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말은 왜 당신이 <<파도>>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내가 당신의 소설<<주디스 파리>>에 대해 '이 인물들은 내게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바로 그 용어를 사용했는지 말입니다.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내가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모든 종류의 특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물론 비현실성은 책에서 색채를 빼앗아 갑니다. 동시에 그게 우리 중 어느 쪽에도 최종 판단인지는 모르겠어요.당신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입니다. (...) <<파도>>가 내 어떤 소설보다도 더 잘 팔리고 있어서 저는 기쁩니다. 그리고 E.M. 포스터는 <<파도>>가 내 어떤 소설보다 더 그에게 감동을 준다고 말해서 더욱더 기쁘고요,그 외에는 좋다는 의견이든 나쁘다는 의견이든 점점 더 쓸데없고 얼토당토않은 것 같아요(....)"/230~231쪽
도무지 넘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재미나게 읽혀서 놀랐던 기억...<출항><등대로> <파도>를 내리..읽었던것 같다. 휴 월플이란 작가는 잘 모르지만, 작품을 놓고 서로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읽혔다. 책이 잘 필리는 것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줄 알았는데..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소소한 기쁨이 되었다.
심오하게 소설 분석 할 수 없는 독자의 입장에서 <파도>를 요약하자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중년으로 가는 과정을 버나드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특히,삶과 죽음에 관한 기록,으로 요약 되지 않을까 싶다.흥미로운 건 각자의 내면 속 흐름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오히려 그것이 각자 인물들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 보게 되는 것도 신기했고.그래서 가끔 버거울 때도 있다.(감정에 몰입 되는 순간 버나드가 되고,루이스가 되는 기분이들어서..) 그리고,나는 누구인가, 삶과 죽음의 문제,내 속에 또 다른 내가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쉽지 않으니까.아니, 답은 있으나또 해답 대로 수 없는 모순이란 장벽.그래서 버나드 역시 이야기에 주구장창 매달리면서,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야기를 만들때의 자신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만이 온전히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신기한건 난해하다고 했던.실험적인 소설이라 알려진 <파도>가 나와 궁합이 너무 잘맞았다는 사실이다.지금은,어떻게 설명할 수 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