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친이라서 주저되던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 서서 북받쳤다. 그 놀라운 인색, 무서운 고집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타인을 그토록 참담하게 만들 권리는 없으리라. 그토록 자혜롭기에 인색할수가"/ 149쪽 '나목



"시간이 흘러도 자꾸 과거로 기어 올라가는 생각 때문에 그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법도 잊어버렸고 그저 포도주 통과 말라비틀어진 대구에 의존해 몸을 지탱해 나갔다.요리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종교도 가족도 없는 군인들이 데려간 그의 아들에 대해 좀 더 오랫동안 생각하기 위해서였다(...)이웃집 여자들은 그녀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조차 꺼렸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빛이 신맛 나는 식초처럼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191~192쪽 <겨울여행>' 발라드' 부분


"(...)엄마는 통곡했다.시간이 멈춘 듯 더디게 흘러갔다"/64쪽 '방어가 제철'












의도한 건 아니였을 텐데... <나목>에서 부터  <겨울 여행>,<방어가 제철> 로 읽기를 하는 동안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내내 만났다.감정을 잃어버린 듯한 엄마의 모습에 경아는 절규하면서도,원망할 수..가 없다.<겨울 여행> '발라드'편에 나온 조르카는 그 마음을 잘 안다고 토닥여 주었을게다. 그럼에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감히 통곡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뿐,통곡을 멈추라고 말 할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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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책방에서 배맛 나는 맥주를 주문했는데, 소설에서 '배향 나는 술' 이란 표현을 읽었다. 이런 우연 참 신기하면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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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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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부아르가 쏘아(?)올린 공 덕분에 '나목'을 읽게 된 듯 하다. 지난해 갑자기 보부아르의 책을 나란히 읽다가,보부아르 이름을 검색하게 되었는데, 책방 이름이 보였다. 그러나 천안은 가고 싶다고 당장 갈 수..있는 곳은 아니라,책방리스트에 고이고이 기록해 두었더니, 해가 바뀌고 마침내 천안으로 여행을 감행했다. 인사이트에서 맛난 커피를 마시고,태조산을 들러,마침내 보부아르책방... 그런데 보부아르 책은 보이지 않았고, 문학 책들 내 눈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환경과 먹거리 기후,일본 여행책들이 보였다.원서를 보는 순간, 일본으로 여행을 온 기분도 들면서..(일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도 열심히 책방을 둘러 보다가 내 눈에 들어온 책 <나목>. 나는 박완서작가님의 에세이는 더러 읽었지만, 소설은 잘 읽혀지지 않아 거리를 두고 있었더랬다. 초록초록한 표지의 유혹도 한몫 했을 테지만 '내 어찌 이 작품을 편야 안 하랴' 라는 문구가 유혹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그것도 책방에서, 책 한 권 구입하는 즐거움...나도 이번에 그 작품에 한 번 풍덩 빠져 보고 싶어졌다.



"옥희도의 전시회를 찾아가 '고목' 이었던 그림이 '나목'으로 변해 있음을 확인한다.그리고 '고목'과 '나목'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한다"/415쪽 김금희작가님의 '헌사'를 읽다가 반가웠다.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것(?)만으로도 '나목'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목'이라고 읽으면서 나는 내내 '고목' 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소설을 읽어 가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울림이었던 거다.박수근화가랑 인연이 되어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선입견이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박수근 화가의 그림이 떠올려질수 밖에 없었는데..화가의 그림에서 박완서작가님은 작품의 소재를 떠올렸을 지 모르겠다. '나목' 이 가진 힘, 그 에너지를 믿고 싶었을 테니까. 완전하게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 피비린내 나는 죽음이 난무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전쟁의 잔인함은,경아의 입을 통해, 경아엄마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아니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전란의 시간 보다, 오빠들의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이럴수 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그래서 전쟁을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여전히 싸울 수 밖에 없는 그런 운명..인 걸까.. 그날 경아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오빠들은 죽지 않았을까? 그냥 각자의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경아가 품었던,그리고 공모했던 엄마에게 내려진 형벌은 아니었을까.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게 되었을 고통이었을까? 소설의 배경은 전란의 시간을 살아간 시절의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마음에 따라 고목이 될 수도 있지만, 나목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 소설의 결말이 급 마무리 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소설이 씌어진 시간이 1970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족문제에 대해 너무 적확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가족이란 개념도 좀 더 축소될 거야. 조카딸쯤 안 돌본 걸 헐뜯는 양반은 아무도 없을걸.대가족 제도의 호주의 권위는커녕 아마 사람들은 제 자식도 못 다스리게 될 테니까"?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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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 나는 고양이...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 자신이 무서운 악당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세상 경험을 겪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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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그럼에도 고통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


(포스터에 스포일러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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