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망설임 없이 '고잉 홈'을 고른 이유다. 물론 '고잉 홈'은 단편집이니까,단편집으로는 처음(?) 만난다..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이미 한 편 읽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9편 가운데, 몰입도가 살짝 아쉬웠던 건 2편정도, 강렬한 기억으로 손꼽을 작품도 2편 정도인데..그럼에도 좋았다. 특별하지 않은 듯한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잘 읽혀지는 것도 좋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했던 '고잉 홈'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줄거리를 남길 수 없지만, AI 와 예술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때라 인상적이었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내가 바라는 반전이기도 했는데, 가능하려나..그랬으면 좋겠는데,그게 또 멋진 답이 될 수 있을까.. AI를 사람이 역으로 이용했다고 말할수 있을지..'유니콘'만 그 비밀(?)을 알게 될까... 마냥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고, 지금 예술과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의 어느 장면을 떠올리게 한 제목 '핑크 팰리스 러브'기이한 체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1인이라 은근하게 재미있었다.기억의 오류,공포 같은 단어들이 달리의 그림과 묘하게 연결되어지는 기분,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이 어떤 행동을 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종종 이야기하는 터라..부부가 겪었을 공포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통역사>를 아주 잠깐 상상하게 해준 '골드 브라스 세탁소'는 뻔한 결말로 흘러가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무엇보다 마음에 품고만 있었던 '다니엘서' 를 읽어보고 싶게 해 분 점이 좋았다. 내가 읽지 못하는 그 지점을 콕 찍어 건드려주었다.그리고 호퍼의 그림을 제목으로 한 이야기 '나이트호크스'



호퍼 그림을 주제로 소설을 쓴 단편집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호퍼의 의도와 달리..사람들은 호퍼의 그림에서 쓸쓸함을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이야기 자체보다, 화가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등을 지고 있는 남자가 자신이라 생각했던 그녀는..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호퍼는 헤밍웨이의 소설 '살인자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느와르적인 느낌...그러나 소설에서는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에 대해서..그리고 나는 아주 충분히 가 닿지는 못했지만, 등을 보이는 남자를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마음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라 느낄수 있었다고 해야 겠다.  '뷰잉'에서 화자가 언급한 것처럼 '그냥'...이란 말 속에서 담긴 설명할 수 없어서,뭔가 마음속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은 기분이다. 쓸쓸하지만 마냥 다크하지만도 않았던 이야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