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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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이란 끔찍이도 짧고 그다지...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235쪽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의 주제는 보여지는 그대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시리즈5편과 6편은 그랬다) 그런데 '날씨와 생활'주제로 만난 <루시 게이하트>는 마치 날씨가 제시어가 되어 생활(인생)을 녹여낸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루시를 아주 매력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었지만..오히려 그래서 인간적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의 상태와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닮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은 그래서 즐거웠다.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마냥 신나게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인가 라는 질문이 따라오지만,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 그 마음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도, 사랑을 상실한 이의 마음도, 날씨의 상태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방식이 종종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각각의 인물에 대한 마음 속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사계절에 담긴 인생이야기..대부분의 봄꽃이 다 지고 나서야 모과꽃은 피기 시작한다. 모과의 봄은 그러니까 다른 꽃들과 출발부터 다르다. 대추나무는 이제(4월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새순이 나고 있다. 처음에는 루시에게 찾아온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해서 그녀의 사랑이..진짜 사랑인지, 예술가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마음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그런데 루시과 고든과 헤어지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오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반전(?)을 주다니..그런데 앞서 모과꽃과 대추나무를 떠올려 보니..계절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생각났다.불꽃같은 열정을 가졌던 루시에게 찾아온 죽음은,그렇게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몫이였나 보다..해서 앞으로 소설을 어떻게 마무리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 또 생기는 순간... 소설은 '기억에 대한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설명을 읽었다. "동경하기를 그만두고 기억하기를 시작하자 삶이 시작되었다"라는 캐더의 유명한 문장을 상기할 시점(...)/241쪽  이제 한 번 읽었으니까 진짜 작가의 마음을 다 들여다 보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왠지 위로 받는 기분을 받았다.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가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힘겨워 하기 보다...잘 기억하는 것으로 살아가 볼 것.젊은 시절 고든의 모습,그리고 루시와 소원해진 이후 그의 모습은 그냥 특별해 보이지 않았는데..루시를 마음 속에 그가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이 핑돌았다. 왜 그때..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그런 순간이 오면 대부분은 그렇게 하게 되지 않을까..예고 없이 태풍이 찾아오듯이....동경하는 것 보다 잘 기억하는 것이 왜 삶이 시작되는 거라고 말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집을 나서자 겨울 한낮의 강렬한 햇살이 마지막으로 저 밑의 마을을 내리쬐고 있었고 무성한 나무 꼭대기와 교회 첨탑이 황동처럼 빛났다.이제 해버퍼드를 떠나는 일은 없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이곳을 영영 떠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고향‘이 무엇이겠나,결국 실망을 겪고 참아내는 법을 배우는 곳 아니겠나?/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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