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튼 제 생각엔 무엇이 서사인가를 이해하고 또 책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네 명의 미국 작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대순으로 이름을 들면 허먼 멜빌,스티븐 크레인,이디스 워튼, 윌리엄 포크너입니다(...)멜빌과 포크너의 경우는 구태여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작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크레인과 워튼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344쪽 허구의 '소설' 이라고 했는데...전혀 허구로 다가오지 않은 흥미로운 소설(?)... 좋은 작가로 선정한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알지 못했던 '스티븐 크레인' 이 궁금해진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나쁜(?) 작가라고 콕..찍어 소개한 작가들 이름에 화들짝(그럴수도 있는 거지^^) 놀랐다.. 해서 스티븐 크레인이 궁금해져서..검색을 해 보았더니..나는 이미 작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마 인상적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건너뛰었거나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창비세계단편문학집을 재미나게 읽었는데, 유일하게 미국편은 읽은 것에 대한 기록이 없다. 스티븐 크레인의 '소형 보트'를 찾아 읽었다. 좋은 작가라며 언급한 이유가 궁금했다.  무슨 이유로 소형 보트에 특파원이 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다. 소설은 이미 난파 되기 직전의 상황을 보여준다. 위촉즉발의 상황에 대한 자연의 묘사와, 사람에 대한 묘사가 너무 디테일에서 빨려들어갔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했고...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뭔가 구조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구조되어..난파가 되던 그 상황을 기록으로 남길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특파원은 유년기에 외인부대의 병사 하나가 알제리에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많은 학교 친구들이 그에게 그 병사의 곤경을 일러주었지만 귀가 아프도록 들려주어도 당연히 그는 전혀 무관심했었다.그는 외인부대의 병사 하나가 알제리에서 쓰러져 죽어간다는 것을 한번도 자신의 일로 생각한 적이 없을뿐더러 그것이 슬픈 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그러나 이제 그 일화는 인간적이고 생생한 사건으로 그애게 애틋하게 다가왔다.(..)그것은 준엄하고 애처롭고 예리한 현실이었다"/242~243쪽  내가 죽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특파원은 비로소 어린 시절 병사의 죽음에 무심했던 자신과 만났다. 경험 없이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난파위기에서 무사히 돌아온 특파원의 영웅담이 아니라, 죽음과 마주하게 된 순간 우리가 비로소 알게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고.. 이제 한 편 읽었을 뿐인데, '소형보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동시에 강렬했다.



"(...)처음 내가 공개 강연을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크레인 같이 별 볼 일 없는 작가를 훌륭한 작가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았었고,그 후 몇 주 동안 계속해서 그 명단에 대해 왈가왈부했었다.특히 크레인을 주요 작가로 인정한 나의 견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었고(....)'362~363쪽 크레인을 포함 시켰다는 것보다 헤밍웨이나 스타인벡을 저평가해서는 아니였을까..무튼 나는 미치너 선생 덕분(?)으로 영영 놓치고 갔을 지도 모른 스티븐 크레인의 단편(소형보트) 하나를 찾아 읽을 수 있었다. 끝내 그의 운명은 .... 책에 실리지 못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 미즈 마멜에게 보내는 짤막한 편지를 한 통 쳤다.죄송합니다. 훌륭한 고전 작가 범주에서 크레인을 빼고 호손을 넣기로 했습니다(...)'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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