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마지오는 공산주의자야" 마르타가 말했다.

"아마 그럴 거야. 그 사람이 부러워.뭔가를 믿는다는 건 행운이지.나는 절대적인 믿음 같은 건 성모 방문 칼리지 예배당에 모조리 버려두고 왔어.내가 한때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아이로 통했다는 거 알아?"

"당신은 어쩌면 반쪽자리 신부 일지도 몰라" /327쪽 책을 읽으면서도 무언가를 마구마구 연상해 보고 싶은 까닭에, 칼비노의 소설 ..을 재미나게 읽었다고 생각했다. 반쪽자리 자작....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재미나게 읽은 건 <나무 위의 남작> 이었다. 반쪼가리...는 읽다가 포기했다는 사실ㅠㅠ



아버지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위해 나무에 오르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코지모의 나이 12살.어린아이가 하는 가벼운 반항일거라 생각했던 가족들의 예상과 달리,나무위에서의 코지모 생활은 그야말로 환타스틱하게 전개된다.그러나 읽는 독자는 환타스틱하게만 느껴진 것이 아니라,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은..아니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신나게 읽었다. 나무와 나무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땅위에서 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는 코지모.

 

"나무 위에서 가능한 일들을 모두 시험해 보려 했다"/91쪽

 

나무 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상상이상이었다.원수집안 같은 옆집의 정원도 나무를 타고 방문할 수 있게 되었고(친구도 사귀게 되고),농부들의 밭고랑이 비뚤어졌다는 사실도 알려주고,그야말로,농부들의 전령사가 되어,소식을 전해 줄 뿐만 아니라,과일도둑아이들과도 친구가 되면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모습이라니,나무들의 가지를 치는 장면은 마치 영화 가위손을 떠올리게했고,땅위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배신을 보고,이해할 수 없었던 삼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그리고 자신은 삼촌처럼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네아 실비오 카레기의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코지모 형에게 있어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었다.나는 형이 다른 사람들과 유리된 삶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경계하기 위해 기사 변호사 삼촌의 기이한 모습을 항상 떠올렸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131쪽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코지모의 모습은 때론 나무철학자 같기도 했고,때론 시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사람들이 그를 괴상한 남작이라 생각하면서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래서였다.해서 나 역시 소설의 결말이 궁금해지려고 할 즈음 느닷(?)없는 반전이 일어난다.사실 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가 덜한 부분이었으면서도,또 동시에 칼비노 선생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기때문에 그랬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었던 장인데,어릴적 헤어진 이웃집 소녀와의 느닷없는 상봉(비올라)이 그랬다.심지어 그녀는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는 스토리,긍정의 시선으로 보자면,변함없는 나무 위에 코지모가 있었기에 만날수 있었던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저들의 지리멸렬한 사랑싸움은 숨이 막히기도 했고,코지모보다 비올라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바로 그 순간 그녀의 한 마디가 가슴 쿵 하게 했다."그러면 넌 혼자 네 본래 모습으로 있으렴"/271쪽 비올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지,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행복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던,아니 헤아리지 못했던 코지모였으니..헤어질 수 밖에.그런데 반전(?)은 여기서 또 한 번..사랑을 잃고,그는 정말 미치기 시작했다는 거다. 시간과 나이가 그것을 재촉한 것일수도 있겠다.그렇게 자신을 연구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이,프랑스혁명,나폴레옹 시대,왕정복고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그려진다. 유럽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니,당시 상황이 어떠했을지 감히 말할수 없지만,배신과,탐욕,밀정 등의 코드는 읽혔다.누구를 위한 전쟁인가...그러는 사이 환경도 발전이란 이름으로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죽어 가던 코지모 형이 자기 옆으로 닻이 달린 밧줄이 지나는 바로 그 순간 젊었을 때처럼 펄쩍 뛰어올라 끈을 붙잡고 두 발로 닻을 밟으면서 몸을 웅크렸다.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까스로 기구의 진행을 늦추면서 바람에 끌려 날아가는 형의 모습과 바다 쪽으로 사라져 가는 형을 보았다... ."/334쪽

 

소설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코지모의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읽는 내내 그의 마지막이 궁금했으면서도,죽음은 상상하지 못했다.뻔한 해피앤딩은 아니더라도.열린 결말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코지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쪼가리 자작> 읽기가 쉽지 않아 포기했었던 작가가 맞나 싶을 만큼, 재미나게 읽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반한 탓이다.<나무 위의 남작> 역시 너무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느끼면서 읽었으나, 제목도 오롯이 기억하지 못했다. <반쪼가리 자작>은 포기를 했다는 사실은 충격(?)아닌 충격...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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