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서는 벌써 짐을 뺐어요.꼭대기 방에서 첫날밤을 보내지는 않을 거라고요" 쿠포는 소심하게 대꾸했다. "좀 더 큰 이 사람 방에서 지내기로 했거든요"

그말에 로리외 부인은 자제심을 잃고는 휙 돌아서서 소리를 질렀다.

"아 정말 기가 막히는군! 지금 방방의 방에서 잘거라고 했니?" /154쪽












"내 방은 뺐어요." 쿠포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제르베즈 방에서 살 건데 거기가 조금 더 커요"

로리외 부인이 더는 참지 못하고 홱 돌아섰다.

"보자 보자 하니까!" 그녀가 악을 썼다."그래서 쩔룩이 방에서 잔다고?" /151쪽



'쩔룩이' 란 표현을 문동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했다. '방방' 이라고 번역되었는데 역주 설명에, 절름발이를 가리키는 프랑스 속어라고 했다. 민음사는, 우리나라식 표현을, 문동은 프랑스 속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모양이다. 쩔룩이란 표현이 제르베즈의 상황을 더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번역 비교를 하며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궁금한 지점마다 찾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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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두 편(애크로이드 살인사건,서재의 시체)을 읽는 동안 '진실' 과 '증명'이란 화두를 마주했다. 해서 또다른 책들을 찾아보다 제목에서 부터 '진실'이 들어간 책 발견.스토리도 흥미롭고 해서 전자책으로 구입했다.그러나 이런 책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결론을..(해서 도서관에서 엎어왔다.^^)


범인이 누구인지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사건들이 일어난다.적어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을 것 같은 의혹은 충분하다.그러나,문제는 심증만 있을 뿐,물증이 없다는 거다.게다가 증거가 드러나려고 하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진실 앞에 다가간 인물들은 살해 당한다.캐주얼한 느낌의 추리소설이란 느낌보다 그것이알고싶다 프로와 닮은 느낌의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권력을 가진자가,힘 없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형태가 여러 퍼즐조각으로 그려진다.읽는 내내 화가 좀 많이 난 이유일터.우리나라 거대기업들이 하는 짓도 이와 다르지 않을테니 말이다.1910년대 스페인의 시간적 배경은 그러니까 큰 의미가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오히려 그때나 지금이나,서양이나,동양이나 가진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하는 힘이란 것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게 했을 뿐이니까.그런데 이야기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배신과 변절을 수없이 하는 기생충 같은 네메시오 같은 인물도 있다는 사실을 그린다.이럴때면 어김없이 80이 20에 지배당하는 구조가 변하기 어려운 이유가 보여 답답해진다.그런데 소설은 또 너무 흡인력이 있어 잘 읽혀서  놀라고...그알(그것이 알고 싶다)에 가까운 소설이었지만 추리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두 번의 반전에 맙소사..했다.적어도 소설 후반까지 르프랭스와 코르타바녜스의 관계가 생각보다 깊은 이유를 고민하지 않았다.그런데 르프랭스의 죽음마저도 물음표가 따라오게 할 줄이야.자살인가,타살인가,...그리고 또 하나,소설에서 유일(?)하게 긴장감을 느끼게 했던 법정 신문 묘사가,사볼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만 오로지 집중된 것인 줄 알았는데..아니었다ㅡ는 사실이 놀라웠다.물론 소설을 다 읽기 전까지 눈치채기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변명도 해보지만.뻔한 듯 뻔하지 은 구조로 씌여진 이야기란 생각을 했다.다시 그알느낌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어째서 미란다만 몰랐을까..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결국,미란다처럼 이상주의자로 머무는 것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아닐수 있다는 생각. 그러니 막연한 희망을 품기 이전에 정신 바짝 차리는 것 부터가 중요한 것일지도...










민음사 고전 계속 읽기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던 책이다.그럼에도 이 책은 비교적 늦게 읽었다. 왜 읽게 되었는지도 알겠고, 스토리 전개도 대충 알겠다.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이라서.제르미날 덕분에 다시 소환(?)된 기념으로 재독해 볼 생각이다. 스포일러를 대략적으로 알고 읽어도 잘 읽혀질지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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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을 읽을때만 해도 에밀졸라 선생의 책들을 차례로 찾아 읽게 될 줄 몰랐다.이어 읽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조금 싱거운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찌어찌하다 <인간짐승>을 읽게 되였고,다시 졸라 선생의 소설은 좀 천천히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사람의 폐부를 적나라하게 찌르는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소설로 생각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도서관에 꽂혀 있는 <나나>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고.영화 개봉을 핑계(?) 삼아 <테레즈 라켕>까지 읽고 말았다.그런데 졸라선생의 소설 전부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에밀졸라 전진하는 진실> 때문이였던 것 같다.소설에서는 작가의 옹골찬 고집이 소설에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을때가 있었는데 '전진하는 진실'을 읽으면서 졸라선생의 세계관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거다.누군가는 끝없이 대중을 흔들어줘야 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졸라 선생은 그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제르미날> 1권에서도 졸라 선생의 흔들기 정신은 유효했다.어느 방향으로 정의 내릴수 없고 무엇이 더 옳고 그른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 앞에서도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눈앞에 보여지는 모든 것이 다 오른 것도 아니며,정의라는 이름을 걸고 싸우는 이들에게서도 항상 진정한 희생의 정의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정의를 이해 싸워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위해서는 더더욱 싸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 탄광촌에서 벌어지는 저들의 상황을 이해하기란 결코 녹록지 않았다.다만 소설 마지막으로 가는 단계에서 장랭의 도둑질 사건을 목도 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자본가들의 온갓 도둑질 앞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럴수 밖에 없는 까닭을 들이대면서.그런데 장랭이 하는 도둑질은 어떤가? 그건 그야말로 나쁜 짓이 되며 혼나야 할 이유가 되는 거다. 장랭의 도둑질에 자본가들의 이름을 올려놓으면 같은 상황인데 말이다.










다시 목로주점, 아니 <아소무아르>를 읽고 있다.천천히 읽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잘 읽혀져서 아소무아르와 제르미날을 함께 읽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제르미날>을 아소무아르 보다 더 최고의 소설이라 생각했으면서 정작 도서관 찬스를 이용했던 모양이다. 민음사 버전으로 구입할까 고민중인데  함께 읽을 책으로 나란히 소개된 책들이 <나는 고백한다>를 제외하고 모두 인상적으로 읽은 책들이라, <나는 고백한다>도 읽어야 할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다. 중남미문학은 워낙 힘겨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일단 구입부터 하게 되면, 시작이 반이니까 시작하는 샘이 되는 걸까.. 왠지 겨울에 읽기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이..겨울까지 기다려봐야 겠다.우선 십년주기로 찾아(?)온 <제르미날> 부터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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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주가 지난 어느 화창한 날 열한시 반경,제르베즈와 함석공 쿠포는 콜롱브 영감네 주점에서 함께 브랜디에 절인 자두를 먹고 있었다.보도에서 담배를 피우던 쿠포는 길을 건너던 그녀를 억지로 주점으로 끌고 들어갔다"/59쪽












"삼 주가 지난 어느 맑은 날 11시 30분쯤에 제르베즈는 함석공 쿠포와 함께 콜롱브 영감의 아소무아르에서 술에 절인 자두를 먹고 있었다. 세탁물을 가져다주고 돌아오다가 길을 건너는데 거리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쿠포가 다가와 억지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57쪽



<목로주점>을 민음사에서는 <아소무아르>로 번역한 이유가 궁금했다. 다행(?)히 목로주점은 읽고 리뷰로 남겨 놓지 않은 까닭에, 다시 읽고 싶기도 해서, 민음사 버전으로 읽고 있는데, 주점과, 아소무아르의 느낌은 너무 다르다. 문동에서 임의로 '주점'으로 번역된 느낌. 세탁물도 사라지고.. 민음사 번역에 대해 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목로주점으로 알고 있었던 졸라선생의 소설은 <아소무아르>가 더 괜찮은 느낌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역, 술집이름인 '아소무아르'는 '때려눕히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파생된 용어로 18세기 초부터 사람을 때려눕힐 정도로 힘든 일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었다.19세기 중엽 파리의 벨빌 지역에 가난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알코올로 사람을 때려눕히는 곳'이라는 뜻의 아소무아르라는 이름의 술집이 처음 생겼고 이후 많은 술집이 같은 이름을 내걸었다.(...)19세기 말쯤에는 '선술집'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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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계획 속에 계획(?)을 만들어 읽는 스타일인데..

아직 오지도 않은 시월 읽을 책을 당당히 올려 놓기로 했다.^^

해서, 일년에 한 권씩 읽어볼 생각이었던 형제의 책은,

벽돌책을 예외로 삼아야겠다.

이런 이벤트를 핑계삼아 읽기에 딱 좋은 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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