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사대의 사랑>에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페르미나 다사(그녀도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 읽으면서 확인하고 있다.."전날 밤 그들은 영화관에 가서 각자 극장표를 사서 다른 좌석에 앉았다.그것은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갈릴레오 다콘테 씨가 17세기 수도원의 옛터에 야외극장을 세운 이후 적어도 한 잘에 두 번씩은 해온 일이었다.그들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 바탕을 둔 영화를 보았다. 우르비노 박사는 전쟁의 야만성에 가슴 아파 하면서 그 소설을 읽었다"/29쪽 '서부 전선...'을 읽게 된 것이 콜레라 시대 덕분이었을까 생각하며 예전 독후감을 찾아 보았다. 구입해 읽은 줄 알았는데..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사실도 알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918년 10월 어느 날 우리의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말았다.그러나 사령부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 전선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을 따름이었다./229~230
영화로도 꽤 유명한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나는 보지 않았다. 전쟁을 다룬 영화라는 것이 퍽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지금도 여전히 총칼 휘두르는 영화를 즐기진 않지만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소설의 제목에서 반어적 기운을 느끼긴 했으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밀려드는 그 참담함이란...그러고 보니 전쟁을 다룬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참 닮은 제목이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슬픈 미소가 나왔다. 1차 세계대전이 소설의 배경이다.영문도 모른채 학도병으로 지원(?) 해서 온 학도병 보이머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쟁소설.소설의 서두에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고백도 고발도 아닌 전쟁으로 파멸한 세대에 대한 보고한 것일 뿐이라고.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소설 속 전우들의 말처럼 전쟁을 일으킨 윗 별들이 스스로 총검을 겨눠서 끝낼 문제로 전쟁을 벌인다면 좋겠구나 싶었다.(전쟁은 무조건 반대지만 진정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본인들 스스로 총칼을 겨눠 보시라 나 역시 동감한다.극단적인 생각이란 건 알지만 그만큼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스스로 알았으면 싶은 거다.) 실제로 서부전선으로 지원해 나갔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소설 속 묘사들은 너무도 생생하다.너무 생생해서 불편하고 차라리 거짓말이였으면 싶은 순간이 많았다.소설이 갖는 허구가 그래도 있지 않을까 라고 도저히 말할수 없는.한참 꿈을 꿀 나이 19 살에 전장으로 나온 이들에게 세상은 공포 그 자체였을 터.그런데 이들을 전장으로 밀어 넣은 것도 전장에서 죽음을 강요한 것도 모두 어른들이였다.어떤 거창한 이념을 내세워 전장을 고발하지 않는다.그저 전장의 현장에서 느끼는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충분히 우리는 전장의 참상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는 칸토레크 같은 사람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이들은 모두 자신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파멸을 맞게 된다.이들은 18세의 우리들을 성인 세계와 중개해 주고 이끌어 주어야했다. 노동과 의무 문화와 진보의 세계 즉 미래의 세계로 말이다.때때로 우리는 이들을 조롱하기도 했고 이들을 속여 먹기도 했다.그러나 사실은 이들의 말을 믿고 있었다.그들이 지니고 있는 권위라는 개념은 우리 마음속에서 더 깊은 통찰 및 인간적인 지식과 결부되어 있었다.하지만 우리의 동료가 처음으로 죽는 것을 보자 우리의 확신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우리 연배가 어른들보다 더 정직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들이 우리보다 나은 점은 상투어를 사용하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능력뿐이다.처음으로 쏟아지는 포탄을 뚫고 돌격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포화를 맞으면서 그들에게서 배운 우리의 세계관이 무너지게 되었다." /18
무슨 까닭에서 학생들 전원을 자원 입대하게 만들수 있는 것인지...작가의 말처럼 교육이 때론 사람을 이상하게도 만드는 모양이다.사실 이 문장을 읽을때는 비단 군에 입대시키는 선생의 모습 뿐만아니라 올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잊을수 없는 사고를 생각하면서 더 감정이입하게 된 문장이였다.'어른'이란 말을 쓰려면 응당 그야 따르는 책임감이 우선 되어야 하는 거란 것.전쟁으로 몰아 넣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그러나 역시 전쟁은 정말 정말 반대!!
덧붙임.책을 사서 읽으려다 오타가 많다는 말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그런데 오타가 정말 많았다.나처럼 오타 발견 잘 못하는 이에게도 보일 만큼. 열린책들 읽으면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부디 오타가 수정된 개정판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