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람들·계엄령 알베르 카뮈 전집 1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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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나드 맬러머드의 <점원>을 읽다가 카뮈의 <계엄령>을 꺼내 들었다.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는 혹평을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콕콕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페스트)/ 이제 내가 지배자다. 이건 엄연한 사실이며 따라서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권리이므로 제군들은 오로지 복종할 뿐이다.(...)/190쪽 카뮈선생의 발직한 상상에 감탄했다. 당연히 총독이 쿠데라를 일으켰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쿠데타를 일으킨 주인공(?)은 페스트다. 전염병과 쿠데타가 닮은꼴이였다.그런데 전염병을 경험했고, 비상계엄선포..라는 시간을 찰나에 겪고 보니..페스트가 군림하는 모습의 풍자가 섬뜩하게 다가왔다.왜 페스트가 계엄령을 선포한 대상이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은 어렵지 않다. '공포' 알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공포로 이어진다. 민중들에게 공포가 주입되는 순간 권력자는 편하게 군림할 수 있다는 논리.. 가 페스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무엇보다 계엄령..이 뭔데? 라고 혹 물어오는 이들에게 카뮈의 <계엄령>을 읽어 보라 말해주고 싶었다. 굳이 정치적인 거창한 메커니즘을 논하지 않고도, 계엄령이 어떤 헤게모니로 작동하는지를 너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력자 마음대로 통치를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위해 최종적으로 필요한 도구였던 거다.통치와,구속과 추방 그리고 거짓말.등등 그러면서 페스트는 간악하게 외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행복해질 수는 없지. 그것이 이 세상의 공정한 정의야(...) 이 세상의 질서는 네가 바라는 대로 변하는 것이 아냐! 그걸 바꾸고 싶으면 너의 꿈 같은 것은 버려두고 현존하는 것들만 고려해서 생각해(..)/264쪽 그러나 끝이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페스트는 끝까지 시민을 향해 우매하다고 힐난하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까지 저 밑바닥에서 버티며 언제든 다시 계엄을 일으킬수 있다고 악다구니를 퍼붓는다... '계엄령'을 과거형으로 읽었다면 카뮈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형으로 마주한 지금..굳이 이 작품이 씌여진 이유에 대한 시간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계엄령이란 카드는 권력자에게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각하는 총리와,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남자..그리고 늘 그 거짓말(?)에 속는 시민이 보였다.


총독/ 만약 내가 당신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면 나와 내 가족들 그리고 막료들의 생명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남자/ 아, 보장하고말고요! 그러는 것이 관례입니다/176쪽


(..)높은 사람들은 절대로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그런데 다른 사람들 말이 맞았어.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네.마침내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도시의 성문이 열려 있을 때 어서 도망쳐야 겠네 일단 성문이 잠기면 불행의 도가니 속에 갇혀버리겠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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