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면 선뜻 고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제목.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웃어가며 읽었다.
"책을 한 권 샀다. 책을 샀다면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이런저런 책들을 펼쳐보며 매만지다가 골라드는 장면이 좋겠지만 지금은 핸드폰 속 앱을 통해서 책을 산다.오직 두 눈으로 목차를 읽고 책소개 글을 읽고 판단을 한다.그럴 때 나는 자주 좋은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그럴듯한 책을 고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짓과 작위는 페이지를 넘겨가며 손으로 만져봐야 알아볼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책을 구입하면 미묘한 것을 놓칠 수밖에 없게 된다.(...)"/57~58쪽
그럴듯해 보여 고른 책에는 비비언 고닉이 있다. 잘 알지 못하지만 잘 알고 싶고, 읽고 싶어서..그러나 여전히 나는 여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켜보고 (만) 있는 중이다. 그러는 사이 <생활체육과 시>에서 다시 비비언 고닉을 만났다. 이런 순간의 반복으로 나는 비비언고닉의 책을 구입했고, 읽어야 할 것 같은데..손으로 만져보고 고르지 못해서 여전히 비비언고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걸까?
"나는 비비언 고닉이 독자로 설정한 부류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의심해보기 시작한다. 한나 아렌트의 편을 드는 마지막의 문장 "아렌트가 이보다 얼마나 더 유대인다워야 한단 말인가?"에 이르러 나는 비비언 고닉의 논리가 완벽하게 봉합된 것을 반가워하는 한편으로 뒷걸음치는 마음이 생긴다.나는 '유대인다움'이라는 말을 소화하지 못한 채로 한 걸음 더 뒷걸음을 쳐버리고 만다. 비비언 고닉은 그 문장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쩐지 내가 잘 아는 종류의 마음인지도 모른다"/58~59쪽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지만 소개된 비비언 고닉의 <멀리오래보기>를 리스트에 담았다. 먼곳이라 착각하고 구입한 <왜 먼 것이좋아보이는가>제목이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