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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주목할만한 새책으로 만났을 때부터,궁금한 책이었다.(그러나) 표지와 제목이 선뜻 나를 이끌지 못했다. <경애의 마음>을 읽고 나서 불현듯 이 책이 다시 보이게 된 것이 신기했다.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불멸의 고전' 이란 멘트가 내 시선을 끈 탓이다. 여전히 사람들 마음을 버겁게 하는 시월의 이태원. 그리고 사람들 뇌리 속에서 많이 기억하지 못하게 된 시월의 인천화재사고.. 페이지를 넘기다, 주니퍼수사의 질문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우주에 어떤 계획이 있다면 인간의 삶에 어떤 패턴이 있다면 갑자기 중단된 저들의 삶 속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15쪽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아니 설명을 받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그날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느냐고, 답을 들을수 없다는 건,계속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도 된다.다리가 무너졌고, 다섯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주니퍼수사는 그들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주니퍼 수사가 진짜 알고 싶었던 건 무엇이였을까? 정말 증명이 가능할거라 믿었던 걸까? 그런데 다섯 명에 대한 기록을 읽으면서,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특히 살아 남은 자들의 고통에 대해서...함께 떠나길 거부했던 에스테반에게 기꺼이 함께 가길 권했던 알바라도 선장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에스테반은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자책.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선장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고통의 순간을 겪고 있을 때 힘들었던 말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 해 줄 거야' 라는 말이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런 말은 공허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는 것 또한 맞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우리는 모두 실패했어요. 그리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은 벌을 받으려 하고 한 사람은 온갖 속죄를 하려 하는 군요,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사랑 안에서는 평소에는 감히 이런 말을 입에 잘 담지 않습니다만 사랑 안에서는 우리의 실수조차 오래가지 않는 것 같더군요"/203쪽
우리 모두 언제가는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억울한 죽음 앞에서는 무언가를 도둑 맞은 기분이 들게 된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콕 찍어 '사랑'이라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실을 겪은 이유로 인해 다시 누군가와 연대하고, 위로 할 수 있는 과정을 생각하자고 했다.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경애의 마음>에서 상수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언니라는 닉네임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상담해주는 채널을 만들었던 건, 인천화재 사고로 친구를 잃어버린 고통을 어떻게라도 이겨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본다.경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라고 했던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에서는 '사랑' 이라고 했다. 오직 '사랑' 만이 산자와 죽은 자의 다리를 잇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