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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사람 마음이 그렇다. 창비카페에서 <혼모노>를 보았을 때만 해도 딱히 읽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냉큼 빌려 읽을 수도 없을 뿐더러, 예약대기까지 걸리고 보니, 살짝 오기가 발동했다. 베스트샐러에는 무심하다 자부했으나, 최근 우리나라 소설..읽기 재미에 다시 빠져 들면서 <혼모노>가 계속 아른거렸다. '길티 클럽' 을 읽을 때만 해도 조금은 뻔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무얼 이야기 하고 싶은지 너무 잘 알것 같은 마음... 그런데 정말일까? '스무드' 부터 빠져 들었다. 다음 이야기들 모두 재미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불편했다. 지방 사는 지인에게 이런 불편함을 이야기할때, 나와 결이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이야기하길래 속으로 놀랐다. 그들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일방적으로..단정 짓는 것도 문제일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수긍할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시선으로 그들과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건 충격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짜를 진짜로 믿게 된다는 것. 반대로 진짜가 가짜처럼 곡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참담했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경험을 소설 덕분에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재미로 꼽자면 '혼모노' 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다.일본어인 '혼모노'의 뜻은 '진짜' 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전에는 오타쿠 중에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덕질을 하는 일부 오타쿠를 지칭하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 이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그 이야기 '사실' 이냐고 묻는 것이 대화의 일상이 되어버린 시점이라, 더 와닿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마냥 의심하는 것도 피곤하고, 무조건 믿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기란 더 어려워졌다. 박수무당처럼 스스로(만) 오로지 가벼워지기만을 생각하면 해답이 될까...보여지는 것 너머의 무언가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몹시 피곤한 일이긴 한데,지금으로써는 마냥 믿기 보다는, 의심하는 마음에 더 비중을 두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혼모노'와 '구의 집..'에서 이런 주제를 묵직히 던져 주었다면, '잉태기'와 '우호적 감정'에서는 그 마음이 내 문제가 되었을 때의 복닥거림을 들려준 기분이 들었고,그래서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는 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으로 가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