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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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갖지 않는 입장에서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을 때 뭔가 자유로움을 (살짝) 느낀다. 그곳이라고 해서 모두 성스럽고, 선한 이들만 있지 않을거란 비딱한 시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성스러운 성인을 모셔야와야 할 것 같은 사명에 압박감 혹은 조바심을 느끼는 슈루즈베리 수도원 부수도원장 마음은 급할수 밖에.


"(...)그분의 축복받은 유골을 이곳 슈루즈베리로 옮겨 와 그분께 합당한 의식을 갖추어 안치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성녀의 위대한 영광과 우리 수도원의 영예를 위해서 말입니다"/33쪽



그러니까 부수도원장의 마음은 수도원의 영예가 필요했던 거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그가 어떤식으로든 관여하겠구나..라는 암시로 받아 들였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낸 이가 눈치없이 일을 벌일까..추리소설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제 무슨일이 어떻게 벌어지게 될까 조바심을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귀더린으로 찾아가,지역의 지주인 리샤르트와 의견 충돌이 났을때, 리샤르트가 죽게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추리소설을 많이 읽기는 했나보다^^) 문제는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저마다 살인의 목적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또 살짝 공포스럽긴 했다. 우리 마음 저 밑바닥에 살인..의 동기를 품고 살아갈 수 ..도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다."인간, 한 사악한 인간이 저지른 일이었다"/251쪽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로 들린 이유였다. 페레디르의 고해가 저와 같은 마음을 품게 했을 수도 있겠고.. 무튼 뭔가 치열한 문제와, 살인이 일어난 것에 비해..소설은 요란스럽게 흘러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캐드펠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수도 있겠고... 가장 먼저 의심받아야 할 인물들을 지워나가다 보면..부수도원장 만큼 권력에 욕심을 드러낸 이가 보인다. 그러니까 그가 범인인데...밝혀지는 과정이 조금 웃겼다.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엉성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그런데 묘하게 재미나게 읽혔다. 권력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마음까지는 악마로 채워지지 않았던 것인지....환영으로 분한 이의 목소리에 죄를 고백하게 된다... 결말이 좀 싱거운거 아닌가 생각한 순간... 거대한 종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있어 끝까지 블랙유머를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가 범인인가..를 추적하는 과정에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 이유는,고개 끄덕여지는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혀가 아니라 단순히 생각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있었을지, 몇명이나 되는 이들이 사실은 다리의 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332쪽

그분이 진실을 알게 될 염려는 없습니다.그 일에 대해 의문을 품으신 적도 없고 질문 한번 하신 적도 없으니까요.하지만 사실 전 그분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지 의심스럽습니다.침묵에는 여러 미덕이 있잖습니까/336쪽

우리는 괴로움에 처하면 그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존재니까.확실히 용서받을 방법이 있다는 것만 알면 그 어떤짓이라도 저지르고말고/267쪽

공적인 심판이란 깊이 있는 탐색을 하기보다 표면에 떠오른 사실들을 수확하고 그에 따라 합당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식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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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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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무서운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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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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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서 들려오는 드릴 소리에 순간 화를 내려다..이것도 함께 살아가는 ‘소리‘라고 주문을 걸었다. 함께 살아간다는건 결코 거창한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어제저녁>에서 배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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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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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밖에 나갈 수 없었던 날,

네모난 창문이

그대로 풍경화가 되었다 




공기처럼 늘 있었을 것만 같은 사각형.<사각형의 역사>를 읽으면서 비로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가들의 액자프레임을 보면서도, 사각형의 세계를 궁금해 하지 않았다. 풍경화를 보다 사각형의 역사가 궁금해졌다는 저자의 생각 덕분에, 당연히 존재하고 있었을 것만 같았던 사각형의 역사에..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자연에서 어쩌다 볼 수 있는 직선의 신비가 사고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직선이 뒤에서 민 것이지 사각형이 앞에서 이끈 게 아니다. 어차피 물증 없는 세계는 설레고 긴장도 된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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