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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캐드펠 시리즈를 차례로 읽고 있다. 시리즈 2를 건너(도서관 예약이 치열하다) 시리즈3까지 이야기를 여는 패턴은 비슷해 보였다. 수도원장이 수도원을 비운사이,사건이 벌어지고,부수도원장은 수도원장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그런데 시리즈3에서 새로운 수도원장이 부임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성 베드로 축일>에서 부수도원장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시리즈 4에서 처음 등장하는 라둘푸스 수도원장의 역활도 제법 크다. 아니 어쩌면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시절에 살고 있어..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부러워했는지..모르겠다. 캐드펠 수사의 말처럼 수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수도원장의 입장을 원칙에 입각한 상황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읽혀졌다.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수도원장으로 읽혀졌다. 적어도 시리즈4에서는 그랬다.
"높으신 분들은 이런 행사를 잘 활용하지요.이렇게 북적이는 곳이 소식과 의견을 은밀히 주고받기엔 좋으니까요.음모와 책략을 꾸미기에도 안성맞춤이고요.남의 눈을 피해 만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시장 한복판만큼 호젓한 곳도 없을 겁니다"/44쪽
중세시대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고, 가톨릭문화에 대한 상식도 풍족한다면,소설을 더 재미나게 읽었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물론 그렇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다. 심심한 맛에서 느껴지는 매력 같은... 복작복작한 시장이 호젓할..수 있다는 반어법이라니... 지금처럼 먼 옛날에도 장이 열리는 때가 있었을 게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드러난 시장은..눈에 보이는 이익으로 서로 싸워야 하고...소란스러움 뒤에 바쁘게 움직이는 눈들이 있다..요즘으로 말하면 스파이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가운데 느닷없는 싸움이 벌어지고,살인이 발생한다.(추리소설이니까) 마치 그 싸움의 연장선인것처럼...그러나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그정도는 트릭일거라 예상할 수 있다.왜냐하면 이후에 피해자의 짐이 누군가에 의해 헝클어져 있고, 금고는 사라지더니,그가 잠들어 있는 관은 누군가에 의해 열어 보았다는 증거가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유력 용의자가 보이긴 하지만..섣부리 판단하면 안될 것 같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래야 할 이유도 찾아야 하니까.그리고 마침내 예상했던 인물이 범인이었다. 자신의 종복을 정의에 이름으로 죽이려 한 모습이 결정적이었다.(요즘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음모론일까 나는 궁금해진다) 소설이 끝나갈 즈음 범인이 밝혀지는 구조라서 그를 철석까지 믿다 배신당한 이들은... 인간이 괴물이 될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받아들이는 걸 힘들어한다. 그러나 권력과 탐욕이 있는 곳에서 사람냄새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안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어떻게든 결론은 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읽게 된다. 살지 않았던 시대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고, 캐드펠 수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박히는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