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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들 - 기묘하고 아름다운 명화 속 이야기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4년 7월
평점 :
표지를 장식한 휘슬러의 그림이 궁금해서 읽고 싶었다.그러나 막상 몰입이 잘 되지 않아..그냥 저냥 미뤄두고 있었는데..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에서 아르놀트 뵈클린..이란 이름을 만난 순간 급 관심이..생겨 다시 <무서운 그림들> 앞으로 왔다. 첫 주자로 등장했으나.. '페스트'란 주제를 외면하고 싶어서 였을 수도 있겠고... 무튼 아르놀트 뵈클린을 검색하는 순간 <무서운 그림들>이 함께 검색되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레마르크와 스위스 부동산 중개인은 계약을 맺고 악수를 한다.하늘의 뜻 같았다.이 빌라는 한때 스위스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집이었는데,이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두 개의 섬, 바로 브리사고섬은 뵈클린의 전설적인 그림<죽음의 섬>에 영감을 주었다."/176쪽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증오의 시대,광기의 사랑>에서 언급해 준 그림이 궁금했을 뿐인데, <무서운 그림들>에 등장했을 줄이야. 물론 내가 궁금했던 '죽음의 섬' 은 아니였지만,'페스트'를 그리게 된 이유에서 '죽음'에 관한 주제를 그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던 거다. 아이들의 죽음이 그를 고통과 슬픔..으로 이끌고 만거다.
"이 무렵 뵈클린의 대표작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이 있는 자화상>이다. 그간의 풍경화 신화화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뵈클린은 눈을 부릅뜬 채 화구를 쥐고 있다.그런 그의 뒤에서 섬뜩한 몰골의 해골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그러는 동안 뵈클린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먼저 떠나보낸 자식 셋에 이어 자식 둘을 또 잃었다.이번에도 각종 전염병 탓이었다."/21쪽
열넷의 자녀를 두었는데, 다섯이 전염병으로 죽고 나머지 아혹 가운데 셋도 뵈클린 보다 먼저 죽었다는 사실에..화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고 밖에는...뭉크의 절규 보다 더 절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음이 늘 곁에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아니 안간힘..그럼에도 나는 화가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마음으로 읽혀졌다. 그림에 대한 ..아니 화가에 대한 히스토리를 알지 못했다면,아무렇지 않게 '메멘토리'를 주제로 한 그림이겠거니 하고 넘겼을 지도 모르겠다.
"뵈클린은 베르나의 부탁을 곱씹었다. 그래서 그녀를 위한 두 번째 <죽음의 섬>을 그릴 때는 배 한 척을 함께 그렸다. 작은 배에는 흰옷을 입고 선 여인, 흰 포로 덮은 관이 있다.이는 죽음에 대한 암시, 귀천을 위한 애도였다.노를 젓는 신화 속 카론처럼 보이기도 한다.(...)유유히 떠다니는 배는 곧 섬의 입구에 닿을 테다(...)그림을 요청한 베르나는 죽은 남편도 이 섬에서 편히 쉬길 바랐다"/24~25쪽
'죽음의 섬'을 구글링 했을 때 여러 점이 보여서 의아했는데,모두 다섯 점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화가의 후원자였던 베르나의 요청으로 그려진 그림에 배 한 척이 추가 되었다는 사실.. 그녀가 남편을 편안한 곳으로 이끌어 주고 싶었던 마음이란 건 이후 설명을 더 듣지 않아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이해되었다. 그러나 처음 '죽음의 섬'이란 그림을 보았을 때는 현실적 경험이 이렇게까지 녹아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당시 이 그림이 독일 중산층 가정에 복제화로 걸린 이유도..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