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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많이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 ] 많은 발명들은 그것들이 출현하기 이전에 요구됐던 우리의 모든 습관적인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앗아간다.....그 결과 특히 선진국 사람들은 비만,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근육 소모 및 관절염, 균형감 및 협응력 문제, 수면 장애, 체력과 에너지 부족 등 심각한 건강 문제가 크게 증가했다. 15 중력없이 사는 것이 병상에 몸이 고정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움직임을 조절하는 다리 근육, 뼈, 뇌와 척수 프로그램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고정되는 것만큼 두뇌의 위축을 재촉하는 것은 없다. 16

[ ] 우주에서처럼 중력이 전혀 없으면 그 변화율이 한 달에 1-2퍼센트로 늘어난다. 근육 감소량도 비슷하다. 지구에서는 1년에 1퍼센트지만 우주에서는 한 달에 1퍼센트다...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40대나 50대에 위험구간에 다다를 수 있지만, 위험 구간에 이르는 시기는 뒤로 미룰 수 있고 심지어 역전까지 가능하다...90세 노인들도 12주동안 중량 운동을 하지 근력과 지구력이 증가했고 골밀도까지 회복했다. 36

[ ] 중력 결핍 증후군: 지구로 돌아오면 속귀(귀의 가운데 안쪽에 단단한 뼈로 둘러싸인 부분을 말한다)가 중력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법을 잊은 상태이기 때문에 넘어진다는 감각이 없다. 우주비행사는 몇 주 내에 회복하는 듯 보이지만, 증상들이 종잡을 수 없어 위험이 높아진다. 41 우주선에서 운동을 해도 몸의 큰 근육만 유지되는 것이지 척추를 따라 난 근육처럼 안쓰는 작은 근육군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42

[ ] 우주에서 신체 변화: 유산소 능력이 일이주 사이에 45% 감소(지구 10년에 10%). 혈장량이 7-90일동안 10-20% 감소.(10년에 1%) 골밀도가 한달에 5%(1년에 1%). 근육량 한달에 1%. 태아처럼 곡선 모양 자세가 됨. 비정상적 반사 패턴 생성. 피로도 증가. 심장박동량과 박출량 감소. 동작과 반응시간 감소. 근육이 체지방으로. 인슐린 감수성이 감소. 테트토스테론 감소. 관절 통증. 발바닥 예민, 소화가 안되고 소화관 통과시간과 흡수 지체. 여성 요실금. 43

[ ] 중력폐쇄기는 상당한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거나, 혹은 그저 앉아서 보내거나, 척수 부상 혹은 소아마비, 뇌성마비, 루게릭병 같은 마비 질환이 있을 경우에 생긴다. 거동이 제한이 있는 노인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활동이 적은 생활을 하는 사람도 유사한 문제들이 있다. 모든 경우, 즉 중력에 덜 노출되었든, 중력을 느낄 수 없든, 중력에 반응하지 못하든 간에 똑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끝에 가서는 늘 허약해지는 것이다. 46 하루 종일 앉아 일하거나 티브이에 매여 있다면, 거기에 가정요리가 아닌 싸구려 즉석식품, 어쩔 수 없이 당과 지방이 많이 든 음식 섭취를 더하면 중력폐쇄기로 가는 길이 날마다 가팔라진다. 47

[ ] 20세부터 위험구간이 시작하지만 이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비결은 우리의 손에, 다리에, 머리에 있다. 일찍 시작할 수록 좋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48

[ ] 노년에 생기는 요실금은 골반 근육을 반복적으로 조이는 케겔이라는 근육 강화 등척성 운동과 점프나 춤 같은 수직 가속 활동으로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51

[ ] 처음 태어난 아기는 머리를 가누지 못한다. 중력 속에서 3-4주 살아야 목덜미 근육이 튼튼해져 머리를 지지한다. 팔의 힘은 점차 강해져 4-5개월 지나면 몸을 떠받칠 수 있다. 6개월이 되면 상체가 중력이 당기는 힘을 경험할 준비가 되어 똑바로 앉을 수 있다.....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와 개처럼 기지개를 켠다. 58 일어설 때마다 몸은 체액, 호르몬 등을 변화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킨다. 게다가 거의 모든 신경이 자극된다. 하루에 2분씩 16회 일어나면 몸은 그것을 16회의 자극으로 읽는 반면, 한 번 일어나 32분 동안 서 있으면 몸은 그것을 한 번의 자극으로 볼 것이다. 68

[ ] 우리가 꼿꼿이 설 수 있도록 해주는 척추 주위 속근육을 생각해 보자. 그 근육이 없으면 앞으로 고부라질 것이다. 목덜미 근육은 머리를 지탱한다. 목덜미 근육이 약해지면 머리가 앞으로 쏠려 치명적일 수 있다. 71 운동근이 아니라 안정근이 건강해야만 우리는 나이 들었을 때 독립성을 지킬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허리나 목 통증 없이 서서 움직일 수 있다. 72

[ ] 서기, 앉기, 눕기, 몸을 구부려 물건 줍기, 쪼그려 앉기, 몸을 뻗어 선반 위 물건 집기, 옷 입고 벗기, 악기 연주하기, 냄비 젓기 등 자세를 바꾸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리를 꼬거나 풀고, 대화하며 손을 흔들고, 꼼지락거리는 것처럼 작은 움직임도 유용하다. 이런 작은 움직임과 활동이야말로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필요하다.....조직적 운동과 니트(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가 각각 다른 작용을 통해 다른 근육섬유에 영향을 미친다...일상에 간헐적으로 분포된 비운동성 활동 혹은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에 반응하는 것은 안정근뿐이다. 75

[ ] 현대인에게 특히 의미 있는 중대한 사실은 작고 빈번한 활동이 줄거나 사라지면 당과 지방의 물질대사가 막힌다는 점이다...과도하게 앉아서 생활하면 중성지방과 콜라겐 최종생성물 등과 같은 축적된 비정상적 대사산물과 후기 당화 생성물들이 붙어 복잡한 교차 결합을 형성하는데, 그것은 ‘지질 독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심장과 혈관이 굳는 원인으로 생각된다...우주와 침대 요양에서 생긴 문제들을 해소해 주는 활동과 니트의 공통점은 똑바로 선 자세를 취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76, 77 지구 중력 두배의 힘으로 회전하면, 중력에서 살 때보다 적게 활동하고 많이 먹더라도 근육이 포도당을 더 많이 흡수하고 여분의 지방이 거의 모두 빠진다. 79

[ ] 진동: 낮은 고진동수 기계적 신호에 매일 짧은 시간 동안 노출시키자 골밀도가 증가한 것이다. ...뼈는 쿵쿵대기보다는 웅웅대는 신호에 반응한다는 말이다....뼈에 이로운 행동이 근육을 통해 전달된다는 해석으로 보면 어떤 작용이 근육에 먼저 미치고, 그 뒤에 근육이 각각 작은 수축을 통해 뼈를 끌어당기고 잡아당겨 자극한다는 것이다. 81 니트 활동과 저강도, 고진동수 진동 처치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리적 열 발생이 존재한다. 바로 떨림이다...82 주위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보자 그들이 마른 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적 있는가? 그들은 빈번히 하체를 씰룩거리면서 열량을 태우고 에너지를 열로 바꾼다. 특히 아이들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몸을 데운다. 놀라운 니트활동이다. 83

[ ] 회복은 가능하다. 활동과 운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떨고 늘리고 팽팽하게 해 중력에 맞서면 나쁜 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 새로운 신경세포와 신경 연결이 생기고 균형감각과 동작을 조절하는 두뇌 체계가 다시금 발달한다. 84

[ ] 자세와 균형감이 필요한 활동은 안정근과 두뇌에, 스트레칭 동작은 유연성에, 근력 강화동작은 운동근에, 격한 유산소 운동은 체력과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하는 데 좋다...106 건강한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강도 활동과 저강도 활동을 다채롭게 포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습관은 우리가 온종일 간헐적으로 하는 활동이다.107 동작의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다. 변화를 주는 습고나을 기르자. 매일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순서로 완전히 똑같은 절차를 밟는 일은 피해야 한다....근력 훈련을 한다면 숄더 프레스를 할 때 한발로 서서 머리 위로 운동기구를 들면 무게와 균형감 모두 중력에 좌우되므로 운동의 효과가 늘어난다..운동을 눈 감고 하면 중력의 영향이 커져 우리가 균형을 잡을 때 속귀 대신 시각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109 건강한 혈압 조절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앉았다 일어나고 다시 앉는 자세 변화가 최소 32회 있어야 한다....측정한 혈압을 유지하려면 자세를 그만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앉은 자세에서 일어설 때에는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보다 중력의 자극 변화가 적기 때문에 32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 32회를 최소 목표라고 생각하자. 121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느리게 앉을수록 근육에 이롭다. 훌륭한 다리 강화 운동이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에는 피가 머리로 향한다. 이런 효과가 있는 동작은 그리 많지 않다. 뇌가 고마워할 것이다. 123

볕뉘

0.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다소 구하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평소 따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목적으로 삼아 또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우리 몸이 아직 구석기시대에서 진화를 하지 못했다. 지방을 끊임없이 비축하려고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몸은 비상상태로 여긴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이든, 코어운동이든 하라고만 한다. 이렇게 구분될 수 있을까, 구분되어야만 할까. 늘 부담스러운 건강관리담론은 숱한 성공담을 낳기도 하지만 거꾸로 필요이상의 헌신과 용기와 결단을 요구한다. 사회 관계라는 것을 말소할 정도의 노오력을 요구한다. 독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모습은 건강관리 역시 세상을 똑같이 빼다 박은 것은 아닐까.

2. 희소식은 아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없다.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몸이 아직 진화가 덜 되어 구석기 인간처럼 꼼지락거리기를 요구한다고 하자. 그렇게 몸을 달리 여러군데 꼼지락거리면 된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간헐적 단식에 몸이 정신차리는 것처럼, 운동도 그렇게 몸을 속여보자. 조금 다르게 걷고, 다르게 앉고, 다르게 일어서고, 다르게 눕자고 한다.

3. 팔순이 넘으신 당신들은 늘 새벽부터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자식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면 건강하는 수밖에 없다는 마음은 경이롭기도 하다.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점점 늘어난다. 좀더 다른 산책...그래 손해볼 것은 없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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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 만약 몸이 로봇처럼 야무지고 단단해서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끄덕하지 않는다면 이웃들은 우리에 대해 염려하거나 걱정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수치감을 느꼈던 몸의 연약함이 우리를 보살핌과 배려를 받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끄떡하면 상처가 나고 병에 잘 걸리는 몸, 그것은 우리가 내부로 단단하게 닫힌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향해서 열린 존재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35

[ ] 로렌스와 사르트르에게 자유에 대한 갈망은 매우 역설적이다. 자유를 원하면 원할수록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예민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렇지 않은 육체의 존재를 더욱 고통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육체를 자기의 정체와는 무관한, 아니 자기의 완전성을 위협하는 타자로 만들어야 한다. 43

[ ] 혐오는 심미적 반응으로서의 싫음과 윤리적 반응으로서의 미움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혐오의 대상은 그냥 싫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울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혐오하는 대상이 그냥 싫은 것인지 아니면 미운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우면서도 동시에 싫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45

[ ] 취향과 감각에도 역사가 있다. 타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국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타자를 향한 혐오의 감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와 무관한 듯 보이는 음식 취향도 그러하다. 51

[ ] 낙인을 찍는 순간에 ‘나는 개고기를 안 먹는다‘라는 개인적 취향이 ‘모든 사람은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명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개념이 되는 것이자 개인적 취향를 보편적인 것으로 입법화하는 것이 된다. 55

[ ] 역사적 시선의 소유자는 본래 혐오스럽게 태어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그것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혐오는 비역사적인 무지의 시선, 맹목적 직관의 시선이 전제된다. 이것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보는 그 시선이다. 무지의 시선 말이다. 144

[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의 마츠코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작은딸을 사랑하기 위해서 큰딸을 미워했다.. 부모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그녀를 외면하고 병약한 동생만을 끔찍이 보살피고 끔찍이 사랑하였다. 혹시라도 마츠코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렇지 않아도 가엾은 동생이 섭섭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그녀를 무시하였다. 여동생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마츠코를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149

[ ] 여성 혐오를 가부장적 구조로 설명하는 것은 고르디어스의 칼날의 효과를 보여주지만, 이 구조적 설명이 갖는 치명적 단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즉 사회적 변동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배내옷이 파랑과 분홍색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두색, 커피색, 블랙 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선을 보이고 있다. 161 유니섹스. 성희롱. 비혼.

[ ] 군 가산점 제도의 폐지는 남성적 특권의 폐지를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여성 혐오에 가담한 많은 남자들은, 여성들이 그러한 특권을 빼앗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직도 자기네들에게 과거와 같은 남성적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여성 혐오의 바닥에 깔린 정서는 남성적 우월감이 아니라 패배감이다....2028년 결혼 적령기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120-123명으로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5, 166

[ ] 자기가 여성에 비해서 유리하고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남자들의 인식을 빼놓고 여성 혐오를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지나체게 남자들에게 유리했던 사회적.제도적 조건은 더욱 더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정당성에도 어찌되었든 많은 남자들이 과거에 점유했던 특권적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는 박탈감을 안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167 혐오는 약자의 감정이 아니라 강자의 감정이다. 그것은 열등감과 패배감의 표출이 아니라 우월감과 자만심의 표출이다. 약자는 불의하지만 힘이 센 권력자에 대해서 혐오가 아니라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가진다. 167

[ ] 루저: 여성 혐오는 특정한 여성 개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집단적으로 반영된 현상이다. ˝이들의 위치가 몇 년 전부터 중요한 문화 코드로 등장한 ‘루저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한 남자 개인이 아니라 남자 전체가, 한 여자 개인이 아닌 여성 전체에 대해서 갖고 있는 정서적 태도인 것이다. 이 점에서 어떤 특정 여성 혐오자가 과연 루저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성이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신을 밀어주지 않는다면 감히 여성 혐오 발언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설혹 가능하더라도 여성 혐오라는 사회적 정동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70

[ ] 키에 대한 루저 발언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혐오가 아니라 분노라고 말해야 옳다. 여러 사회적 상황을 감안하면 나는 여성 혐오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혐오가 아니라 분노나 증오라고 말해야 옳다. 나는 미소지니도 우리말로 여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 비하로 옮기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 비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이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구조가 개인의 의식으로 내면화되어 나타난 언행이 여성 비하의 본질이다. 171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과 같이 자신의 우월성을 보장해주는 가부장적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남자들은 여잘ㄹ 비하할 수 있는 특권도 동시에 상실한다. 172

[ ] 우리는 처음 보는 물건을 신기하게 보듯이 낯선 타자를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인격이 아니라 보이는 외모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타자는 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친근한 관계로 접어드는 순간 대상이었던 타자는 주체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즉 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격적 관계에서 타자는 주체와 동등한 대화 상대가 된다. 지금까지 ‘그‘로 보이던 제삼자가 자신을 ‘나‘라고 칭하는 ‘너‘가 되는 것이다. 내가 질문하면 그는 ˝나는 ..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그러면 너는?˝하며 나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 일방적이던 관계가 쌍방적인 관계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모르는 타자만이 대상화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여성이 나에게 성적으로 대상화된다. 175

[ ] 과연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자는 다 김치녀라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남자들이 많다. 특히 자신의 무력감을 절감하는 남자들은 그러한 일반화에 기대고 싶어 한다. 그녀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무력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자기를 치고 올라가는 여성들을 김치녀라는 이름으로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남자들은 자기가 여자들보다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우월하지 못하면서 상대 여성을 비난하는 것일까? 우리는 김치녀에 대한 비난에서 남성 우월주의적 유산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남성성의 신화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몰아쉬는 마지막 거친 숨이 아닐까. 182

[ ] 여성 혐오라는 용어가 선동적인 구호에 가깝다면 여성 비하라는 용어는 태도의 전환을 요구하는 윤리적 성격이 강하다.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 가운데 혐오감만큼 거두기 어려운 감정이 없다. 혐오했던 대상이 착각이며 환상이고 오류였다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혐오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그것은 지극히 보수적이며 심미적인 감정이다. 반면에 비하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이고 심미적인 반응이 아니라 관찰과 도덕적 판단의 결과다. 판단하지 않으면 비하의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비하했던 사람의 진면목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이전의 비하했던 감정과 태도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오해했다는 생각에 후회하기도 한다. 심지어 존경심이 생길 수도 있다. 186

[ ] 혐오가 정치적인 이유는, 자기보다 약하고 만만한 상대를 타겟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타자의 몫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와 단물 빨아먹기의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이다. 케이크자르기라는 게임이론이 있다. 욕심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케이크를 자르고 큰 조각을 취한다. 이때 케이크가 생명이며 행복이고 부, 건강, 아름다움리라고, 반면 그 가장자리가 죽음과 불행, 가난, 질병으로 오염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다. 혐오의 기원은 생리적인 기능에 있다. 단 것은 삼키고 쓴 것은 내뱉고, 단물을 빨아먹고 찌꺼기를 내뱉는 동물적 본능이 그것이다. 191

[ ] 혐오는 비민주적이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무시, 다수의 소수에 대한 무시, 즉 이러한 권력의 위계가 없으면 혐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소수의 타자를 혐오함으로써 달콤한 쾌락을 향유하게 되지 않는가. 이 점에서 혐오는 분노의 감정과 다르다. 분노는 불의에 대한 자의식에 머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강력한 의지까지 동반한다. 행동으로도 점화될 수 있다. 194 그렇지만 혐오감은 행동의 가능성을 극히 주관적인 쾌락으로 바꿔버린다. 194

볕뉘

0 . 여기저기 이동하는 틈에 읽다.

1. 저자는 몸문화연구소장으로 있고 영문학전공이다. 사례로 여러 문학이야기가 자연스러워 부담스럽지가 않다. 그는 혐오라는 감정을 몸에서 뱉은 침을 다시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 감정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은 타자화의 역사이자 인류가 끊임없이 합리화하는 기제라는 것이다. 밖만 아니라 내부의 심연도 그러하다고 하다. 저자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역사의 구조적 설명만으로 지금을 설명해낼 수 없으며, 보다 적확한 용어를 쓰는 것이 현실을 좀더 낫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오항영교수가 기존 관점과 달리 역사를 구조-의지-우연의 산물이라고 보는 점에서 곁들여봐도 좋을 듯싶다.

2. 결을 나누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싫다와 밉다. 심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 조금씩 나누다보면 조금씩 보는 시선도 느끼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쉽게 단정짓지 않고 유예를 두려는 노력이 움직인 것만이 아니라 움직이려는 것,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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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나한테 관대해지는 방법.

[ ]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한다 9

[ ] 일탈이 필요해요. 우울과 좌절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아요. 21

[ ] 그 시선은 남을 바라볼 때만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볼 때도 적용되죠. 비교한 후 화내도 되죠...겉으로는 멋져 보여도 뒤에서는 더러운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내가 부풀려서 기대해놓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오히려 ‘저 사람도 숨 쉬고 사는구나, 별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나한테도 관대해질 수 있어요. 25

[ ]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 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40, 41

[ ] 모든 것을 너무 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에 중점을 두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이 중요해요. 45

[ ] 자기검열: 눈치를 많이 보니까 그렇죠.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서 그렇죠. 내 인생은 내 것이잖아요. 내 몸도 내 것이고, 그 책임은 내가 지는 거죠...원인보다 결과물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감정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도 똑같거나 혹은 다르다라고만 평가하는 것이 이유가될 수 잇어요. ...좋게보다는 과도하지 않게? 극단적이지 않게 바꾸는게 중요하죠....56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 욕구를 먼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59

[ ] 관계: 애정을 좀 분산시키는게 필요하네요. 많이 희생하다 보면 대가를 기대할 수밖에 없어요. 내가 너무 잘해줬으니까, 그만큼의 보상을 못 받는다는 느낌에 상대가 더 빠지게 될 수도 있고요. 66 내 불안감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일 수 있어요. 68 확인에 대한 욕구는 알겠는데, 그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이 애 같다고 해야 할까?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어떤 관계냐가 큰 의미가 있을까요. 69 자기 자신을 특별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해야 해요. ‘좋다, 나쁘다‘만 흑백논리가 아니에요. 71 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74 늘 부분과 전체를 구분했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마음에 든다고 이 사람 전체가 다 마음에 들고,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전체가 싫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좀 다르게 생각하는 시도를 하면 좋겠어요. 84 예전에는 ‘나한테 어울리고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상대를 만나보며 균형이 잡힐 수도 있어요. 90

[ ]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때그때 행동으로 해보는 거예요...그러다보면 나중에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떤 면에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어떤 면에 안도감을 느끼는구나‘ 같은 거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어요. 94

[ ] 사람을 사귀거나 안 사귀거나, 아주 친하거나 다시는 보지 않거나, 터뜨리거나 참는 거요. 늘 예스 아니면 노의 선택지만 존재하고, 중간 단계는 아예 없네요. 97 이 문제는 상대를 평가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도 그 잣대가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게 큰 문제예요. 99 지금은 관계가 좁고 삼각형 같아서 마음을 많이 찌르겠지만, 팔각형보다 십육각형이 원에 더 가깝잖아요. 다양하고 깊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원처럼 동그랗게 무뎌져서 마음을 덜 찌를 거예요. 102

[ ] 히스테리 성격: 그런 성향이 있죠. 어딜 가든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거요...하나의 유형은 내 매력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야한 옷을 입거나 근육을 키우는 식지요. 다른 하나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여기면서 자책해요. 119

[ ]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좁고 자기비하적이니까,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둘 중 하나로 선택해야만 차라리 편한 거죠..끊임없는 이분법적인 사고....밀려나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밀려나더라도 한 계단, 두 계단씩 내려올 수 있는 건데, 마치 누군가가 ‘야 너 내려와‘하고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받아들이죠...122, 123

볕뉘

0. 책주문이 있어 구입해서 미리본다.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여러 생각들이 일었다. 자고난 뒤에도 어쩌나 싶을 정도로 ...흔적을 남겨야 할 지도 의문스럽기도 했다.

1. 아들러는 아이들이 첫째, 둘째, 막내....로 자라는 과정에서 그 관계가 여러모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사회적 자아나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해 그런 심리관계를 들여다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릴 적 가정내의 관계 형성이 인정이냐 무시냐의 문제을 떠나 모멸감이나 모욕감이 순환하게 되는 흐름 속에 산다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 구조 속에 쾌감이나 의존관계 속에 살아지게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2.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번역한 한 평론가는 작중 인물의 대부분이 이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스스로 비극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3. 삶 역시 주어진 정답은 없을 것이다. 마음안의 상처 역시 보듬어 주고, 또 다시 생살이 돋고 하는 과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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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 ]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51

[ ]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방해가 되었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96

[ ]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130

[ ] 어슴푸레한 빛은 새벽 햇살 같지도 않고, 저녁 햇살 같지도 않았다. 그 빛은 모든 사물의 윤곽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선명하고 뚜려사게 드러내 보였다. 하지만 빛이 나오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듯했다. 도로의 아주 작은 돌맹이까지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그림자들은 모두 제가끔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기 때문이다. 178

[ ] 그들은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 가기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 간단다. 허나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말 그대로 죽은 시간이 되는 게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거든.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208

[ ] 세 형제가 한 집에 살고 있어. 그들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 그런데도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아 보이는 거야.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둘째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있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지! 210

[ ] 시간은 언제나 거기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음악 같은 걸 거예요.....하지만 그 음악은 아주 멀리서 들려왔지만, 제 안 아주 깊숙한 곳에서 울렸어요. 어쩌면 시간도 그런건지 몰라요....바람이 불어서 강물에 물결이 이는 거랑 비슷한 건 아닐까요...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여기 ‘언제나 없는 거리‘에 있는 ‘아무 데도 없는 집‘에서 나오는 거란다. 216

[ ]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217

[ ] 네가 보고 들었던 것은 모든 사람의 시간이 아니야. 너 자신의 시간이었을 뿐이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네가 막 다녀온 장소와 같은 곳이 있단다. 보통 눈으로는 그곳을 볼 수 없지. .....네 마음 속....우물이란다. 그곳은...225

[ ]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얼굴은 점차 시간을 아끼는 꼬마 어른처럼 되어 갔다. 아이들은 짜증스럽게, 지루해하며, 적으를 품고서,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을 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을 겪은 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란을 떠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즐거운 소란이 아니라 미쳐 날뛰는 듯한 고약한 것이었다. 253

[ ] 사람들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는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거든, 사람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란다. 허나 그들은 사정이 달라. 그들은 훔친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지. 그래서 시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몸에서 금세 시간이 빠져나가는 게야. 터진 고무풍선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지. 풍선은 그래도 터진 조각이라도 남지만,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322

[ ] 시간의 꽃. 그 때 내가 말했잖니.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을 갖고 있기에 그런 황금빛 시간의 사원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원에 그들을 들이면 시간의 꽃을 야금야금 빼앗을 수 있게 된단다. 그렇게 해서 사람의 가슴에서 뽑힌 시간의 꽃은 죽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그 시간은 진짜 흘러간 것이 아니거든. 허나 진짜 주인에게서 떼어 내졌기 때문에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지. 시간의 꽃은 전심 전력으로 제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려고 애를 쓴단다. 327

[ ]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360

볕뉘

-1. 4년전 시간의 향기라는 주제로 북콘서트를 가진 적이 있었다. 에둘러 가지만 시간을 이야기하거나 나누지 않고는 어떤 진보도 말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것들을 나누고 싶었지만....욕심이란 걸 눈치채기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들 매여있거나 뭘 해야하거나 시간씨앗 하나도 심을 수 없음을 느끼고, 시간 한포기도 키워낼 수 없음을 미리 깨달아야 했다.

0. 시간을 짓고, 만들고, 피우고....관계를 만들고 짓고 피우고........아주 작은 안내서같은 ㅇㅇ의 시간들을 위한...안 내 서....흔적들... 물론 위의 그 과거의 일은 스스로 되묻는 지적이기도 하다.

1. 시간을 작은 종지에라도 서로 담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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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1.

[ ] 당신 잘못을 버리고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마세요. 아무도 이 법원에 맞서 싸울 수는 없어요. 반드시 고백을 해야 하니까요. 다음 기회에 고백하도록 하세요. 그런 다음에야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116

[ ] 이런 방식으로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개인적인 연줄이며, 거기에 변호의 주용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카 당신도 몸소 체험해봐서 알겠지만 법원의 말단 조직이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며, 의무를 망각하고 매수당하는 직원들이 있고, 그로 인해서 법원의 엄격한 보안 상태가 어느 정도 구멍이 뚫리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 대다수의 변호사들이 비비고 들어가서 매수를 하고 비밀을 캐내는 거지요./실질적인 가치는 고위 관리들과의 신뢰할 만한 연줄에 있습니다. 물론 하급 재판소의 고위 관리들과의 연줄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렇게 함으로써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나중엔 재판 진행에 점점 더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125

[ ] 그런 것은 기껏해야 다른 피고인들에게 약간 도움은 될지언정 당사자는 항상 복수만 생각하고 있는 관리들의 특별한 주의를 끌게 되어 너무나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의를 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거슬려도 그저 가만히 계십시요. 이 거대한 법원 조직은 어느 정도는 항상 떠 있는 상태라는 것,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위치에서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킨다면 발붙일 곳을 잃고 굴러 떨어지고 만다는 것, 한편 그 커다란 조직 자체는 그런 사소한 장애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전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보완을 하고, 더 잘 결속되든가 더 사악하게 되는 일은 없다 하더라도 본래대로 있는 것입니다. 129 여러 가지 면에서 관리들은 어린아이와 비슷합니다. 130

[ ]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그들에게 제기된 소송 절차 때문일 수 있습니다. 198 그건 변호 의뢰인이 아니라 변호사의 개였다. 208

[ ] 임무가 끝나려면 시골 사람의 삶이 끝나야 하니까 그는 결국 그 마지막까지 시골 사람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37/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이야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문지기에 대해 판단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든 그는 역시 법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법에 속해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인간적인 판단을 벗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238/ 모든 걸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그것을 단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239/당신은 교도소 신부이지요...그러니까 난 법원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당신에게 요구할 게 뭐 있겠습니까. 법원은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이 오면 받아들이고, 당신이 가면 내버려둘 뿐입니다. 240

[ ] 그 사람들을 애먹게 하고, 항거하면서 삶의 마지막 현상을 즐기려고 애써 보았자 그것은 결코 영웅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걷기 시작했다. 243 난 항상 스무 개의 손을 가지고 세상에 덤벼들려고 했으며, 더구나 인정할 만한 목적도 없이 그랬던 거야. 그건 옳지 않았지. 244 아무리 확고부동한 논리라 할지라도 그것은 살고자 하는 사람에겐 저항하지 못한다...카는 두 남자가 바로 자기 눈앞에서 뺨과 뺨을 맞대고 종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개 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는 치욕만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247


2.

[ ] 인간은 자유로우면서도 얽매여 있는 지상의 시민이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지상을 활보할 수 있는 길이의 쇠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상의 경계를 넘어설 수 없는 길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역시 자유로우면서도 얽매여 있는 천상의 시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지상에서와 유사한 길이의 천상의 쇠사슬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제 지상으로 가려 한다면, 천상의 목걸이가 그를 죄어올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다. 비록 이 두 세계가 양극화된 모순 속에 있지만 인간들은 그 두 세계의 통합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고, 또 그것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느끼고 있다고 자위했다. 그러나 목적과 소유 관계만을 갈망하는 키클롭스적 인간들은 어느 순간엔가 자신도 모르게 그 가능성도, 그것에 대한 동경심도 상실하고 말았다. 285

[ ] ‘세인‘으로서의 인간에게는 정신, 영혼, 사랑, 아름다움 등은 거부된다. 즉 ‘세인‘ 들에게는 개인적인 것, 사적인 것, 정신적인 것은 일상에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카프카에 따르면 이런 ‘세인‘에게도 가끔은 꿈과 잠을 통해서 혹은 고독한 명상의 순간이나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 저 망각된 정신세계나 영혼의 세계가 유령처럼 찾아온다. 286 자신의 글 쓰기는 항상 꿈과 잠, 비몽사몽의 중간 상태에서 혹은 깊은 침잠의 순간에 많은 문학적 착상을 얻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꿈이나 잠 혹은 깊은 명상은 카프카에게 있어 신비적 체험과 성찰을 낳는 순간이며 그의 시적 상상력과 직관능력을 한층 고양시키는 창작적 계기이기도 하다. 287

[ ] 변신된 갑충의 시각에서 보면, 가족들이나 직장동료들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잠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직장생활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희생적이었으며 비인간적인 것, 폭력적인 것이었는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잠자‘는 이중의 시각으로 조망되고 이중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바로 여기에 카프카 작품의 난해성이 있다. 289

[ ] 사냥꾼 그라투스: 그라쿠스는 세계를 떠돌면서 이 불행한 일이 일어나기 이전의 세계, 즉 정신과 자연, 죽음과 삶, 영혼과 육체가 하나였던 저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두 세계가 붕괴되어져 간 과정을 파편화된 이야기를 통해서 끊임없이 지상의 인간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들은 그를 ˝고의적으로˝ 회피한다. 그라쿠스는 처음에 바랐던 영혼의 세계로의 귀의를 스스로 포기한다..그는 지상적인 것에 매달려 있는 ˝세인˝들인 인간들에게 잃어버린 ˝아름다운 세계˝를 전달하려는 중재자로 남기를 원한다....그라쿠스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카프카와 같은 뜻인 까마귀를 의미한다. 290

[ ] 법 앞에서: 한 시골 남자가 법 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법문 앞을 지키는 문지기는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법에로의 입장이 후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골 남자는 법에로 입장하기 위해서 값진 물건들을 써가며 법에로 들어가지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문지기가 하는 말은 언제나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골 남자는 첫 번째 문지기의 무서운 외양과 태도에 질려 내부에 있는 법에 대해 전혀 물으려 하지 않은 채 그의 입장 허락만을 한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죽고 만다. (성담)

[ ] 문지기는 알 수도 없고 도달 할 수도 없는 법을 수호하는 ˝법원에 속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법에 속해 있다고는 하나, 실상은 그들 자신도 알 수 없는 절대적인 법(그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형이상학적 종교적으로 이념, 신, 율법, 진리, 존재 등등으로 해석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절대적인 관료주의 제도나 혹은 전체주의적 체제로, 그리고 사회철학적으로는 ‘권력과 욕망의 상관구조‘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을 전제로 했다고 생각되는 현실적인 제도나 체제에 속한, 즉 구체적인 인간 법제도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293 요제프 K를 대변하는 인물인 시골남자(원래 히브리어로 무지자)의 법에로의 입문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알 수 없는 절대적인 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망각한 채 오직 현상적인 것에만 매달려 있는 세인인 것이다. 294

[ ] 신부 말대로 문지기가 시골 남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시골 남자가 문지기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제프가 자신의 재판 과정에 대해 묻자 ˝그대의 소송은 하급법원을 전혀 넘지 못할 것˝이라고 신부는 대답하는 것이다. 그 법이 진리이건, 율법이건, 존재의 세계이건, 신의 세계이건 혹은 초자아의 세게이건, 그것은 언제나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다. 그리고 그 법에로 이르는 길은 사람마다 작자 다 다르다. ..카프카에게 있어 진리에로 이르는 길은 언제나 각각의 개인에게만 열려 있고 또 각자의 실존적 선택에 달려 있다. 각 개인의 고유한 삶과 죽음이 있듯이 진리에로의 길 역시 각자 다른 것이다...진리의 세계는 오직 각 개인의 고유한 ‘직접적인 체험과 직관‘에 의해서만 인식이 가능하다. 295

[ ] 영원한 생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생을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그의 잠언이 말해주듯이 저 알 수 없는 법, 저 초법적인 법에로 귀의는 인간 각자의 그 어떤 결단적인 도약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295

볕뉘.

왜 죽이거나 슬며시 잠적하게 했을까. 그래. 약간의 해답. 하지만 삶을 기울여 그 짧은 소설들 사이 행간에 부어야...그리고 그것이 책장에 적셔질 때만 제대로 읽힐 수 있다. 어쩌면 제대로 된 독해는 당신의 삶을 걸 각오가 먼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야만 아주 조금 잠적하지 않거나 죽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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