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지칭되는 이들을 앞으로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괴물들의 심리는 비휴머노이드 문명의 심리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렵다. 그들이 한 모든 행동은 설명할 수 있으나 그들이 할 행동을 예상하기란 너무나 어렵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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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마누엘 마르솔 그림, 하비에르 사에스 카스탄 기획 / 로그프레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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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처음에는 책을 빌리러 가는 것이 목적이었는데,언제부터인가 책방 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슬렁 거리다,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아니 발견하는 기쁨 '뮤지엄'은 그렇게 알게 된 책이다.


무표정한 남자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상상(?)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표정' 이란 감정 밖에는 읽혀지지 않았다.



마치 나무들이 차를 타고 오는 이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화를 보며 내 마음대로 하는 오독이라 생각했는데... <뮤지엄>은 오독이 허락(?) 된 책이었다. 단 한 줄의 글도 없는 그림책인데, 뮤지엄이다. 마음대로 허락된 상상인건데.. 산위에 있는 뮤지엄은 히치콕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미 마법은 거기서 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입장객을 응시한듯한 예사롭지 않은 눈동자... 상상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보다 싶다. 이런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림 속 장면들이 현실 밖으로 나와 버린다. 남자는 어떤 마음을 품었길래, 그림 속 장면들이 마치 자신에게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 걸까.....



그림책이니까, 텍스트 한 줄 없는 것에 불만은 없다. 처음에만 살짝 당황 했을 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제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남자는 그림을 온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저와 같은 상상을 하며 그림을 관람한 적은 없었으니까. 다만, 남자의 표정이 내내 우울해 있었으므로, 그림 속 상황을 저와 같이 상상한 이유에는, 뭔가 다른 복잡한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집요한 물음이 따라왔을 뿐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신이 되기는 어렵다>에서 그림 속 장면을 생각해 볼 만한 문장과 만났다.










"(...)때로는 공포에 휩싸여 내가 연구소 직원이 아니라 그 연구소 박물관의 전시품, 봉건주의 상인공화국의 대법관이라는 전시품은 아닐까,박물관에 내가 진열된 전시실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네.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나,역활이 되어 버리는 걸세(...)"/65쪽


그림을 마주한 남자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우울한 표정에서 우울하지 않을수도 있을 표정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남자는 순간순간, 자신이 그림에 갇혀진 대상이라면..그런 공포를 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뮤지엄을 불태워 버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이렇게 쓰고 보니 '뮤지엄' 이란 그림책이 내게는 퍽 공포스러운 감상기가 되었다.<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읽게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공퍼스럽게 읽혀지지는 않았을게 분명하다. 그림책을 그림책으로(만) 감상하지 못하게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텍스트 덕분에 남자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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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의 소설 <꿈>을 읽다가 ..... 스트루가츠형제의<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막 읽기 시작했는데,일 년 전..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읽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9월은 스트루가츠형제를 읽는 달로 정해 놓아야 겠다. 신이 되는 건 어렵지만,스트루가츠 형제의 소설 읽기는 가능하니까~~^^









신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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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들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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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벌써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가족들은 재앙에 봉착해 있었다. 바브르 영감은 왕년의 공증인들이 왕와 그렇듯 성격이 회의적이고 데면데면해서 그런 것인지 유언장을 남겨놓지 않았다.(...)"/343쪽


원제목도 '집구석들' 인지는 모르겠다. ~집구석이란 표현은 왠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의미일 것 같아서. 제목에서 부터 얼마나 시끄러운 소설일지 가늠되는 바, 굳이 읽어볼 필요가..있나 싶었는데, <루공가의 치부>를 읽으면서, 다시 졸라선생의 소설을 한 권씩 읽어보고 싶어졌다.예전에 뜨문뜨문 읽었음에도, '집구석들' 속 인물들이 다른 이야기 속 인물들과 오버랩되는 느낌을 떠올리는 순간들도 재미난 지점이었다. 집집마다 시끄럽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 그런데 굳이 시끄러운 이야기를 평면적으로 그려 놓을 생각이라면 소설로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위선' 이었다. 조스랑부인처럼 눈에 띄게 보이는 위선부터, 남들이 눈치 챌 수 없을 바브랑 영감의 위선까지.. <집구석들> 을 읽는 내내 가장 재미난 장면이었다. 그가 남겨 놓지 않았을(아니 남겨 놓지 못한) 유언장..에 대해 나는 차마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다.그래서 그의 위선을 눈치채지 못했다며 미묘한 변명을 하고 있다.


"서로 합의한 적도 없는데 사람들은 공동의 묵계로 오귀스뜨와 베르뜨 사이의 말썽은 1만 프랑 때문에 생긴 단순한 금전 문제의 싸움이라고 못 박아버렸다. 그래야 훨씬 더 깨끗하니까.(..)"/532쪽


패악에 가까운 조스랑 부인을 가장 많이 미워했던 것 같은데,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가장 덜(?) 위선적이었던 사람이었나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이 났다. 덜 위선적으로 살려고 애쓴 조스랑이 측은하면서도 답답했던 이유인데, 사회가,어느만큼의 가면을 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으로 몰아 넣었기 때문은 아닌가...싶다. 위선을 두르지 않는 순간, 그는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문제적 인간으로 낙인 찍힐 것이 분명하니깐...위선을 강요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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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자끄 소설을 갖다 안기시는군요" 그가 새로 빌려주는 책들을 들여다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싫어요. 이 책 도로 가져가세요.이건 실제 사는 얘기하고 너무 비슷해요"/329쪽


(어느 순간 부터 발자크의 '고리오영감'을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발자크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고리오영감'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특히 딸의 행복을 바라는 조스랑..과 고리오영감이 떠올라서인 듯 하다.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기억의 오류일수도 있을 테고, 십년 주기로..다시 읽는 것도 재미난 읽기가 될 듯 하고. 졸라의 <집구석들>과 다른 듯 닮은 점 찾아 가며 읽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싶다.


"(...) 식당의 작은 등잔 앞에 혼자 남게 되자 이 무던한 영감은 울음을 터뜨렸다.끝났어.이제 행복이란 건 없어. 밤에 몰래 딸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 종이띠에 글씨 쓸 시간은 절대로 나지 않을 거야(...)"/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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