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기다리며 '빛이 다가올 때'를 읽고 있었다. 길지 않은 단편이라 다 읽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끝내지 못했다. 신기한 건 그래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까에 대해 내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조금은 뻔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하면서도,정말 뉴욕에서 생활하는 듯한 모습이 나를 흥분시켰던 모양이다. 뻔하게 흘러가는 결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얼마전 읽은(?) <코끼리를 만지면>을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한 덕분이다. 만약 코끼리..를 읽지 않았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조금은 작위적이었을게 분명하다.
시작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코끼리를 그리는 과정을 들려준 책인데, 작가는 '본다'는 것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확장시켜주었다. ""아이들은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시야로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필사가 읽기의 또 다른 방식인것처럼, '만지는 것'이 누군가에는 보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빛이 다가올 때' 이야기에는 시각장애를 갖게 된 엄마와 사촌언니의 산책이야기가 그려지는데,감히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엄마와 여길 같이 걸었다면 나는 이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애를 썼겠지(..) 눈 위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라고" 그렇게 묘사를 하고 나면 큰이모는 "이젠 내 차례야" 하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예민한 다른 감각들을 활용해 큰이모가 느끼는 풍경을 언니에게 묘사해 주었다.바람이 어제보다 부드럽고 가볍구너,눈 때문인지 사방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쪼개 먹었던 수박향이 나는구나(...)"/69쪽
사촌언니에게 찾아온 고단함과,뻔한 사랑을..뻔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건,우리가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걸 경계하고 싶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경험) 만큼이 타인을 이해 하는데 도움은 되지 않을까.노력(?)으로도 닿을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타인이 느꼈던 방식 그대로 세상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얼마나 헛된가.우리는 오직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대로만 느낄 뿐이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렇다."/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