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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ㅣ 창비세계문학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송승철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공연을 보기 위해서도 읽었고, 문동에서 나온 일러스트가 궁금해서도 읽었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이제는 정리(?)해도 되겠지 생각하던 순간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읽은 책과 다른 책인 줄 알았다.(부끄럽게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관련 또 다른 이야기인줄 알았던 거다. 공연도 여러 번 보았고, 책도 여러 번 읽었으면..정작 온전하게 제목도 기억하고 있지 못할 줄이야..뮤지컬 20주년의 유혹이 있었으나, 변호사 배우 대사톤이 몹시 불편해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을 들었다.1인극이란다. 엄청나게 길었던 뮤지컬을, 1인극으로 올릴 생각을 했다니 마음에 든다(아직 보지도 않았으면서) 다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창비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다.

제목을 이렇게까지 다르게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더 놀란건 창비에서 언제나 거슬렸던 된발음의 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공연에서 이제는 좀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꿈틀거렸다는 거다. 뮤지컬에서 변호사의 말투는 몰입을 심하게 방해하는 부분이었다.(지금은 달라져있으려나..) 예전에 읽은 기록을 찾아보았다. 변호사 존재감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은,이번에도 처음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게된 지점이다.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는..소설 전체에서 그다지 크게 차지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의 고백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사건 전모에 관한 헨리 지킬의 진술'(팽귄은,'헨리 지킬의 고백'으로 번역되었다) -비로소 듣게 된다. 연극으로 가능한 이유를 알겠다. 공연이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볼 때 아버지의 존재감, 사슬을 끊어버려야 하는 절규,..가 선과악 만큼 가슴에 와 박혔는데, 텍스트로 읽는 지킬과 하이드'는 살짝 지루했다. 여러번 읽은 탓일수도 있겠고, 지킬 보다 더 센 '악..'에 관한 소설을 많이 접한 탓이었을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여러 번 읽은 덕에 마주한 기쁨이라면, 그동안 선과악의 대립구조와,내안의 수많은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그것이 인간 본성일까..에 대해 질문을 했다면,애초에 선과 악이란 균열이 왜 일어나게 된걸까에 대한 물음이 따라왔다는 거다.'쾌락' 그가 쾌락의 유혹에 빠져 들지 않았다면, 내 속에 있는 수많은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우리가 지금 수많은 욕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쾌락을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에 문제에서 말이다.
"자신의 영혼에서 불러내 자신의 쾌락을 즐기도록 홀로 밖으로 내보낸 이 악령은 태생적으로 해로운 악당이었다. 그의 모든 행동과 사고는 자기중심적이었다. 타인을 괴롭히는 일이 그의 즐거움이었는데,괴롭히는 일이라면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짐승처럼 게걸스럽게 탐닉했고 목석처럼 잔인했다(...)"/105쪽
지킬과 하이드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 볼 때도 있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탄핵의 시간은 거울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하이드 때문에 수많은 지킬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해서 하느님만 아실 거라는 지킬의 고백이 공허하게 다가왔다.
"(...) 하이드는 교수대에서 죽을까? 아니면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해방할 용기를 갖게 될까? 하느님만 아실 것이고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다.지금이 나의 진정한 사망 시점이고,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다.그러니 여기서 펜을 놓고 내 고백서를 봉인하며 저 불행한 헨리 지킬의 삶을 마감한다"/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