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는 체홉의 소설<사랑에 관하여>가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한다. 영화 '그후' 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단순히 제목만 가져 온 것이 아니라 더 흥미로웠다.덕분에 소세키의 소설을 재미나게 읽게되었다는 거다.(단점이라면,소설에서 그린 여러 이야기 가운데 복잡한 사랑이란 주제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그리고 비가 오 던 어느날 불현듯,'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보고 싶어졌다.....그리고 영화는 다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읽게 만들어버렸다.
카페서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있는 민정에게 남자들은(재영,상원) 민정이가 아니냐고 묻는다.그런데 그녀는 민정이가 아니라고 말한다.(그녀이거나 그녀가 아닐수도 있는 상상...) 집요하게 민정이가 맞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쌍둥이라고까지 말하게되는 그녀의 마음은 뭘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시선으로 들어와 버린<변신>! 혹 그녀는 변신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는 순간 <변신>이 읽고 싶어진거다.내가 기억하는 소설 변신의 느낌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그리고 만나게 된 <변신>속 문장들 그런데 "틀림없이 사장은 의료보험회사 전속 의사를 데리고 와 게으른 아들을 두었다고 우리 부모를 나무라고 이의라도 말할라치면 보험회사 전속 의사를 가리키며 딱 자를 것이고,그 의사로 말하면 세상에는 오로지 아주 건강하되 일하기를 싫어하는 인간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12 "나는 자네를 침착하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알아왔다고 생각하네.그런데 이제 자네는 갑자기 괴이쩍은 기분을 자랑삼아 내보이기라도 할 참인 것 같군"/20쪽 잘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 한 마디하고 싶었던 걸까?
2012년 이전에 읽었던 <변신>의 기억은 그저 읽어냈다 정도의 느낌이였다.지극히 눈으로 보게 되는 해석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읽을 면서 그때는 보지 못했던 아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나를 자극했다.철저히 다른 각도로 보게 된 거다.반가운 오독이라고 해야 할까.그런데 이렇게 오독으로 볼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영화덕분이다. 가족을 위해 몸바쳐 일하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벌레(카프카는 벌레로 지칭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로 변하게 된다.이후 가족들이 그에게 보이는 변화를 보면서 가족인데 어쩌면 저럴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만 했었는데,이번에는 크게 두 가지가 새롭게 보였다.우선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그러니까 조금 넘치게 생각해 보자면 내가 내가 아니였을 때는 몰랐던 것에 대해 "그레고르에게 이상했던 것은 먹으면서 나는 온갖 소리들 가운데서 언제나 거듭 음식을 씹고 있는 그들의 이빨소리를 가려 들을수 있었다는 점이었다.마치 그레고르에게 사람이란 먹기 위하여 이빨을 필요로 하며 이빨이 없이는 제아무리 멋진 턱이 있다 한들 아무것도 처리해 낼 수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64쪽 알게되고 동시에 그레고리가 스스로 변신하고 싶어했다는 증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가족들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스스로 가중한 업무로 해방되기 위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변신하고 싶었던,인간을 포기해야한다는 댓가는 엄청났으나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벗어났다는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들이라 하겠다.그리고 다음으로는 가족들이 변하게 되는 상황이다.아들이 더 이상 쓸모있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가족들의 행동은 간혹했으나,그들은 그 순간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볼 수 있게 되었다.생각보다 자신들이 불행하지 않고,저마다의 능력이 있었고,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다.고통과 아픔 없이 얻어지는 교훈이였다면 금상첨화겠지만,반면교사를 제대로 삼을수 있었으니 그것은 어느 의미에선 또 긍정의 메세지가 아닐까? <변신>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놀랍기도 하고 재미나서 <변신>의 원제목도 찾아보고,<변신>에 대한 해석을 찾아 보다 흥미로운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개인의 희생은 공동체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향유하게 된다.딸의 삶을 위한 새로운 꿈은 아들의 시체를 대가로 산 것이다.펠리체에게 보낸 편지에서 카프카는<변신>의 주인공의 희생적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그레고르의 죽음은 그가 살아 있음으로써 금지한 것처럼 보였던 가족들의 생산적인 생활의 리듬을 회복시킨다."/프란츠카프카 살림지식총서 중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를 읽다가 자연(?) 스럽게 카프카 '변신'이 떠올랐다. ..해서 다시 <변신>을 읽게 되었고..오래전 읽은 리뷰를 먼저 찾아 보게 되었는데..이 책을 읽게 된 이유를 알게 되어서 반갑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읽게 된 <변신>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