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소굴출판사가 기획한 페이지터너스 시리즈가 마음에 들어 한 권씩 읽어 나가고 있었는데,어느 순간 멈춘듯 하여 아쉬웠다.그리고 등장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에밀졸라의 단편집 <방앗간 공격>을 읽으려고 하고 있는 찰나, 카프카의 성이 출간되었다. 당장 읽고 싶지만 한 번 이상 읽은 책은,나름 또 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읽는 것도 즐거움이라 생각하게 되어,2025년 5월에 읽을 생각이다.
카프카의 '성'을 마침내 끝냈다.도서관 대출과 반납을 꽤 여러 번 해야 할 만큼 '성'은 쉬이 속도가 나지 않았다.정말 성(城)을 오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만큼 긴 호흡이 필요해였던 걸까? 요제프 k의 시선을 따라가기가 매번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재미도 있었을 뿐만 아니나 잘 읽혀서 놀랐다.그렇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고전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잘 읽힌다고 해서 속도도 그처럼 빠르게 흘러가지는 않았으니까.
카프카의 '성'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도 요제프의 직업과 그가 성으로 오게 된 이유는 대부분 알고 있을지 모른다.나 역시 그랬으니까.그리고 k 라는 인물을 통해 무언가 많은 일들이 벌어질(?)거라 예상했다.물론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런데 내 눈에는 k 라는 인물 보다 아말리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크게 남았다.(물론 보이지 않는 권력의 상징들 클람이든가 소르티니 도 궁금하고 k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보았던 소년 한스도 궁금했지만.) 어쩌면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k 라는 인물이 마주한 상황과 비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측량기사라라로 와 달라는 성의 요청을 받고 찾아왔으나 어쩐 일인지 성에서는 그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서류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가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한다.이렇게 황당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권력의 횡포이고 공공기간의 무책임한 처사인데...실은 성에서의 이런 일은 아마도 비일비재한 듯 하다.성의 무책임한 행위에 항변하는 k를 사람들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그런데 k 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인물이 한명 아니 한 가족을 만나게 된다 k의 심부름꾼 바르나바스(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사도의 이름으로 '위로의 아들' 이란 뜻) 가족사다.소방수축제일에 성에서 내려온 관리의 부름을 아말리아가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의 아버지는 협회에서 추방당하고 일거리를 빼앗기고 심지어는 자신들이 살던 곳에서 추방당하게 된다.사람들은 모두 그 가족에게 등을 돌린다.그녀가 노리개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당당히 싸운 것이지만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가족을 무참히 외면한다. 그러니까 k 보다 더 치열하게 성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말리아 가족이었다.k는 뭔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로 부터 도망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느껴지지만 아말리아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저 견고한 성을 무너뜨린다는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사람들의 소문과 관계들도 얼마나 무서운지를.세상에는 이겨야 하는 싸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나의 소신대로 살아가는것 역시 치열한 싸움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 된 것 같다.읽는 내내 머리가 아프면서도 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수많은 상징들에 격한 공감을 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성'이 갖는 상징들.카프카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이 갖는 메타포가였다.(마치 그렇게 찾아내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지금 시점에서 누군가 카프카의 성에 대해 묻는다면 '부조리'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 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성 읽기를 마치면서 역자의 후기를 집중해서 읽게 된 것도 내가 얼마만큼 공감하며 읽었을까 에 대한 궁금함이 있어서 였는데 생각 보다 많아서 놀라웠다.그리고 동시에 읽을 때마다 조금은 또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부조리'에 대한 느낌은 늘 따라오지 않을까? 우선 소설에 등장하는 이름들의 상징을 보면 '측량기사'라는 말이 히브리어로 '메시아'라는 뜻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k가 전혀 메시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미완성으로 끝났기 때문일까.다시 읽게 된다면....
16년에 했던 나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할까..궁금하다. 사회는 여전히 권력과 부조리로 소란스럽지만,분명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표지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알라딘 포인트 차곡차곡 모아 5월에는 '성'을 구입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