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도 있지만, 읽다 포기한 책들이 더 많이 보여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독하고 싶은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쪽수책방을 연상시키는 작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앤은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두 분을 먹는 대신 화장 관습을 선택했으며,두 분의 이름을 새긴 돌 아래 재를 묻었다.그렇지만 오빠를 위해서는 제의를 선택할 수 없었고 그 사실은 그녀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그래서 형제를 잃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비가를 번역해 책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연되었던 제의를 치르기로 했다"/188쪽 앤 카슨의 <녹슨>을 통해 들려준 시인의 이야기에 나는 빨려들어갔다. '라틴어로 밤'을 뜻한다는 '녹스'가 신비로우면서도 뭔가 치유의 단어처럼 다가온거다. 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것 같은 '녹슨'을 읽기리스트에 담아 놓으려는 순간... 이미 한 권의 책을 만났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2021년 시월이었다.(기억에서 사라져 있을 만한 시간이었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은 앤 카슨을 읽는다" 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앤 카슨이 궁금해졌고..'짧은 이야기들' 란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책을 받은 첫느낌은,당혹감이었다.정말 '짧은' 이야기였는데..숨어(?)있을 지 모를 행간의 의미가 바다의 심연이 저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알아내고 싶은...마음은 욕심이란 걸 알았다. 짧은 이야기일수록 이해하기 쉬울 것 같지만 반대로 더 어려울 수 있는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톡을 보낼 때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전화를 하는 것이 나을때가 있는 것처럼.... 짧고 강렬한 글은 어렵지만..그래서 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짧은 이야기라고 해서 빨리 읽어낼 수 있는 건 아니란 것 시를 읽으면서 언제나 경험하는 부분이다. 그럴때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 것이 개인의 경험일터.반대로 해석하면, 누군가는 몹시도 불친절(?)하다고 느낄수도 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입장으로 책을 읽을수 있어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재미.. 하이쿠에 대한 부분이 언급된 부분이 아주 재미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재미있었다. " 하이쿠는 송어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등장한다- 내가 들은 것으로는 '가을 송어' '내려가는 송어' '빛바랜 송어' 등이 있다. '내려가는 송어' 와 '빛바랜 송어'는 알을 낳은 송어다. 완전히 지치고 탈진한 채 그들은 바다로 내려간다.물론 깊은 웅덩이에서 겨울을 나는 송어도 가끔 있었다.이들은 '남아 있는 송어' 라고 불렸다"/35쪽( '송어에 대한 짧은 이야기') 올해 하이쿠..를 열심히 찾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송어..는 이렇게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다행(?)히 송어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은 건 하이쿠에서 송어를 만나면서 느꼈던 마음과 닮아서가 아니라..모기에 대한 요즘 나의 생각을 송어....를 통해 읽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