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대한 묘사가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느낀 감정과 달라서 신기했다. "내면이 편안하고 온화할 때 저절로 생기는 미소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내리쬐는 햇살과 같다.빛을 받아들이면서 평화롭고 행복하며 화창한 순간을 기꺼이 맞이한다"/20쪽 다시 <이방인>을 읽으면서 '태양'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식의 표현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만을 부각시키는 것과 같은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촉측발의 순간도 있었지만..이미 뫼르소에게 정신은 균형이 무너진 순간이었으니까.
.(...)태양의 불길이 내 뺨을 덮쳤고 나는 땀방울이 눈썹에 맺히는 걸 느꼈다.내가 엄마 장례식을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이마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줄이 살갗 아래에서 한꺼번에 두드렸다.더는 견딜 수 없는 그 불길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그게 바보짓이란 걸 알았고 한 걸음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74쪽 수없이 반복되는 '태양'을 이제서야 뫼르소가 극심한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시선으로 읽혀졌다. 방아쇠를 당신 뫼르소를 두둔하려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허세에서 비롯된 '태양'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적어도 그렇게 바라보게 되었다. 엄마 장례식을 치르던 날과,지금 똑같은 태양이란 표현을 이제서야 곱씹어 보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