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검은색이 칠해진 커튼일 뿐이다. 커튼 저편에는 다른 삶이 없다.같은 삶이 있을 뿐이다.커튼의 다른쪽 면을 벗어나야 비로소 내세에 이룰 수 있다. 커튼만 쳐다보고 있으면 우리는 또 다른 삶을 보지 못한다.커튼 저편의 삶도 이편의 삶과 마찬가지다. 현실이 환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검은색 커튼을 지나갈 수 있다. 우리는 검은색 커튼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우리가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검은색 커튼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커튼을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커튼을 자유롭게넘나들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224~5쪽 이후에도 몇 번 더 '커튼' 이란 단어가 언급된다. 특정 단어가 미치는 영향으로 다른 책이 생각나는 경우가 흥미롭다 싶어 쿤데라의 '커튼'을 어떻게 읽었을까..궁금해졌다.
'커튼'은 소설이 아니다.소설을 다양하게 읽기를 바라는 일종의 쿤데라식 소설론이다.고전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진 것도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서인데,쿤데라는 그런 시각을 '커튼'이란 은유로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2016년의 메모다. 기억은...그렇다. 당연히 소설일거라 생각했고..다시 읽어야지 생각하며 찾아보았더니..소설이 아니었고, 이 책을 퍽 어렵게 읽었다는 기록. <책은 도끼다> 강연 덕분에 그래도 꾸역꾸역..읽어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놀라운 건 애서서 소설에도 '커튼' 이란 제목이 있었다는 사실.. 그때도 아마 쿤데라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소설이 아닌 책을 당연히 소설일거라 생각했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다. 2016년에 읽었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읽을수 있지 않을까..싶어서
쿤데라의 '커튼' 에 대한 언급은 없다...다른 동기로 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예전 리뷰를 꺼내 보내는 것이 단순히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이 아닌듯 하여 즐겁다. <커튼>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애거서 특집으로 꾸며진 미스테리아를 재미있게 읽고 싶어서였다.소개된 책들 가운데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으니...미스테리아..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읽은 내용을 서로 비교해 가면서..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은 몇 작품 안된다.그럼에도 살짝 알게 된 건,소설의 중반이 흐를때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없다는 거다.그보다는 심리적인 요소들,혹은 다른 부분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언급되는 데..<커튼>역시 그랬다. 안락사문제,결혼과 이혼문제,자살문제,사랑문제,자식문제 그리고 사디스트에 관한 이야기까지..그러면서 헤이스팅스에게는 계속 다그친다.누가 x일지..."그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일상적인 말다툼과 오해,적개심의 이면에는 진실되고 참된 애정이 존재할 수도 있는 법이지"/154쪽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목을 커튼으로 정한 이유 한가지가 보였다. 겉모습과 다른 모습,커튼뒤에 가려진 모습들...그리고 마침내 커튼이였던 결정적 이유가 언급된다"자네는 아마도 '벨을 울려 커튼을 내리자'는 말을 하고 싶어 할 걸세...."/300쪽 나를 가리는 도구로서도 커튼은 필요하고,무언가로부토 빨리 막을 내리고 싶을 때도 커튼은 필요하다는 사실..그런데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건,아니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누구일지 모르는 x 에 관한 대상을 셰익스피어 희곡 '오셀로'의 이아고 와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잘못(?)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데스데모나를 죽인건 오셀로였지만,실은 이아고였다. <오셀로>를 여러 번 읽고 난 후 비로소 이 작품은 '오셀로'가 아니라 '이아고'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그러면 너무 노골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커튼>뒤에 숨어 누군가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속 인물처럼..문제는 죄를 처벌하는 푸아로 탐정의 방식(작가의 생각일테지만..)인데,<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커튼>에서의 앤딩은,적어도 살인범을 처벌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공감했다.그럼에도 이 부분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