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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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무언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읽기에 방해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런데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주장하다,아니 '주장한다'는  페레이라의 말은,모호하기도 하지만, 절규 같기도 하고,조금은 소심한 저항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한 친구가 나에게 안토니오 타부키의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건넸다. 1938년 리스본을 배경으로 죽음과 기억에 천착하는 소설이다"/150쪽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언급된 안토니오 타부키의 책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죽음과 기억'에 천착하는 소설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작가에게 이 책을 권한 이의 마음이 궁금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예상(?)한 대로 죽음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신문기자 페레이라의 처절한 외침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그의 시크한 시선이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죽은 아내 사진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는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이다. 페레이에게 현실을 즉시하라는 박사의 말에 반스는 절대 공감하지 않는다. 사별의 고통은 잊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페레이라가 아내에게 하는 고백 역시,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절대비밀을 지킬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신부조차 고해성사 받기를 거부하니까 말이다.암울한 시대가 배경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언론은 바른 입 갖는걸 포기했다. 페레이라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문화면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그를 찾아온(?)아니 그가 찾아낸 수습기자라는 청년은 그를 혼란에 빠지게 하지만, 어쩌면 페레이라가 그를 통해 자신이 저항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속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릴 수 있었다고 말할 자신이 없는 독자의 핑계일 수도 있겠고,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그는 언론의 모순과 마주한다.상실의 고통은 우리 속에 있는 수많은 자아 중 하나일 뿐..또 다른 자아로 나아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는 우리의 정신은 오로지 하나라고 강변한다. 삶을 사랑한다는 청년은 독재에 맞서 싸운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독 발자크의 <오노린>에 집착 한건..'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자발적 자가검열언론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진실과거짓을 구분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 옳고 그름을 언론이 주는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 들이면 안되는게 아닐까....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에는 분명 '죽음'이 있었고, 페레이라가 상실의 고통속에 힘겨워 하는 장면들이 있었을 텐데, 역사의 진실 앞에 마주한 페레이라가 더 크게 보였다. 탄핵의 시간을 온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후유증 탓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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