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올려진다는 뉴스를 접하고,표를 예매했더랬다. 그리고 <붉은 낙엽>을 읽으면서,추리물이란 생각보다,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느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이야기'를 참 재미났게 썼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중간 중간의 나레이션은 에릭의 마음을 읽는데 왠지 방해되는 느낌이 들었다.(굳이....) 물론 이런 설명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무튼, '의심'이란 화두가 가장 가까운 이들과 관계된 문제일때 얼마나 무서운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묻고 이어지는 여러 질문들이 퍽 흥미로웠고.해서 연극이 만약 실망스러운 지점이 있게 되더라도...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마음을 가질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이건 어떤 의미에서 암시가 되었다^^)


'나는 나의 아내다'라는 연극을 강렬하게 본 덕분에 기억하고 있었던 지현준배우님의 목소리가 책을 읽는 어느 순간 에릭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내가 상상한 느낌과 달라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못하고,아내를 의심하고, 심지어 형과, 아버지까지 의심하게 되는 바탕에는 에릭의 소심함과 나약함..이 있다고 상상하며 읽었다. 유년시절의 트마우마도 물론 극복되지 않은 것처럼..그런데 연극은 의심의 마음을 헤집어 놓기 보다는, 의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시종일관 광기의 분노의 목소리가 정신을..빼놓고 말았다. 의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파괴할수 없다는 소설 속 대사는, 극에서 마치 의심으로 인해 모든 것이 파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 처럼 보였다. 특히 에릭의 아버지와 형 그리고 그의 아내는 내가 상상한 전혀 다른 지점의 목소리와 감정으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렸다.'의심'이 우리 마음속에서 서서히 균열되어 가는 과정으로 극이 만들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왜 의심하는가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연극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출가의 해석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연극의 완성도에 대해서까지 이렇다 저렇다 말할수는 없겠지만, 연극에서는 에릭 보다 바네사무어(에릭의 아내)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것 같아 당혹스러웠다. 



공연장에 마음에 드는 카페가 없는 것이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마침 연극 제목에 맞처 굿즈 같은 음료 이벤트가 있어 주문하려고 했는데..재료가 소진 되었단다...평일 공연에 맞춰 준비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공연을 보지 않아도 들러 볼 수 있는 곳이라..누군가는 저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겠지만 공연 한 시간 전에 주문해서 마실 수 없는 음료라니...맛보다 기분으로 마셔 보고 싶었는데.. 결국 눈으로만 감상하게 되었다는..붉은낙엽라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다 보면 사정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되는 일이 너무도 잦다. 고마워해야 할 자리에서 시큰둥해하거나 싫은 기색까지 보이는 일이.<신이시여, 제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주소서.이 사람은 다른 것정거리로도 벅찹니다>예지게이는 생각했다/24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끼호테..를 상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친 비둘기를 보살피는 것도 예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급한국어>를 읽으면서 가장 강렬한 문장 하나를 꼽으라면,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놓은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부분이 아닐까 싶다.물론 언어와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은 1인이라 혼자 자괴감을 격하게 느낀 모양이다. 그럼에도 재미나게 잘 읽혀서 <중급한국어>로 바로 넘어왔다. 


자서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고, 대화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삶'이란 화두로 나를 사로 잡았다. 사람 '人'에 대한 해석을 예전에 설명 듣고 공감했던 이후 오랜만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하는 만큼 보이게 되는 건가 싶다. '삶'이란 단어를 보면서 뭔가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물론 버거운 과정이었지만 그냥 지나치면 안될 화두이기도 하니까. 혐오적인 말들이 차고 넘쳐 있는 세상 한 복판에 있다는 기분이 들어, 타인에게 향한 화살을 스스로에게로 돌려 놓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서 잠깐. 지금보다는 서로에게 화살을 덜 겨누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더 심하게 화살을 쏘고 싶어지려나, 웃픈 세상이다 싶다. 소설에서 삶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건드린 건 아니었는데,스스로 그렇게 빠져 들고말았다.<중급 한국어>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아무래도 책 속에 또다른 책들이 언급되는 장면들이었고,자연스럽게 이어진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좋았다. 진짜 강의를 듣고 있다는 기분..그러니까 '초급한국어'를 읽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소설을 읽고 있지만,재미난 문학강연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읽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찾아 보고,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리스트에 담았다.다시 재독해봐야 겠다는 작가의 작품까지..그러는 사이 소설가를 꿈꾸며,글쓰기강의를 해야 하는 한 사람이 보이고,<중급 한국어> 덕분에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쓰는 글이든,그렇지 않은 글이든(애초에 잘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이렇게 독후감도 쓰지 못하고 있었을게 분명하다^^) 계속 써야 하는 이유도 알겠다.잘 쓰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 '뜯어 먹기 힘들지만 맛은 풍부한'인생 그 자체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이 단계에서는 기쁨도 슬픔도 행운도 불운도 쾌락도 고통도 모두 '있는 그대로'받아들여집니다.그러니까 '좋다,싫다'가 아니라 '풍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사는 것입니다.일어난 일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220쪽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테니까,차마 부부에 대한 마음을 헤아릴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겠지만,지금 내게는 앞뒤 문장 잘라 놓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말'이 위로가 된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라는 말이 염세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문학강연을 듣는 기분이 들어 좋았고,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지도 알겠다 생각했지만...결국 나를 흔들어 놓은 말은 생뚱(?)맞게 그냥 사는 것..에 대한 무엇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