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황실 재산을 관리한 구황실재산사무총국은 창경원 경내 전역에 전등을 가설하고 심지어 무대를 만들어 공연과 문화영화 등을 올렸다.밤벚꽃놀이, 야앵은 그렇게 흥행해 한국전쟁이 채 끝나지도 않은 1952년과 이듬해에도 행해졌고(...)"/169쪽
<대온실 수리 보고서> 덕분(?)에 김유정의 단편 '야앵'을 찾아 읽게 되었다. 당연히, '대온실 수리 보고서'에서 김유정의 소설을 언급한 것도 아니다. '야앵'을 검색하다가, 김유정 작품에 '야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읽고 싶어진거다. 아주 짧은 단편이다. 소설의 시작은 봄꽃을 맡는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질 법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향기를 품은 보드라운 바람이 이따금씩 볼을 스쳐간다"/307쪽 그러나 소설이 씌여졌을 당시를 떠올려 본다면, 퍽퍽했을 우리의 삶에, 바람 한 점 위로를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시끌벅적한 밤벚꽃놀이 풍경과 달리,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고달프다. 특히, 어느날 아이를 잃어버리게 된 정숙의 사연... 그녀가 보고 있는 건 밤꽃풍경이 아니라, 잃어버린 아이를 혹 찾을수도 있지 않을까 인데... 생각지 못한 반전이라 살짝 당혹스러웠다. 이혼한 남자가 아이를 데려간 모양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녀의 자책이..정말 자책해야 할 일이었나 묻게 되는데, 역자의 해설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지극히 남자의 시선으로 씌여진 이야기인가 싶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김유정이 얼마나 삶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던가를 보게 된다.시한부 인생의 폐결핵 환자 김유정이엇다.(...) 살고 싶었던,살아서 사랑받고 싶었던 김유정의 열망은 <따라지>에서 아키코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톨스토이로, <야앵>에서 딸을 데리고 사직골 몇 번지에 살고 있다는 결핵 환자임이 분명한 정숙이의 전 남편으로(...)"/441쪽 꽃은 눈으로 보는 걸까, 향기로 맡는 걸까..에 대한 화두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를 향한 마음이 같다고 부부의 마음 조차 하나일 수는 없는 법.. 정숙이 남편에게 몹시 패악을 부린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정숙의 시선에서 보고 있노라면 억울하지 않을까...보드라운 바람도 정숙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