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진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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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을까... 박경리 소설 <표류도>의 마지막 장면에 언급된 '출항' 이란 단어가 울프의 소설을 붙잡게 만들었다. 드문드문 읽은 탓에, <출항>이 데뷔작이란 사실도 흥미를 끌었다. 올해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데뷔작을 차례차례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그런데 <출항>은 데뷔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에 씌어진 소설보다 더 잘 읽혀졌다. 시간의 흐름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 넣은 덕분 아니었을까



 "(..)모차르트부터 시작하여 레이철은 멈추지 않고 고대 영국 사냥 노래,캐럴,찬송가로 넘어 갔는데 그녀가 깨달은 바처럼 어떠한 훌륭한 곡도 약간만 조율하면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곡조가 되기 때문이었다"/246쪽



특별히 주인공을 내세운 건 아니었겠지만, 레이철이 소설의 중심 인물이지 않았을까..그녀의 죽음이 미친 영향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죽음이 안타깝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울프 역시 완벽한 행복은 '죽음'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레이철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로'희생제물'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울프가 다분히 의도한 건 아닐까 짐작해보게 된다.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레이철은 세상으로 부터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 좋게 표현하면 온실속의 화초라고 말할수 있겠지만, 무튼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외숙모의 의견에 아버지가 동의함으로써 그녀는 비로소 출항..이 시작된 셈이다. 사람들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과정...에서 핵심은 아마도 '사랑'이었을 텐데..어떤 것이 사랑인지, 조차 알 수 없었던 그녀는, 서서히  변화기 시작한다. 때로는 타인에 의해서 강요된 경험도 하게 되지만,자연 스럽게 변화되는 과정들...그렇게 소설은 해피앤딩으로 끝날것처럼 보였는데...여행 하는 과정 속에서 병에 걸리게 되고,여행을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열병에 걸리지 않았을 거란 자책도 하게 된다.출항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온실 속에서 나이 많은 고모들과 무채색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는...어떤 삶이 더 멋진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 시작은 레이철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닐수도 있지만...여행이 시작된 이후..그녀는 스스로 변화고, 사랑의 감정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죽음이 아프게 다가오면서도, 행복 속에 숨은 불행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라 믿고 싶다. 사랑도 해 보지 못하고 죽었다면 그거야 말로 더 비참했을 테니까... "그들의 행복에는 불완전한 어떤 것,그들이 원했으나 얻을 수 없었던 무언가가 항상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어렸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은 파편적이고 불완전했었다"/516쪽 레이철 보다 나름 지식인인냥 행동한 이들이 실은 그녀보다 경험에 있어서는 훨씬 몸을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로만 생각하고..마음 속의 수많은 생각들 속에서만 허우적 거리다..끝내 사랑고백도 하지 못했던 허스트가 가장 극과 극으로 비교된 인물로 기억될 것 같다. 경험 없이 무언가를 상상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머리로 이해되는 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으며, 경험으로 얻게 되는 것들이 진짜 나의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레이철의 죽음이 조금만 슬프게 느껴진 건,그녀가 사랑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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