할 거 있으면 준비하라고 말씀하긴 하셨는데 자긴 그런 거 안한다며 관심조차 보이질 않았거든요. 하도 자발적으로 안하려 그래선지.. 피아노 치는 애들 (그중에 소극적인 애들만 고르셨더군요. 일부러 그러신 거 같아요.) 3명에게 멜로디언 연주를 발표 시키시더라구요. 잔뜩 얼어서는.. 인사할 때도 쭈뼛쭈뼛 배는 벅벅 긁고.. (진형이도 약간 아토피가 있어서 땀 나면 무지 긁어요. ) 저도 다녀와서는... 그냥 우리 진형이를 평범한 8살 사내애로 봐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다지고 또 다졌답니다. 사실... 8살 사내애가 어찌 의젓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죠? ^^ (어때요? 수니나라님도 위안이 되시죠? ^^)

아영엄마 2004-06-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집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른 모습인 걸 발견하면 종종 놀라죠.. 저는 아영이가 워낙 내성적이라서 학교에서 손도 안 들고 발표같은 건 하지도 않을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친구엄마를 통해 그런 것도 한다는 걸 알고는 놀랐어요.. 가끔 선생님이 집에 뭐 있는 사람~ 하면 손들고 가져 온다고 하기도 하고... 참 별일이다 싶더라구요.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아이들의 이런 저런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랑녀 2004-06-1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목이 왜 이제야 말할 수 있다...인지 알겠네요. 이제야 진정이 좀 되셨나요?
저도 아침부터 아니 어제부터 2학년 딸내미를 잡았더랬습니다. 아침에 제 페이퍼에 올리다가, 저는 아직도 말할 수 없어서 ^^ 올리지 못하고 지워버렸더랬습니다.
이노무 학교는 왜 잠시도 아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지, 오늘은 한문시험을 봤죠. 다음다음주엔 기말고사입니다.
그런데 장원한자를 2년이나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초보 한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죠. 헉, 어제 확인을 하는데... 아주 기초적인 것도 몰라서... 다시 다 가르쳤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확인하니 또 모르는 겁니다.
문제는, 저는 점점 소리를 지르고, 아이는 점점 반항하게 된다는 거죠.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일본 작가가 한 말인데, 마음 한쪽에서는 수긍이 되면서도 또 마음 한쪽에서는 수긍이 되지 않습니다.

다연엉가 2004-06-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의 말씀이 정말 옳습니다. 지금 소현이가 손을 다친 관계로 피아노 서예 미술학원을 끊고 집에서 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제가 더 편안합니다. 엄마가 그렇게 다니라면 못다닐것인데 아이들에게는 왠 기대가 그리도 많았는지...
수니나라님 잘먹고 건강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마음 비우소 삽시다.^^^

진/우맘 2004-06-1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앞으로 겪게 될 쇼크를 나누어 먹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이군요. 내 새끼는 당연히 우수할거란 그 근거 없는 믿음....나도 아직 버리지 못했는데.TT
그래도, 재진이는 창의력도 뛰어나고 쇼맨쉽도 있잖아요. 미래가 바라는 인간형 아닌가요? 개구진 것이 당연한 나이라고 생각하시고, 너무 애 잡지 마세요.^^

물만두 2004-06-1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있으면 전 할 말이 없어지니...

sooninara 2004-06-1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개수업 후유증이야..적으나 크나 어느 엄마나 다 있죠..아이가 아무리 잘해도 자기눈엔 단점만 보이니..그래도 재진이 학교 가기전엔 의젓하다..착하다..똑똑하단 소리 들었는데..
그것이 지같은 놈들중에서 그나마 쬐금 잘난것이었나봐요..학교가니..똑똑한 아이들도 많고..아무래도 여자 아이들이 차분하고..똑부러지게 잘하고..하더군요..
이젠 우리아들은 모자르다..산만하다..가정하에 대해야 겠어요. 지금까진 선생님 말씀처럼 잘할수 있는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그런데 그런 기대 자체가 엄마 욕심이었더라구요..
다른님들도...아이때문에 뚜껑 열리면 잘 안닫히죠...전 그날 아이 잡을까봐서 나가 놀게하고..아이 얼굴을 안봤다니깐요...괜히 머리 한대 때릴까봐서^^

가을산 2004-06-1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눈엔 자기 아이 단점만 보이는거에요.. ^^
우리 애들도 왜 발표는 씩씩하게 안하나, 왜 참신한 대답을 못하나, 왜 흥분해서는 자꾸 이쪽을 쳐다보나, 왜 입으로 손톱을 물어뜯나( 긴장했을 때의 버릇) .... 등등...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요.
다 그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완벽한' 애는 또 어째 아이답지 않아서 싫구요.
다 그렇고 그렇지요. ^^

sooninara 2004-06-1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톱이 그나마 양반이더라구요..왜 코딱지를..ㅠ.ㅠ...
아이를 아이답게 봐야겠죠? 엄마의 기대가 너무 컸다는걸 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