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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사랑이란 출구를 향해 미로 같은 길을 열심히 찾아가보려는 노력은 일찍 포기했다.농담처럼 했던 말이었는데,사랑은 딱부러지게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이란 걸 알았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이야기에서 나는 뭔가 증오의 시대 속에 숭고한 사랑을 만나게 될 거라 기대했으나.. 제목 처럼 '광기'로 넘쳐나는 사랑들만 만나고 말았다. 브레히트에게 받은 배신감,사르트르를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은 이제 접었다. 스콧이 젤다에게 보여준 사랑을 순애보라..믿었던 것은 아무래도 영화 영향이 있었던 것도 같고...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정말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성애,동성애,양성애,근친애, 지고지순한 사랑,이기적인 사랑,불같은 사랑, 권태로운 사랑, 육체적인 사랑,정신적인 사랑,계약연애 등등 모든 사랑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은데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 짜릿하고 충격적이다"/ 539쪽 '옮긴이의 말' <1913년 세기의 여름>을 읽을 때는 소개된 예술가들을 만나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충만했었는데,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소개된 이들의 책을 더 찾아 봐야 할까..하는 마음에서 혼란스러웠다.그동안 최악의 예술가는 오로지 피카소 뿐이라 믿고 싶었는데...피카소를 능가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혼란 스러웠고, 점점 예술가들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과는 참 많이 다른가보다..라고 체념아닌 체념을 했다. '짜릿함' 보다는 '충격적' 인 느낌이 강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을 매력적으로 읽을수 있었던 건 단순히 막장 드라마식의 언급이 아니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 이란 감정을 단순히 하나로 정의내릴수 없다는 사실,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을 들여다 보게 된 것도 그렇고, 예술가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조금 결이 다른 이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더 그런 마음을 갖게 되었다. '도덕'적인 기준으로 '사랑'을 볼 수 없는.. 그들의 자유(?)스러운 경험들은 결국 독자들에게, 이런 사랑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놀랍게도 역자 후기에서 '경고'를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문장을 읽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그래도 잘 읽어(?)낸 것 같은 기분이 살짝.... 옴니버스처럼 이동하는 예술가들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서..수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어떻게 다 기억해야 할까..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느 순간 내 눈에 유난히 깊숙하게 들어오는 이들이 보이는데..우선 그들만 집중해서 따라가도 충분히 흥미롭다.(내게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그랬다) 모두가 미친 사랑을 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는 양호한 사랑을 하는 구나 싶었 반가(?)으면서도 결말이 궁금해서 또 집중했던 장면인데...결국 한 번(?)의 바람과 구질구질한 변명의 거짓말을 늘어놓고, 화해를 한다. 결혼생활은 52년동안 유지!! 이런 결말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책에서 아주아주 드문 사례이다(거의 유일무이하지 않았을까^^) 예술가들의 사랑은 막장급이지만..그래서 멋진 작품들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해서 예술가들이 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