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 함정임의 유럽 묘지 기행
함정임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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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라는 시간이 충분(?) 할 수도 있지만, 한달음에 읽어낼 수 없는 책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방인>을 마친 시점에서 카뮈의 그곳을 만날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그해 겨울 아침 잠에서 깨어나 돌연 남프랑스 뤼베롱 산간의 고원 마을 루르마랭을 찾아간 것은 불명의 창조자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충동 때문이었다.(...) 사이프러스나무가 고요히 옆을 지키고 서 있는 카뮈의 무덤 앞에서 나는 뫼르소처럼 "이런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중얼거렸다.그러면서도 누군가 저만치 놓고 간 붉은 열매를 꽃다발인 양 묘석 아래 깊숙이 꽂고 있었다.화강암을 깎아 만든 네모난 묘석 위, 정오의 태양이 ALBERT CAMUS라는 글자에 내리쬐고 있었다"/325~326쪽   카뮈의 죽음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읽으면서 어쩔수 없이 그때 기차를 그냥 탔더라면..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지면을 통해 만나고 있을 뿐인데도 묘한 기분이 든다. <전복적 소설 읽기>를 통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던 <이방인>을 만났다면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에서는 이방인을 여러번 읽은이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느낄수 있어 반가웠다.


"엊그제 나는 <이방인>을 다시 만났다.이 소설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어디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달라진다.몇 번 째 만남인지 헤아려보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324쪽


"내 삶조차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깨닫는 순간이 있다.이런 '말도 안 되는' 부조리한 인간 조건을 최초로 자각한 사람이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이다.(...)뫼르소의 출현은 문학, 심리락,사회학 정신분석학계는 물론 전 세계 언론과 독자들을 동요시켰다.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줄거리만으로 볼 때에는 가히 성격판탄자라고 불릴 만 한 뫼르소가 부조리의 반항자로 세기를 넘어 불멸의 생명력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325쪽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가는 정말 중요한 지점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 시절,놀러간 선배집에서 이방인을 ..처음으로 읽었다. 공교롭게 6월이었다. 그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는 건..몹시 난해하다는 이방인을.. 처음 읽을 때도 전혀 난해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에 대한 놀라움이..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몰랐는데, 내 삶조차..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낀 것이 이유가 아니였을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조급증에 시달렸던 그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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