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에  눈 쌓인 풍경을 본 건 손꼽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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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식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일본미술순례..는 조금 낯설었다.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가 그냥저냥 반납을 하게 되었는데,지난해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림과 디아스포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는데...당혹스러웠다. 마침 소세키 소설에서 일본 화가들 언급이 자주 되고 있기도 해서..<나의 일본미술 순례>를 구입했다.그리고도 여전히 책을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가..스산한 바람이 부는 3월, 불쑥 펼쳐 보게 되었는데, 목차를 보자 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갱부'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극동의 가난한 산촌을 떠나 병든 몸으로 힘겹게 고학하면서 파리에서 <생각하는 사람>과 조우한 로쿠잔은 그 만남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회화를 버리고 조각으로 전향했다.세상에서 사라릴 뻔했던 작품<갱부>는 로쿠잔의 정신적 고투를 증언해 주는 대표작이다"/143쪽



소세키의 <갱부>와 같은 제목의 작품을 보는 순간..소세키의 소설과도 인연(?)이 있을까 싶었으나..소세키의 소설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로쿠잔의 '갱부'를 보는 순간 소세키의 <갱부>속 한 남자가 오버랩 되었을 뿐이다... "(...)나는 이 사내의 눈빛이 다소 이상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어쩐지 뭔가를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그것이 당사자가 말하는 것처럼 굿길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 전에 말하다 만 '나도' 뒤에 나올 이야기 때문인지는 알기 어려웠지만 아무튼 묘한 눈빛이었다.게다가 그 눈이 날카롭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날카로움 안에 화구라고 해야 할지 침음이라고 해야 할지 어쩐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정겨움이 있었다.그 시커먼 갱 안에서 사람이라고는 그 갱부뿐이었는데 그 갱부는 아직도 눈뿐이다.내 정신의 전부는 순식간에 그 안구에 빨려들었다.그리고 그가 하는 말을 신중히 들었다(...)"/279쪽  <일본미술 순례기>덕분에 소세키 소설 속 갱부..를 상상했던 이미지와 마주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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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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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처음 읽은 건 2016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알지 못하던 때라.. 어떤 흐름 없이 <마음>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로 충분히 공감하고, 화가 났던 기억..전기3부작을 읽으면서, 후기3부작에 <마음>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았다. 더 정확하게는 '후기에고'3부작. 그런데 에고라는 관점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있어 좋았다. 소세키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운데 하나는 '죽음'이였다. 설핏 보면 개인의 죽음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마음>까지 읽고 난 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덕분에 개인의 죽음 밑에 깔려 있는..주제와 마주했고, 작가 개인에게 찾아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소설에 짙게 깔려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끝내고 2년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설명때문일까..<마음>은 왠지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써내려간 진혼곡은 아니었을까 하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이번에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덕분에 표지에 등장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말 처럼 다가왔는데..읽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알 것 같은 기분이....현실과 이상의 충돌은 개인에 국한된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이후 갱부에서 흔들리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에 대해 생각해 볼 있었다.(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경고의 메세지!!).처음 읽을때는 배신의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어..주인공처럼 사람을 믿을수 없는 그 마음에 격한 공감을 하며 읽었더랬다. 그런데 두번째 읽기에서 내가 놀란 건 노년으로 가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고통과 불안이 보였다.당당히 노년을 맞을줄 알았으나. 여기 저기 몸이 아프다고 아우성 치고 있는 순간이라...주인공의 목소리 보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주변인들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던 거다. '죽음'이란 주제는 소세키에게 찾아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았다.더해 메이지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라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더불어 그때는 그저 질투로만 생각했던  k와의 관계를 동성애 시선으로 바라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삼각관계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선생님의 질투가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약한 존재이며, 언제든 나쁜 인간이 될 수 있고, 배신당할 수 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수 있다 해도 말이다. 선생님의 고통에 대해 그럼에도 극복할 수 없는 거였을까..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일어나기도 했고.. 다행(?)히 라면 담담히 선생님의 유서를 읽고 있는'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읽는 내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문>을 읽을 때 안도했던 것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에,신기한 경험이라 생각했다. 해서 <마음>으로 당분간 나쓰메 소세키 작품은 그만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질적 데뷔작 나는 고양이.... 까지 읽어보고 싶어졌다.(오래전 리뷰를 다시 정리하면서 나는 고양이..를 읽게 된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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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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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수수께끼,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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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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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려고 생각하면 걷는 것은 자신임에 틀림없지만 그렇게 걷자고 생각하는 마음과 걷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불쑥 샘솟는지, 형님에게는 그게 커다란 의문이었던 거네"/369쪽

 

 


일본어 잘 하시는 지인에게 표지 문장 해석을 요청 했다.인용된 독일 속담의 문장이었다. 독일 속담이라고는 하는데 출전은 알 수 없다고 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 고리가 없다는 뜻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렵다는 뜻이였을까?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와서 비로서 '행인' 이란 제목이 궁금해졌는데...생각과 마음의 불일치에서 오는 어떤 괴리감에 대한 무엇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소세키의 전기3부작을 읽고 난 후..후기 3부작이 보여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춘분..을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 몹시 지친다 싶었더니, 후기3부작에서 내가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것은..후기 '에고(ego)' 3부작이었다는 사실. 오래 전 '마음'을 읽을 때는 저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이번에는 어떤 시선으로 읽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무튼  '에고'에 관한 이야기라서 이치로란 인물에 대해서는 공감도 되고, 공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수시로 반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연구를 하면 할 수록 고독해졌고, 외로워지는 모순들..사람을 믿을 수 없고..누구도 신뢰 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잔인한가..너무 많이 알아서..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역시 이치로가 만들어 놓은 함정은 아닐까... 이치로가 주변인들에게 행하는 모습은 잔인하기도 하고, 스스로 거미줄에 걸린 것 같은 기분에서 드러내놓은 화두는 또 가슴에 와서 콕 박히는 기분...아내를 신뢰하지 못해서,동생을 믿지 못하는 것 같은 행동은...사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20년 이상 00의 가슴속에 감춰져 있는 그 비밀을 파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녀에게는 천하의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두 눈을 잃고 남들로부터 거의 반편이 취급을 받는 것보다 한 번 장래를 약속한 사람의 마음을 확실히 손에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240쪽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이치로와 주변인들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에고에 대한 사례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다 읽고 난 후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치로의 고민보다 아버지가 들려준 에피소드 였다. 이치로만 에고에 사로 잡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버린 남자에 대해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자신이 맹인이 되었다는 사실 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이, 얼마나 강한 에고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이치로처럼 드러내놓고 에고에 몸부림치는 이들이 있고, 그녀처럼 에고를 숨기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에고 가 없는 삶은, 허수아비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에고가 강한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이도저도 아닌 행인..처럼 될 바에는 에고를 조금 덜어 내놓고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싶은데, 그러면 소세키선생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믿고 싶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남을 행복하게 할 힘이 있을 리 없네.구름에 싸인 태양을 보고 왜 따뜻한 빛을 주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그렇게 다그치는 쪽이 억지일 걸세(...)우선 형님의 머리를 에워싸고 있는 구름을 걷어내주는 게 좋을 걸세(...)"/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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