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책들에서 조지 엘리엇의 이름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마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표지가 선뜻 손이 가질 않았는데..결국 읽게 되는 날이왔다. 끝내고 나니, 민음사 출간 소식이... 그런데 <끝내주는 괴물들>에서 커소번..을 언급해서 이 책을 읽은 보람을 새삼 느낀다. 무엇보다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커소번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란 시선이 흥미를 끈다. 콕 찍어 커소번에 대한 느낌을 아니라고..말해주는 시선을 만나게 될 줄이야^^


오로지 프레드 자신만 모르(?)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인내를 요한다.그러나..고백하자면 누군가의 본심을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대부분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프레드만의 문제도 아닐 뿐더러 알아낼 방법도 쉽지만은 않을 터....도로시아의 결혼생활이 힘든것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는 지점에서 부터 어긋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주 잠깐씩 등장할 뿐인데도 신기하게..도로시아 부부의 심리상태가 계속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2부에서의 단연 하일라이트라면, 페더스톤 노인의 죽음과 유산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괴팍한 노인으로 그려진 노인은 죽기 전까지도 돈으로 권력놀이를 즐겼다. 친인척들에게 환상을 갖게 하고..저마다 자신이 가장 많은 유산을 갖게 될거라 굳게 믿는 모습이라니.... 마침내 죽음이 임박한 노인은..어떤 마음에서인지, 유언을 변경하려한다. 그러나 메리는 자신이 임의로 불태울수 없다며..노인의 유언장을 건드리지 않았고.... 조금은 예상한대로..그의 재산은 조슈아 리그에게로 모두 돌아갔다. 이후 사람들이 노인을 향해 쏟아 내는 악담과 원망은, 죽은 이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이가 단 한명도 없음을 보여준다.그런가하면 2권에서도 한 커플이 탄생했다.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도로시아는 약간 결이 다를수 있지만 리드게이트 부부 역시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것인지..사랑한다고 생각해서 결혼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의 본심을 충분히 알았다기 보다, 자신들이 생각한대로 믿는 경향이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게으르기도 하고, 요행을 바라는 듯한 성향을 가진 프레드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유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위선과..커소번이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1권에서 충분히까지는 아니어도 도로시아를 사랑해서 결혼했을까..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는데.2부에서는 커소본의 오만과 위선과 독선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그렇게 느낄수 있는 지점들이 보여서 놀랐다.작가는 그렇게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피력했지만...그가 진정한 학자라면 갖지 않아야 할 덕목이란 생각 때문에 더 야박하게 평가한 탓일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인간 커소번으로 생각하고 보면, 그가 도로시아를 향해 느낄수 밖에 없는 질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미들마치는 가상의 마을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거대한 사회를 만화경처럼 그려낸 소설이란 느낌이 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들이 왁자지껄하게 그려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런 가운데 조용히..그러나 강렬한 심리전을 보이고 있는 도로시아커플의 모습을 따라 가는 것도 은근 재미나다. 그들이 언젠가 서로의 마음을 툭 터놓게 되는 날이 과연 오게 되기는 할까.....




"커소번 신부는 자신이 일생토록 전념할 위대한 연구를 도와줄,초월적 진리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솔메이트를 만나고 싶어 한다. 혹자는 커소번이 아무 생각 없이 자기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해줄 노예를 원했을 뿐이라고 비난하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208쪽 망겔선생의 시선으로 보자면, 동상이몽..같은 마음이었다고 이해하면 될까.. 신부는 도로시아가 배우자인동시에..자신과 학문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도로시아는 학문 자체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던 것에서 오는 차이... 도로시아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신부가 야속했는데... 신부 입장에서 보면 도로시아가 자신을 좋아한 이유에 혼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커소본의 목표는 지식의 추구 자체로서 그것을 온전히 성취하는 일은 언제나 지평선 저 너머에 있다. 만약 도러시아가 지식을 향한 탐구를 끈기 있게 계속해나갔다면, 그리하여 그 활동이 본질적으로 영영 끝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가치 있다는 것을 커소번처럼 깨달았다면 자기 의문에 대한 해답의 그림자나마 찾았을지도 모른다"/213쪽


그리고...한 권의 책^^










"(...)커소번이 아무 생각 없이 자기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 해줄 노예를 원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보르헤스가 역사상 최고의 탐정소설이라고 평가한 이든 필포츠의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에서 주인공은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208쪽 배우자에 대한 생각보다, 보르헤스가 인정한 탐정소설..이란 말에 시전 집중.. 여름에 읽을 계획이었던 추리와 탐정이야기를..9월에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엄청난 리스트에 한 권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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