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밀과 탐정들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6
에리히 캐스트너 글, 발터 트리어 그림, 장영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평점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의 주제는 '사랑'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소개된 예술가들의 작품을 리스트로 작성해 보는 과정도 즐거움이었다. 잘 알고 있었던 작가보다는 잘 몰랐던 작가의 책부터 찾아봐야지 생각했다. 에리히 캐스트너 책을 고른건, 낯설기도 했지만, 동화책이 검색되어 부담(?)없이 읽을수 있을 것 같았다. 광기의 사랑(?)에 등장하는 예술가가 쓴 동화책은 어떤 색깔일지..게다가 탐정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 침대에 들이는 여자들은 자주 바뀌지만 그 소식을 항상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건 드레스텐에 있는 "사랑하는 엄마"이다 캐스트너디.그리고 두번째는 독자들이다.에리히 캐스트너는 베를린 생활에 지쳐 재충전이 필요할 때면 틈틈이 마조레호수나 발트해로 어머니와 휴가 여행도 떠난다"/65쪽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내게는 낯선 이름이라.이 책을 읽으면서 내 시선을 크게 사로 잡은 예술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엄마'에 대해 다소 마마보이기질이 있다는 설명..이 설핏 기억나서였을까.. <에밀과 탐정들>을 읽는 내내 '엄마' 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보통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갖는 생각과는 차원(?)이 너무 달라서..저 내막을 몰랐다면 '성숙'한 아이라 생각했을 텐데.. <에밀과 탐정들>을 읽는 동안은 약간 비딱하게 보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마보이..에 가까운 성향을 지닌 것을 몰랐다면..엄마들이 참 사랑스러워 했을 아들이 아닌가 싶다. "(....) 엄마가 부엌에 혼자 앉아 저녁을 드시게 하기는 싫거든.하지만 엄마는 친구들과 끝까지 함께 놀아도 된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거야.그래서 나도 엄마 말대로 해 보았지.그렇지만 그러니까 놀 때에도 조금도 신이 안나. 솔직히 내가 일찍 집에 가면 엄마는 속으론 기뻐하거든"/127쪽 속 깊은 아이로 볼 수 도 있는 상황인데..그런데 증오..에 소개된 그의 연애담을 보고 있노라면 허걱..하게 된다. 증오..를 읽으면서 예술가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사랑을..다양하게 하고 싶었던 걸까..생각했다. <에밀과 탐정들>을 읽고 싶었던 이유에는, 동화라는 것 말고도..그가 사촌 "포니 휘트헨'을 어떻게 해서 창조해 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카페 요스티'에 앉아서 연필을 씹어대면서 밀크 커피를 연달아 마신다.그러던 어느 날 젊은 여성이 아주 눈에 띄는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이튿날 또 카페 요스티에서 석 잔째 마시는데 또 그여자가 같은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그 순간 에리히 키스트너는 연필을 집어들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좋은 아들인 에리히 캐스트너는 이 자품에서도 엄마를 잊지 않고 헌신적인 티쉬바인 부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불멸의 존재로 만든다"/65쪽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사실..'에밀과 탐정들'에서 사촌은 그렇게까지 크게 존재감을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작품을 쓰게 된 어떤 자극제가 되었던 건 분명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사랑에 빠졌으며..엄마가 최고라는 등..여자들이 너무'독립적인 존재' 가 되어서 남자들이 필요가 없다는 편지를 쓰는 걸 보면.. 다시 <에밀과 탐정들>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허무맹랑 할 수 도 있지만..의외로 재미나게 잘 읽혀서 놀랐다. 혼자 기차를 타고..돈을 잃어버렸을 때..끝까지 도둑을 찾아야 겠다고 결심할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 직접 도둑을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생각보다 유치할 수도 있지만..흥미롭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똑똑하고, 독립적인 존재들일..수 있다는 사실. 여성들이 점점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는 작가의 생각은..아이들에게로 옮겨 온 건 아니였을까.. 스스로 도둑을 잡겠다는 생각.그리고 아이들의 연대 속에 어른들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에밀은 아주 큰 교훈(?)을 얻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을 너무 믿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